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에서 철마까지

2014. 1. 27. 14:38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1월 26일

- 산행코스 : 천마산역-천마산-멸도봉-배랭이고개-꽈라리봉-과라리고개-쇠푸니고개-철마산-황골재-내마산-황골재-팔야리

- 산행동무 : 아리

 

언젠가부터 명산의 멋진 풍경을 찾는 것보다 그냥 호젓한 숲길의 능선을 아무 생각없이 이어 걷는 산행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참에 천마~철마 능선길에 눈독을 들여 왔지만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서, 정확히 말하면 내가 차를 가지고 들머리까지 쓍~ 하니 가서 편하게 산행하는데 길이 들여져 대중교통으로 이리저리 갈아타고 다니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미루고 미루던 산길이었는데 마침 아리님께서 동행을 해주겠다고 하셔서 전격적으로 만들어진 산행이다.

 

귀는 또 어찌나 얇은지... 진작부터 똑딱이 카메라 들고 가볍게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산행 이틀전 누군가가 비온 다음날 조망이 끝내줄 것이라며 빙화가 어쩌고 운해 폭포가 저쩌고 떠들어 대는 바람에 생각이 돌변하여 대포를 장착하고 집을 나선다.

상봉역에서 춘천 가는 전철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고, 상봉보다는 별내역이 주차가 편리하고 나중에 산행 마치고 되돌아 나오기도 가까워서 나는 별내역 주변에 주차를 하고 상봉에서 출발한 아리님을 전철 안에서 접선한다.

 

천마산역에서올라가는 등로가 두군데 있는 것 같은데 약 30분 후에는 두 길이 만나고 결국엔 마석에서 올라 오는 길과 합쳐진다.

우린 좌측으로 돌아 올라가는 등로를 택한다.

대합실 안에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출발하는데 바람이 제법 쌀쌀하여 버프를 눈밑까지 끌어 올리고 걷기 시작한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이 붉어지며 아침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침해가 올라오자마자 산적을 만났다.  다짜고짜 먹을거리를 내놓으라고... 몸에서는 진한 알콜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떡을 두개 드리니 눈빛의 살기는 다소 수그러 들었지만 이젠 마실 물을 내놓으라고 기세등등.  물까지 떠서 바치고 나니 온순해지셨다.

천마산역에서 시작하는 두개의 등로가 마주치는 지점에 올라서서 반대쪽 길을 내려보니 누군가가 고개를 땅에 처박고 씩씩대며 빠른걸음으로 올라 오고 있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산고파님이다.

우리 일정을 미리 알고 따라 잡으려고 뒤쫓아 오신게다. 우리가 1분만 늦게 도착했으면 따라 잡겠다고 천마산 정상까지 그 속도로 내달렸을텐데... 아꿉~~

둘이선 오붓해서 좋고, 셋이선 화기애애해서 좋다~

 

 

 

 

 

 

 

 

멀찌감치 불수사도북이 희미한 연무 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천마산 정상.

술기운이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술기운에 고픈 산을 찾아 오신 양반도 술이 깨고 나니 현실이 두려워지는 모양이다.

항상 주말 이틀 중에 하루만 산행을 하고 하루는 가족과 함께 보내시는 분이 어쩐일인가 했더니, 정신이 들면서 어제 비맞으며 산행하고 뒷풀이 후에 집에 안들어갔던 후폭풍이 걱정되시는지... 천마 찍었으니 하산하자고 살살 꼬드기신다.

아리님이 쏘주 몇잔을 건내면서 함께 철마까지 가자고 당근을 던졌지만, 이미 정신이 돌아온 산고파님한테는 그냥 목이나 축이는 정도였으리라.

결국 산고파님은 여기서 바이바이 하고... 다시 둘이서 오붓하게 철마로 출발하게 된다.

 

 

 

 

멸도봉을 지나서....

 

 

 

 

철마까지 크게 S자를 그리며 돌아가는 능선길.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다.

 

 

 

 

오늘의 최대 난코스였던 멸도봉 내림길.

안그래도 험한 바위길인데, 얼음으로 뒤덮여서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었다.

 

 

 

 

멸도봉으로 향하는 우리가 무사히 내려가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손을 흔들어 주셨다.

잠깐이나마 얼굴 보러 달려와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아~~ 여기 이정표 정비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표 디자인도 일관성이 없고, 지명도 뒤죽박죽... 괄아리고개? 과라리고개? 한참 후에 철마산 가까이 가면 과라리고개가 또 나타나고... 꽈라리봉은 또 뭔지.

여기 지명은 배랭이고개가 맞고, 과라리고개는 철마산 3킬로 전방에 있는 돌무더기지점이 맞지 싶다.

               

 

 

 

 

거리도 엉망진창.

철마산 2.35킬로 남은 지점에서 20분 정도를 걸어 나온 이정표에는 오히려 거리가 늘어 3.1킬로 남은 걸로 나온다.

결국 오늘 이때문에 크게 골탕을 먹는 사건이 발생하고야 만다.

                

 

 

 

 

꽈라리봉을 지나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만두라면에 쏘맥 한잔씩~~ 알딸딸한데 걸음은 잘 걸어지네~

과라리고개라고 생각되는 지점. 이곳에서 하산하면 과라리가 나오니까...

 

 

 

 

S의 마지막 커브를 돌기전 반대편에서 바라 보이는 철마산 정상.

좌측으로 크게 돌아 능선을 타고 오르게 되어 있다.

 

 

 

 

철마산을 몇백미터 남겨두고 오늘 조망이 가장 좋았던 전망바위 위에서...

아침에 비해 연무가 좀 더 많이 올라오고 있긴 했지만, 여기까지의 힘듬을 모두 잊게 해주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한강줄기도 보이고...

 

 

 

 

철마산 바로 못미처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인데, 실제 높이가 철마산 정상석이 있는 곳보다 높다고 한다.

 

 

 

 

드디어 철마산 정상, 옛지명으로는 철마산 남봉이다.

애시당초 나는 이곳에서 진접으로 하산하는 걸로 알았고, 여기까지만 도상훈련하기를 수십차례...

남봉, 북봉이란 말을 다른 사람 산행기에서 흘려 보긴 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예까지 오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북봉인 내마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올라 가게 되었다.

이정표에는 내마산 2.2킬로라고 적혀 있고,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는지라 합의하에 내마산까지 고고~~

 

 

 

 

 

 

 

 

시간상으로나, 산길 걸으며 가늠하는 거리감이나, 이정표에 적혀 있는 주금산까지의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해본 결과로나, 내마산이 진작에 나왔어야 한다.

철마남봉 이후로 이정표에는 내마산을 표시하는 것이 없고, 분명 지나쳤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아 요 앞에 봉우리까지만 가보자 하기를 두어차례...

결국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것이라 생각하고, 하산길을 정하려던 찰나에 나타난 내마산 350미터 이정표.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팔야리 하산길이 길기는 하지만, 초반에 어느 정도 고도를 낮추고 나면 걷기 편한 길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상 예정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350미터를 남겨두고 하산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천마, 철마, 내마... 비록 馬가 아니라 摩이긴 하지만, 청마의 해를 맞이하여 말세마리 접수완료!!!

 

 

 

 

꼬불꼬불 참 멀리도 왔다~~

 

 

 

 

맞은편의 화채, 서리, 축령산의 줄기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황골재로 몇백미터를 다시 되돌아와서 팔야리로 하산시작.

지는 햇살이 점점 산의 머리 위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약 4~50분 남짓 급격하게 내리꼽던 하산길이 순해지고, 석본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만난다.

 

 

 

팔야리마을에 내려와 주섬거리고 있는데, 마침 광릉내로 나가는 마을버스가 도착해서 얼른 올라타고...

광릉내의 한 식당에서 불낙전골에 시원한 쏘맥으로 뒷풀이를.. 운전을 해야겠기에 딱 한잔만 먹고 별내역까지 버스 타고 가면서 깨야지 했는데, 한잔은 정이 없는 것 같아서 한잔 더~~ 

 

 

 

식사를 마치고 나와 버스정류장에 왔더니 곧 아리님이 타고 갈 버스가 도착하고, 커피한잔 마시고 있으니 내가 타고 갈 707번 버스가 금새 도착한다.

알딸딸하고 나른한 기분에 졸다말다 별내역이라고 해서 내렸고 별내역이 바로 눈앞에 있긴 한데, 삼겹의 장애물이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하천을 건너면 철길이 있고 그 다음엔 철조망 담이 쳐져 있었다.

네이버지도를 펼쳐놓고 차를 세워둔 이마트 주차장까지 도보검색을 해 보니 빨간색처럼 가라고 나온다. 길도 없는데...

할수없이 길을 일일이 찾아 보니 가장 빠른 길이 2킬로는 돌아야 하겠기에... 나는 죄없다. 네이버형님이 시켰다~~

 

술기운이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2탄!!

다행히 하천에 물이 말라서 쉽게 건널 수 있었고, 철길이야 기차만 오지 않으면 건너는게 일도 아니지만, 철조망 담을 넘는게 쉽지 않다.

높기도 하고 워낙에 촘촘해서 발을 꼽을 자리가 없다.

몇차례의 헛시도 끝에 억지로 억지로 한쪽 다리를 담장 위에 걸치긴 했는데...울퉁불퉁한 담장 윗면이 허벅지를 콕콕 찌른다.

술기운이 아픈 것도 잘 참게 해주는 모양이다. 꾹 참고 온몸의 힘을 바짝 써서 몸을 끌어 올려 몸통이 담장을 넘는 순간.. 반대쪽으로 철퍼덕 쿵~~

멍청하게 그 순간 배낭은 왜 메고 있었는지... 기둥에 걸어 놓고 했으면 훨씬 수월했을텐데...

아침에 일어나니 허벅지 안쪽엔 멍이 시퍼렇고, 한쪽 옆구리가 우리우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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