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5. 15:42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5년 12월 13일
- 산행코스 : 계장골 - 주능선안부 - 급경사능선 - 정상 - 남릉 - 신리
- 산행동무 : 산고파 외 평촌제일산악회원
평촌에서 서울시내를 가로지르고 외곽고속도로에도 정반대편에 사시는 산고파님이 또 평촌분들과 산행을 하러 오신단다.
수년 전, 산고파님의 산행기에 간혹 등장하시니 닉네임 정도만 알고 있던 뭐야님이 평촌제일산악회의 카페지기를 맡고 계시다는 인연으로 괘방산에 가기로 했다며, 산행전날부터 평촌에 몰래 잡입하여 부어라 마셔라 두분이서 날밤 꼴딱 세우고 산행을 했다는 에피소드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후로도 간간히 평촌에 와서 산행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올해 들어서는 그 횟수가 부쩍 늘은 느낌이 들어서..
"거~ 남의 동네에 와서 혼자만 좋은 산행하지 마시고 나도 좀 데리고 다니쇼~" 라고 압력을 넣었더니 이번에 초대장이 와서 호기심 가득 안고 처음 참석해 본다.
버스출발장소가 집에서 10분도 안걸리는 범계역 주변, 아직 산고파님은 도착 전이고...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좌석배정은 산고파 옆 "숨애"란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것 밖에 모르고... (여기서 "숨애"란 평촌에 숨겨 놓은 애인의 준말이란다.)
새벽공기 맞으며 한 10여분을 떨고 있노라니 특유의 약간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산고파님이 저기서 걸어 오신다.
사교성이 부족한 나는 머뭇거리면서 버스에 올라타는데, 여기저기서 "산고파!! 실망했어~ 여자가 아니네~" 하는 소리가 들려 오고...
얼추 산고파님의 인기가 감지되는 듯 하다.
아무튼 얼떨결에 생각지도 않았던 자기소개도 하고, 선물도 받고, 누가 과일이랑 먹거리도 주고 가고, 반갑다고 인사도 하고 가고...
안내산악회 버스분위기만 생각하다가 얼떨떨 한 와중에도 뭔가 신기하고 재미난 느낌이다.
버스에서 하차하면 총알 같이 튀어 산행길로 올라가는 분들이 계시던데, 이곳은 다같이 느긋하게 준비하고 출발도 다 함께~~
마음이 바쁘지 않아서 좋네~~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선두조와 후미조로 나뉘지만, 또 중간휴식 때도 다같이 모여서 간식거리를 나눈다.
본능적으로 술냄새에 이끌려 여러 무리 중에서 중간주유중인 어느 한 무리를 찾아 가신 산고파님.
내 배낭 열 틈도 없이, 나한테도 여기저기서 과일과 먹거리들을 쥐어 준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거절도 못하고 다 받다 보니 내 배낭만 무거워지고....
모노레일 정거장으로 추측되는 건물이 보이는 것을 보니 정상이 가까운 듯한데....
저 멀리 끝에는 여인의 누워있는 옆모습을 한 월악의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 몇장 찍는다고 시간 보내다가 뒤따라 가는데... 어랏!! 근데 왜 다들 다시 내려가지?
아까 본 구조물을 조금 지나쳐 온 것 같은데...
신입이 뭐 안다고 소리질러 세워 물어 보기도 좀 그렇고, 뭐~ 알아서들 하시겠지~ 하면서 냉큼 뒤쫓아 간다.
한선수보다 사진 찍히는걸 더 좋아하시는 분들이 수두룩 하다. ㅎㅎ
뒤에도 눈이 달리셨는지.. 사진 찍는 포즈만 취하면 어느새 뒤돌아서 "야~ 저기봐~ 손흔들어~~".
역시~~ 정상을 지나쳤나 보다.
뒤로 돌앗! 하니 느닷없이 내가 선두가 되고...
오른쪽에 보이는 모노레일 선로를 넘어 다시 올라가야 정상이란다.
4~5년 메고 다니던 오스프리 배낭이 하도 너덜거리고 버클도 부서지고 해서 새로 장만해 오늘 처음 메고 왔는데...
선로 밑을 기어서 통과하다가 윤활유가 배낭에 덕지덕지 뭍어 버렸다. 속쓰려~~~
퐁퐁으로 닦으면 지워진다던데, 아무리 해도 안되고... 결국 세탁소에 들고 가 보는 수 밖에.
다들 참~ 재미나게 노신다.
여성회원님들 사진 찍는 포즈를 보면서 한마디 중얼거렸다. 우리 승연이도 친구들이랑 저러고 놀던데...
산고파님과 핸펀 셀카놀이~~
근데, 핸폰 카메라의 뷰티기능이 고파님한테는 뽀샤시하게 잘 먹혔는데, 내 피부엔 별로 안먹힌 듯.. 여기서 또 나이탓을 해 본다. ㅎ
모여서도 놀고, 끼리끼리 어울려서도 놀고,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 팀도 있고...
술 좋아 하는 분들은 한쪽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포장마차에서 파는 것 같은 꼬치오뎅을 통째로 끓여서 나눠 주는 분도 계시고, 원두를 즉석에서 갈아 커피를 내려 주는 분도 계시고...
그 모든 무리를 훑고 다니며 오지랍 넓은 산고파님도 계시고...
산길은 경사도 무척 가파르고 걷는 재미가 조금 아쉬웠지만, 정상의 조망은 끝내준다.
비박터로도 유명한 모양인데, 이날은 관리인이 왔다 갔다 하면서 감시를 하는 것 같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뭐야님과 오늘의 산행대장이신 강철심장님.
하산하려다가 언뜻 데크 한편에 정상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첫번째라 회원님들 얼굴과 이름의 매치가 안되니... 누군가가 나를 찍어서 올려 주셨다.
이선수, 오늘 뭔가 재미난 일이 많은가보다. 좋아 죽네~~ ㅎㅎ
비봉산 정상을 다시 한 번 올려다 보고...
산행끝!!
후미조가 다 내려와 신발 털고 마무리정리가 다 될 때까지 다들 느긋하다.
이제 약초정식 먹으러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