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7. 10:33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5년 10월 24일
- 산행코스 : 삼공탐방안내소-구천동계곡-백련사 (역순으로 하산)
- 산행동무 : 수가, 몽몽, 산여인, 샷마스타
요즘 내가 빼놓지 않고 챙겨 보는 티비 프로그램이 딱 하나 있는데,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이다.
뭐.. 예능 프로그램의 오락성의 일부일 수도 있겠지만, "편견없는..."이라는 그 프로그램의 기치가 마음에 와닿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뭔가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일 마음의 여유가 좁아지고, 기존에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세상만사를 결정하고 판단하려는 편견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떨쳐내기가 만만치가 않다.
산길을 다니면서 이곳 무주 구천동계곡에 대한 아주 강력한 편견이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지루하게도 길고, 발바닥에 불이 나면서 걸어도 걸어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계곡이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늘 힘든 장거리 산행의 마지막 구간에 자리잡은 탓에 그리 느꼈을 것이리라.
오죽했으면 백련사까지 갔다가 그 지루한 길을 다시 걸어 내려올 바에는 아예 그대로 향적봉까지 올라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이번에 걸어 본 구천동계곡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 속의 그런 길이 아니라, 편안하게 산책삼아 걷기 좋은 길이었다.
가뭄이 심각하다고 하는 요즘 철에도 계곡은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어 내고 있었고, 일주일 전만 같았으면 절정의 단풍색으로 치장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 입담하시는 길동무들과의 수다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들고, 같은 날 백아산으로 비박을 떠나시는 분들과 카톡 장난질까지 하다 보니 어느덧 백련사 앞이었다.
아침햇살이 들어 오는 계곡의 풍경이 멋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새벽4시에 집에서 출발했지만, 내려 오는 고속도로는 비가 흩뿌리고 도착해서도 하늘이 우중충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날 아침 6시부터 행락철 인파 때문에 하행선 고속도로 정체가 무척 심했다고 하던데, 햇살 덕은 못 보았지만 도로정체는 피할 수 있었다.
붉어도 너무 붉은 단풍나무의 낙엽이 주단처럼 수북히 깔린 삼공리 탐방안내소 앞을 거쳐 구천동계곡으로 스며 든다.
누구하나 바쁜 기색없이 천천히 걷다가 멋진 장면이 나타나면 카메라 들이대고 한참을 놀다가, 가끔 계곡 아래 쪽으로 내려가 걷기도 하고...
날씨가 흐려 가시거리가 멀지 않지만, 오늘따라 멀리의 아스라한 풍경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송어양식장을 지나면서부터는 만추의 분위기로 접어 든다.
한 주 정도 일찍 왔다면 훨씬 더 화려한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겠지만, 오늘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만족스럽다.
국립공원에서 세워 놓은 안내판에는 한창 단풍이 절정일 때의 이 모습을 찍은 사진이 붙어 있었다.
장난 삼아 그 사진을 폰카로 찍어 비박팀에게 보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구천동계곡의 상황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고속도로 정체 때문에 막히는 길을 뚫으며 내려가는 길인데 계속 비가 자기네들을 따라 다니고 있으니 곧 구천동에도 빗줄기가 쏟아질 것이라고 악담(?)을 보내 주신다.
곧 이어, 구천동계곡의 멋진 장면을 더 보여 주겠노라며, 봄철의 수달래 사진, 여름철 멱감는 사진, 겨울의 설경 사진까지... 안내판에 붙어 있는 사진들을 마구 찍어 보내며 장난을 종결시킨다.
어느새 백련사까지 다 왔다.
늦가을 분위기에 백련사의 붉은 단풍을 못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화려한 색감을 잃지는 않고 있었다.
피터팬님이 좋아 하시는 구도.
백련사를 지날 때면 항상 이 자리에서 이 구도로 사진을 담아 오신다는 말을 오래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단풍도 그렇지만, 오늘은 유난히 이 부분으로 자꾸 눈길이 가서 따로 담아 보았다.
비를 몰고 다닌다는 비박팀이 이 시간 즈음에 근처를 지나고 계신 모양이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하산길 내내 가을비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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