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 12:34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5년 8월 30일
- 산행코스 : 동원대학교-범바위약수터-정개(소당)산-천덕봉-원적산-영원사
- 산행동무 : 나혼자 출발, 천덕봉에서 피터팬, 몽몽, 산여인 비박팀과 합류
무더위를 핑계로 게으름을 잔뜩 피운 댓가를 요즘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전 주말에 동월계곡산행을 다녀오고 나니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고, 이번 주말에도 어디든 다녀오자고 다짐을 해 보지만, 이미 토요일은 의지박약으로 날아가고...
어릴 때 톰과제리였던가? 만화영화를 보면 몸 안에서 선과 악이 번갈아 튀어 나오며 갈등에 휩싸이는 장면이 기억나는데, 딱 그 꼴이다.
늦잠자고 일어나 어슬렁거리던 토요일 점심무렵, 4일간 휴가를 떠나신 피터팬님이 예기치 못한 사정이 생겨 한계령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시고 여차저차하여 원적산 번개비박팀이 꾸려졌다는 속보가 날아 든다.
1보, 2보가 계속 들어오는데, 그 때마다 멤버도 조금씩 바뀌고 심지어 장소도 왔다리 갔다리 한다.
어디가 되든 멀지 않으면 그곳에 가서 벗님들과 어울려야겠다고 내심 다짐을 하고... 오후 느즈막히 원적산 천덕봉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을 굳힌다.
비박팀은 영원사에서 올라갔다고 하는데, 나는 가벼운 몸으로 가는거 조금 길게 걸어야겠다싶어 새벽일찍부터 동원대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수차례 다녀오신 산여인님께 그 코스에 대해 물어보니 친절하게 들머리에 대한 상세정보와 주차장소, 소요시간 등을 알려 주신다.
내용 중 "오른쪽 첫번째 건물", 50미터" 등이 포함된 단어의 명확성으로 보아하니 이건 절대로 산여인님의 방식이 아닌 "인간네비게이터" 몽몽님의 설명을 옮긴 것으로 추정되어 더이상 따로 공부할 것도 없이 들머리 찾기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산행준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의 실수라고 한다면 몽몽님의 너무나 명확한 설명에 곁따라 온 "준족" 산여인님의 소요시간에 대한 주관적인 정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 ㅋㅋ
일요일 새벽 5시경 집에서 출발을 했는데 동원대까지 오는데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몽몽님이 알려주신 주차장소는 대번에 확인을 했지만, 네이버 지도를 열어보니 정개산의 표시가 동원대 바로 뒤로 되어 있고, 동원대 교정 끝까지 차로 올라가면 정개산 정상까지 2~300미터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으니 갑자기 욕심나기 시작한다.
몽몽님이 아무리 길박사라도 모르는 길이 있을 수도 있지... 정상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찾아 보겠다고 교내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확인한 것이라고는 높이 쌓여진 축대와 도저히 맨몸으로 걸어 올라가기에는 너무 가파른 경사의 사면이 다였다.
그 와중에 그래도 교내 높은 곳에 올라서 안개 깔린 풍경을 내려다 보며 감상해 본다.
결국은 몽몽님이 알려주신 장소에 주차를 하고, 들머리 찾기에 살짝 헤메었지만 버스정류장 맞은편 현수막 뒤로 숨어 있는 산악회리본들이 여러개 붙어 있는 길을 발견한다.
실제 산행들머리는 임도길을 한참 따라서 범바위약수터까지 걸어가야 나타난다.
이른 새벽인데도 산책나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간간히 보였다.
약수터 우측편으로 정개산 올라가는 들머리 이정목이 서 있다.
그런데, 거리표시가 10분전에 임도길 중간에 서있던 이정목과 비교해 보면 들쑥날쑥.. 신뢰가 가지 않는다.
출발했는지 물어 보는 전화를 주신 피터팬님의 말씀에 의하면 천덕봉까지 7킬로라고 하신다.
약수터에서 제법 긴 오름계단으로 산길을 시작한다.
7킬로 정도라면 나는 세시간반은 잡아야 하는데... 두시간반 걸린다면 이 오름길이 지나 능선에 붙으면 길이 무척 좋은가 보다. 그래도 세시간은 걸리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걸어 올라 가는데,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원래 땀이 많지도 않은 체질인데, 아침부터 이리 더우니 아직 가을이라 하기엔 이른 것 같다.
걷다 보니 이정표 아래 정개산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아까 본 네이버 지도에는 터무니없는 위치에 표시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정목 우측 뒤로 돌더미 속에 정상석이 숨어 있었다.
이것 또 놓치고 지나쳤다면 다시 다녀오라는 소리 들을 것이 뻔한데, 다행히 잘 발견하였다.
저 멀리 맨 뒤에 보이는 마루금의 좌측 봉우리가 천덕봉, 우측 봉우리가 원적봉이다.
천덕봉 정상에서 기다리고 계신 세분을 생각하니 괜시리 마음이 급해져서 바로 출발한다.
그래도 아침식사는 해야겠기에 사가지고 올라온 맥모닝과 커피로 요기를 하고...
들쑥날쑥한 이정목의 거리표시지만 참고하고, 눈대중으로 바라본 남은거리를 봐도 도저히 두시간반에 갈 거리가 아니었다.
처음엔 길이 좋은가보다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걸어보니 작은 오르내림이 만만치 않게 나타나는 길이라 더 빠르게는 못걷겠고...
애시당초 공룡능선을 뒷산 다니듯이 설렁설렁 다니는 산여인님의 시간감각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어차피 비박하고 나면 장비 말리는 시간도 필요할테고, 내가 그 분들 산공기 마실 시간을 조금 더 주는거지 뭐.... 하면서 두시간반이라는 굴레를 던져버리니 마음도 몸도 한결 편안하다. 정작 그분들은 나의 도착시간은 크게 개의치 않으며 그저 산정에서의 편안한 여유를 즐기고 계실 뿐일테지만....
한계령길에 있던 나무와 비슷한 나무도 지나치고...
천덕봉 정상의 타프가 나부끼는 것도 보이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느껴진다.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못들었다고.. ㅎㅎ
천덕봉 마지막 오름길.
웰컴투 천덕피크!!!
정개산 방향 걸어온 길과...
하산길 원덕봉 방향.
내가 가지고 올라온 시원한 과일과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노닐다가 하산을 위해 짐을 꾸린다.
샤워시설과 난방만 지원된다면 나도 산정에서 자유롭게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자체가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겠지~~ ㅎㅎ
그렇지만, 일찌감치 도착해서 저녁밥 해먹고, 좋은 공기 속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집앞마당에서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시며 아래를 지긋이 내려다 보는 여유가 부럽긴 하다.
원적봉에는 아직까지도 한무리의 비박팀이 머물러 있다.
그 팀 안에서 풍겨 나오던 라면 냄새가 식욕을 마구 자극하고 있었다.
원적봉 아랫동네가 초봄엔 샛노랗다는 산수유마을이라고 산여인님이 설명해 주신다.
오늘은 조망이 영~~
하산길은 무릎보호를 위해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피터팬님은 커다란 미스테리렌치 비박배낭을 메고 쏜살같이 앞서 사라지시고, 몽몽님과 산여인님은 저만치 뒤어서 천천히 걸어 오시고... 빈 배낭을 멘 나는 피터팬님을 따라 가려는데 만만치가 않다.
영원사 화장실 옆에는 샤워장까지 있던데, 나는 얼른 집에 가서 하겠다고 간단히 세수만 하고 나왔다.
산행중에 수차례 나를 천서리막국수집에다 떨궈놓고 가겠다고 엄포를 날리시던 몽몽님이 본인도 피터팬님 차를 얻어 타고 왔다는 사실을 주차장에 가서야 알고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몽몽님이 안내하신 천서리 막국수집으로 이동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홀사이즈에 빼곡히 손님들이 앉아 있다 못해 밖에서는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기까지 한다.
비빔막국수를 주문했는데, 맛은 썩~~
물막국수가 더 맛있어 보였지만, 이렇게 난리치면서까지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