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산

2016. 11. 7. 16:54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6년 11월 3일

- 산행코스 : 입석-응진전-어풍대-김생굴-자소봉-탁필봉-연적봉-자란봉-하늘다리-선학봉-장인봉-전망대-720봉 전망데크-두들마을-청량선현체험길-청량사-입석

- 산행동무 : 혼자


하루 전날인 11월 2일, 성주와 구미에 출장이 잡혀 있는데, 요즘 들어 좀 한가하다 보니 어느 해 가을에 보았던 주왕산의 환상적이었던 단풍풍경을 겸사겸사 보고 올라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군데 소식통을 가동시켜 보니 올해 주왕산의 단풍은 영 신통치 못하다는 중론에 아직 미답인 청량산으로 행선지를 급변경하고...

청량산 또한 단풍산행지로는 이름 꽤나 날리는 산이다 보니 오랫만에 산행을 앞두고 가슴두근거림증상을 느껴 본다.


청량산이 소재한 봉화에는 마땅한 숙소가 검색되질 않아 가장 가까운 안동으로 숙소를 정하는데...

가만 있자~~ 안동이면 솔맨님 고향집이네~~

솔맨님 통해서 말로만 듣던 솔맨님의 고향집인 체화정을 찾아가 본다.









사랑하는 솔맨님의 체취를 느껴 보고자 마루 위에까지 올라가 직접 앉아 보기도 하고....





멀쩡하게 생긴 넘이 들어와 설치고 다니는 것이 신기해서였는지, 체화정 바로 옆의 파란지붕집에서 어르신 한 분이 나와 나를 구경하고 계신다.

가까이 다가가서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혹시 이헌준씨 아버님이십니까?" 하고 여쭈니 "누구??" 하며 서너번을 더 물으시기에 아주 큰소리로 "이! 헌! 준!" 했더니...

"아~~ 헌주이 친구십니까?"하고 웃으신다. ㅎㅎ

방에 들어와 커피 한잔 하고 가라시는걸 극구 사양하고, 차에 가서 트렁크에 실려 있던 곶감을 한상자 내어 드렸더니 미안해 하시며 박카스와 체화정 소개자료를 내어 주신다.




그러는 사이 해가 완전히 넘어 가고, 숙소에 일찍 들어간들 혼자 뭐하겠나 싶어 월영교 야경을 구경하러 간다.

마침 얼마전 블벗 펭귄님이 내 차에 탔다가 놓고 내리신 삼각대도 있어 장노출 사진을 안전하게 담을 수가 있었다.





안동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청량산으로 향하는 길... 안동호에서는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그 뒤로는 해가 떠오른다.









입석주차장에 일찌감치 도착했더니 한산하기 그지없다.









원래의 계획은 자소/탁일/연적봉을 거쳐 하늘다리 지나 장인봉을 오른 후 최단거리로 청량사까지 되돌아 와서 구경하고 다시 입석으로 하산하는 것이었다.




응진전.









산기슭에 포근하게 감싸안긴 청량사의 모습을 멀리서 조망해 본다.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산행지인데, 등로 주변의 단풍도 별로인 것 같고 멀리로 보이는 전체적인 색감도 그다지 화려한 맛이 없다.

내가 설악이나 주왕산 같은 산의 단풍에 너무 눈이 익어서 그런지... 피터팬님의 말씀으로는 청량산의 단풍은 감색으로 물들은 느낌이라고 하신다.

아무튼 기대가 너무 큰 탓인지, 올해 상태가 별로여서인지... 단풍에 대한 욕심은 내려 놓고 미답지에 첫발걸음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걷기로 마음을 정리한다.












연적봉에서 바라본 탁필봉의 기이한 모습.





저 멀리 하늘다리가 조망되기 시작한다.





뒷실고개 갈림길.

결과론이지만, 장인봉을 찍고 다시 돌아와 이 곳을 통해 청량사로 하산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두시간은 벌었을텐데.. ㅎㅎ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하늘다리.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이곳에서야 비로소 사람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강천산에서도 대둔산에서도 여러차례 비슷한 다리를 건너 보았는데, 유독 청량산의 하늘다리는 오금이 저려왔다.

중간쯤 걸어가다 무서워서 엄청 빠른 속도로 후다닥 건너고 말았다.





산고파님이 혼자 갈 때면 늘 대동하고 다니던 애인을 나도 이번 산행에 빌려서 데리고 왔다.














정상석 네개 획득 미션 완수!!!





내가 가야할 두들마을은 좌측아랫 방향인데, 피터팬님이 알려주신 두들마을로 빠지는 샛길을 찾지 못하고 한시방향 저 아래 보이는 나무데크쪽으로 한참을 걸어 내려가게 된다.








철계단 몇개를 내려와서야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낌새를 알게 되었고....





이곳 조망터에 와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원격산행도우미 피터팬님도 손쓰기에는 너무 늦었고,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물어도 중간에 두들마을로 빠지는 길은 없으니 청량산 삼거리로 하산하여 도로를 따라 가라고 한다.

산여인님과 수가님은 청량사를 꼭 가보라 하셨는데... 그럼 다시 청량사까지 언제 올라가누~~ㅠㅠ




일단, 그건 그때 걱정할 일이고, 지금은 지금을 즐겨야겠다.

이리 보니 단풍도 제법 괜찮은 것 같고, 꼭 단풍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산세는 명산의 품위를 유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알바를 하지 않았다면 못 보고 넘어 갔을 풍경들~~

















청량사를 내려 놓고, 그냥 안내소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하산한다.





그러던 중, 등로 좌측 어느 무덤가로 나있는 길을 발견하였다.

방향은 두들마을 쪽이 맞는 것 같고, 뚜렷하게 사람이 다니는 길이 틀림없어 보인다.

처음에는 샛길 수준이더니 점점 들어갈수록 길이 더 뚜렷해지고, 심지어는 바퀴가 지나간 듯한 자국도 보인다.

뻥 뚫린 개활지도 나타나고, 갈대밭과 봄/여름에는 꽃밭이 이루어졌을 법한 곳도 보인다.













마을사람들이 고사리채취를 위해 다니는 길이었다.

이제 두들마을에 어렵사리 도착을 하고....









이곳부터는 정상적인 길을 따라 청량사까지 가게 된다.













두들마을 옆으로 청량사 가는 길에 들어가려는데, 관리직원 같은 분들이 주의를 준다.

길이 험하고 낙석위험이 있으니 그냥 하산해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라고...

그럴거면 내가 왜 그 고생을 해가며 여기까지 찾아 왔겠는가?

"청량사 가는 길이 맞긴 하죠? 조심해서 갈게요~~" 라고 인사를 하고 그냥 들어 간다. ㅎㅎ

























중간중간 약간 까다로운 구간이 있긴 했지만,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없는 길이었고 비교적 편하게 청량사입구까지 잘 왔다.









영화 "워낭소리"에 나왔다는....





청량사 마당에는 사진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진 속의 풍경과 지금의 풍경은 많이 달랐다.





















휴~~

장인봉까지 오름길이 3시간이 채 안걸렸는데, 그 이후로 이곳까지 되돌아 오는데 4시간이 걸렸네~~ ㅎ





오늘 걸은 길.

알바한 덕에 남들 못 본 풍경도 볼 수 있었고, 부족했던 운동량도 보충했고, 중간중간 위치확인하느라 많이 쉬면서 왔다며 위안거리를 찾아 본다.

게다가 배가 고파서 평소라면 먹다가 남겼을 법한 된장찌개를 바닥까지 싹싹 긁어 가며 맛있게 먹었고...

아직도 청량산 못가본 촌넘이라고 놀리던 블벗님들 앞에서 당당하게 다녀왔노라고 대답할 수도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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