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능선일주

2013. 1. 13. 15:29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월 12일

- 산행코스 : 동구리-유군치-장군봉-연자봉-신선봉-소둥근재갈림길-까치봉-연지봉-망해봉-불출봉-서래봉-벽련암-내장사일주문

- 산행동무 : 솔맨, 몽몽, 산여인, 샷마스타 (소둥근재갈림길까지만 동행)

 

백대명산파들이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나니 주말 산행지 선정에 어려움이 많은가 보다.

각자 남은 백대명산 중에 울릉도와 홍도를 제외한 교집합이 지난 번 천성산으로 동이 난 줄 알았는데, 머리 좋은 누군가가 또 하나의 교집합을 만들어 냈다.

내장산을 못 간 일인과 백암산을 못 간 일인이 요즘 유행하는 "콜라보레이션"으로 내장-백암종주 산행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와중에, 예전부터 겨울철 내장8봉 종주길을 걷고 싶었던 나는 차량회수를 무상서비스해 주겠다는 명분을 들고 그 틈바구니에 한발을 들이 밀게 되었다.

 

새벽 4시 경부 만남의 광장을 출발한 일행은 동이 트기도 전에 내장산 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안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춥지는 않지만, 왠지 으슬으슬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그런 바깥 공기의 느낌에 미적거리다가 8시경이나 되어서 출발~~

그 요상한 바깥공기의 느낌이 무엇때문이었는지는 능선에 올라서서 알 수 있었다.

 

 

 

 

유군치. 추령에서 올라오는 호남정맥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첫번째 봉우리인 장군봉 접수.

 

 

 

 

장군봉에서 바라 본 마을의 설경에 그때까지 꾸리꾸리하던 기분이 눈 녹듯 풀리고 은근히 망해봉에서의 조망을 기대하며 기분이 수직상승되고 있었다.

 

 

 

 

앞에 케이블카 전망봉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내장사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보이는 서래봉의 모습.

아직까지 뿌옇게 보이고 있지만, 기상청에서 정오를 기점으로 구름걷히고 맑음을 예보하였던 터라 조망이 좋아질 것이라 믿어 본다.

 

 

 

 

연자봉을 지나 신선봉 바로 아래 신선약수 갈림길이다.

예전에 이 자리에서 점심을 먹다 벌에 쏘였는데, 벌침이 그렇게 아픈 줄 몰랐다. 그리고, 일주일을 넘게 고생했던 기억에 절대 잊지 못 할 장소이다.

 

 

 

 

 

 

 

 

까치봉으로 가는 길에 뒤돌아 본 신선봉과 연자봉.

어찌 기상청발표와 달리 더 뿌~ 해 진다.

 

 

 

 

 

 

 

 

까치봉을 300미터 정도 남겨 놓은 이곳에서 나는 능선일주방향으로, 다른 분들은 백암산을 오르기 위해 소둥근재 방향으로 헤어진다.

백암팀은 점심으로 한우꽃등심 만두국을 준비했다고 설레발을 치시기에 나도 제주직송 다금바리 회초밥과 그 국물을 우려낸 컵라면을 싸왔다고 맞불을 놓고...

 

 

 

 

 

 

 

 

갈수록 산행길은 사우나탕으로 변해만 가고 있고.... 아까 급상승했던 기분수치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계속 추락 중.

 

 

 

 

뭐 한게 있다고 다금바리를 먹겠는가?

준비해 온 다금바리(??) 초밥과 컵라면은 그냥 두고, 간단하게 아메리칸 스타일로 간식을 먹고 간다.

 

 

 

 

망해봉의 옆구리.

 

 

 

 

망해봉에서 지나 온 길을 쭉 조망해 본다.

 

 

 

 

 

 

 

 

내장저수지와 정읍방향의 조망... ㅠㅠ (석산저수지와 정읍시 신정동과 입압면 방향으로 수정합니다.)

오늘 기대했던 두가지 중에 하나가 망해봉에서의 조망이었는데... 글렀다.

나의 멘토이신 풍경소리님의 말씀에 따라 "기다려라!! 걷히지 않는 구름은 없다" 라는 말 하나만 믿고 산불감시초소안에 들어가 귤도 까먹고... 카톡도 보내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멘토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현재 기상상태를 보고하니, 기다릴 때가 있고 기다려도 안될 때가 있단다. 이건 구름이 아니라 대기온도 상승으로 인한 연무현상이니 어서 길을 떠나라고.. ㅋㅋ

역시 전문가였다. 나중에 하산을 다하고 귀가길에 오를 때까지 점점 더 짙어만 가던 연무현상이 맞았다.

 

 

 

 

툭툭 털고 불출봉으로 출발~~

 

 

 

 

한무리의 단체산행객들이 줄줄이 올라오는데 10분을 기다렸다.

 

 

 

 

아이젠 신은 발로 너무나 조심스러웠던 급경사 계단길.

발판은 왜 이리 좁게 만들어 놓은겨~~

 

 

 

 

불출봉 전망대.

 

 

 

 

 

 

 

 

 

 

 

 

오늘 보고 싶었던 또 한가지 풍경, 지붕에 눈덮힌 내장사의 전경이었다.

마침 부드러운 햇살이 산사를 비추고 있었는데, 역시 연무 때문에 깨끗하지가 못하다. 아쉬움....

 

 

 

 

불출봉에서 서래봉까지 1.3km 남은 것을 보고 잔뜩 여유를 부려 보는데, 길의 느낌이 능선이 아니라 하산하는 것 같다.

찜찜해서 핸드폰 GPS로 확인해 봐도, 마주 오는 분한테 물어 봐도 맞다고 하신다.

거의 산중턱 아래까지 내려 온 듯한 느낌의 이곳에서 다시 서래봉을 오르도록 등로가 우회되어 있었다.

서래봉까지 400미터 남은 지점... 이곳에서부터 지옥을 맛보게 된다.

 

 

 

 

 

 

 

 

이런 건 계단이라 부르는게 아니고 사다리라고 부르는거다.

그냥 직벽에 기대어 놓은 듯한 사다리... 그러니 발판 폭을 넓게 만들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려올 때도 뒤돌아서 내려서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백암팀과 시간을 비교해보니 한시간 이상 여유가 있다.

그다지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노니 뭐하나 싶어 가져온 초밥을 커피와 함께 먹어 치운다. 다금바리 국물을 우려낸 컵라면은 패스!!

 

 

 

 

벽련암의 전경.

 

 

 

 

이번엔 내장사와 함께...

이 장면을 끝으로 후다닥 하산길로 접어든다.

 

 

 

 

차량을 회수해서 백양사로 넘어 간다.

아침에 내장사로 들어 올 때는 5명이 한푼도 내지 않았는데, 혼자 백양사로 들어오면서 거금 7천원을 내니 무지 아까운 생각이 든다.

주차를 하고 연락을 해보니 백양사 900미터 남은 지점이란다.  그래서 백양사나 슬슬 구경하러 다시 등산화로 갈아 신고 나가 본다.

 

 

 

 

우리 멘토님...

 

 

 

 

가을 단풍철에 비해 많이 초라해 보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쌍계루의 모습이다.

 

 

 

 

 

 

 

백암사 팀들, 하산하자 마자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전해 온다.

내려온 김에 백대명산을 하나 더 찍으러 다음날 홍도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정말 못말리는, 그때그때 다른, 즉흥적인 사람들 같으니라구...

차라도 내 차를 몰고 왔으면 나한테 씨도 안먹힐 계획이었지만, 칼자루는 저쪽에서 잡고 있고 나는 칼날을 잡고 있으니 방법이 없다.

찰나의 순간 머리 속을 스치는 생각, 이미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상황에서 괜히 어설피 세게 나갔다가 더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분고분 정읍역까지만 태워달라 하고...

정읍으로 가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기차표 예약을 서두르고, 정읍역에서 나는 KTX를 타고 나머지는 해남으로... 오늘 두번째 바이바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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