우여곡절 팔공산 산행기

2011. 3. 6. 03:49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1년 3월 5일

- 산행코스 : 수태골-암벽바위-오도재-비로봉-동봉-염불봉-동화사

- 산행동무 : 레테, 몽몽, 산여인, 샷마스터, 그리고 ??

 

이란 출장에서 귀국한 다음 날, 샷마스터를 아침 6시에 우리집 앞에서 만나 팔공산행을 하기로 약속을 한다.

그 시간이면 이란에서 막 잠이 들어 한창 정신 없이 코골면서 잘 시간, 차를 타고 내려 가면서 헤롱헤롱 정신을 못 차린다.

산행을 마치고 해가 지면서부터는 다시 정신이 말똥말똥해 지면서, 지금 이 시간까지 잠도 안오고...

에라 모르겠다....카페에 사진이나 올리고 자야겠다.

 

6시30분, 사당역에 도착하니 산여인님 내외는 기다리고 계시는데, 펭귄님이 좀 늦으시나 보다.

그런데... 좀 많이 늦으신다.

산여인님은 똘똘하신 분이 왜 늦으실까? 하면서 걱정을 하고, 나는 농담 삼아 집에서 주무시고 계신가 보다 하면서 전화를 해보니 진짜로 주무시고 계신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여, 펭귄님에게는 좀 죄송하지만, 떼놓고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코스리더였던 펭귄님만 믿고 있었는데, 아무도 산행코스에 대해 공부를 해 온 사람이 없고...불안하기 짝이 없다.

결국, 수태골이 인적이 좀 많고, 이 곳에서 올라가 본 적이 있는 레테님도 계시니 들머리를 수도사에서 수태골로 전격 전환한다.

 

이렇게 수태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그래도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다.

 

 

암벽바위에 도착하여, 비브람창 신발을 신고 리지를 해 보겠다고 바둥대시는 한 분....

캠프라인 신고 왔으면 한걸음에 저 꼭대기까지 올라 갔다 온대나 뭐래나....ㅋㅋ 

 

 

따뜻한 날씨에 얼음이 많이 녹았다. 

 

 

경사진 바위를 따라 녹은 물은 졸졸 흘러 내리고.... 봄이 오고 있다.

 

 

멋진 바위들이 많이 보인다. 

 

 

혹시나 이른 봄꽃이 올라 온 것이 있는지 계속 보면서 가는데...아직이다.

그래서 아무거나 막 찍어 댄다.

 

 

 

 

뚝! 부러진 나무도 찍고...

 

 

오도재에 올라, 이산가족이 된다.

돌맹이 좋아 하고 운동량 부족한 한 팀은 서봉을 찍고 오기로 하고, 날라리 산행을 즐기는 나와 레테님은 바로 비로봉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레테님은 먼저 출발하시고, 나는 생리현상을 해결한 후에 느긋하게 전망바위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며 세월아~ 네월아~ 놀면서 비로봉에서 만나기로 하며 헤어져 간다.  

 

 

마애약사여래좌상을 구경하러 잠시 옆길로 올라 갔다 내려 오기도 하면서...

 

 

한참 먼저 가신 레테님을 따라 가려는 마음에 비로봉으로 가는 지름길로 보이는 샛길에 리본이 매여 있는 것을 보고 잔머리를 쓰는데....여기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희미한 길을 따라 가다가 어디서 놓쳤는지... 저어기 비로봉 송신탑은 보이는데, 가면 갈수록 나무가 무성해지고 너덜길은 더 험해진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송신탑까지만 가면 끝이라는 생각에, 또 여태 온 것이 아까워 계속 구부정한 자세로 나뭇가지를 헤치면서 길을 가는데...어느 순간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는 길이 나타난다.

흔히 말하는 알바를 경험한다. 돌아 나가는 길도 만만찮다.

이미 서봉으로 향했던 팀들도 충분히 돌아 오고 남았을만한 시간이 흐르고, 겨우 길을 찾아 비로봉으로 오르는데....

 

주황색 파카를 걸친 왠 사람이 저 위에서 나를 계속 내려다 본다.

잠시, 알바하고 나온 내 몰골이 영 안돼 보이나? 하는 생각도 해가며 무시하고 올라 가는데...펭귄님이다.

집에서 뒹굴고 계실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끝내 KTX를 타고 내려와 깜짝쇼를 벌이신 대단한 펭귄님....ㅎㅎ

 

 

다들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래도 팔공산 최고봉의 정상석은 찍고 와야지.

그런데, 정상석이 많이 허접하다. 

 

 

 

 

야무진 산여인님, 얼마전 지나간 펭귄님의 생일과 곧 있을 레테님의 생일을 챙겨 케잌을 준비해 왔다.

이분도 참 대단한 분이다. 어찌 그런 걸 다 알고 계시는지....알고 있어도 일일이 챙기기 쉽지 않은데...

나의 알바쇼, 펭귄님의 깜짝쇼에 이어 진한 감동을 안겨 준다.

바람에 촛불이 다 꺼져도 노래가 이어진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펭귄님과 레테님~~ 생일 축하 합니다~~~

 

 

점심을 먹고, 동봉으로 향한다.

아까 알바를 하면서 계속 구부정한 자세로 힘들게 다니며 허리근육이 놀랐는지, 배낭을 메고 일어서다 허리를 삐끗하며 주저 앉아 버리고 만다. 살살 달래며 일어서서 걷지만 영 불편하다.

게다가, 몇 달 전부터 힘을 쓰지 못하던 오른쪽 어깨에... 동봉을 넘어가는 얼음길에 밧줄구간까지 있어 설설 기어 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순간 파랗게 열린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은 담고 가야지...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빙화도 놓칠 수 없고.... 

 

 

멋들어진 바위 구간도 나온다. 

 

 

어렵사리 험한 구간을 지나고 이제부터는 편안한 흙길을 밟으니 마음도 안정이 되고 몸도 한결 편해진다. 

 

 

 

 

 

 

 

 

동화사에 도착하여 먼저 하산해 차를 회수하러 간 샷마스터와 몽몽님을 기다리며 둘러 본다. 

 

 

 

 

 

 

 

 

 

 

저녁메뉴는 대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매운찜갈비.

예전에 먹어 본 집은 마늘냄새가 너무 나서 별로였는데, 오늘은 공짜라 그런가? 엄청 맛있게 먹는다.

펭귄님이 직장에서 승진하셨다고 한턱 쏘신다. 나는 승진시켜 줘도 하지 말아야지.... 아니, 승진은 시켜주면 하고 소문은 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