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30. 21:35ㆍ여행일기
함께 온 거래처 사장님은 3일만에 일을 다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고, 이제 혼자가 되었다.
한편으론 심심해 진 면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홀가분해진 면도 있다.
이란 밥 먹기 싫은데, 만나는 넘들 마다 밥 사준다고.... 테헤란 시내의 한 오래된 동네에 위치한 식당에서.
이란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슬람국가들은 목/금이 공휴일이다.
목요일까지 빡빡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금요일에는 파트너가 근교에 놀러 가자는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호텔에서 늘어지게 휴식을 취한다.
한참을 뒹굴다 보니 산에 못간지도 오래 되었고, 몸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슬그머니 호텔 주변을 산책하기로 한다.
한국에서 2500원 하는 에쎄가 이곳에선 800원 정도.. 예전엔 1500원 정도였는데, 최근 경제가 나빠지니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환율이 그 이상으로 급등하여 나같은 외국인한테는 좋아졌다. 그래서 에쎄 사재기 시작.
저녁엔 또 밥 사주겠다는 넘이 있어서... 그나마 이번엔 인터네셔널 푸드코트에 와서 다행이다.
내 카메라로 사진 찍는데 재미가 들었는지 찍어 주겠다고 해서 줬더니 배경에 촛점을 맞추어 잘 찍었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빨리 호텔에 가서 라면 하나 먹고 자는게 존데... 커피까지 사준다고....
이제 귀국할 날이 며칠 남지 않으니 스케쥴이 다소 여유가 생긴다.
이란의 교통질서는 그냥 운전자들끼리 알아서 다니라는 주의다. 교차로에 신호등이 있는 곳도 많지 않고, 차선도 별 의미가 없다.
2차선 도로도 차들이 3줄로 늘어서는게 예사이고, 좌회전이고 유턴이고 그냥 하면 되고...
한국에 온 첫날에는 나도 이게 버릇이 되어서 운전이 이란스타일이 되곤 한다.
테헤란의 북쪽을 둘러싸고 있는 토찰산, 저 너머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청나게 압도적인 절벽과 계곡, 그리고 푸른 초원과 캐스피해가 있다.
마지막 날엔 테헤란 근교에 있는 바이어의 별장에 초대를 받았다. 그 바이어와 일이 잘 되려는 징조라 볼 수 있다.
그냥 아는 넘이라면 개뿔,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사업이 우선인지라... 자기 별장 자랑에 여념이 없는 바이어의 말에 장단도 맞추어 주고, 사업 이야기도 진행하고...
호텔의 아침식사만큼은 딱 내 스타일이다. 단물 뚝뚝 떨어지는 수박과 짭쪼름한 치즈를 싸먹는 이란빵, 난.
그리고 계란과 쏘시지...
식사약속이 없는 때에는 한국에서 가져간 핫플레이트와 코펠로 여러가지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이번에 우연히 만들어 봤다가 대박이 났던 김치베이컨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