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3. 19:04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3년 2월 2일
- 산행코스 : 광덕고개-백운산-삼각봉-도마치봉-도마봉-신로봉-국망봉자연휴양림
- 산행동무 : 아리, 솔맨, 펭귄, 산고파, 돌팍, 풍경소리
우리 동네 대표산꾼인 산고파님을 지난 날 광양 백운산으로 불러 내려 한치 앞도 안보이는 눈과 안개 속에서 막걸리만 장장 9병을 나눠 마시고 올려 보냈던 그 사건 이후로 복수의 칼을 갈고 계시던 산고파님이 드디어 여수의 두 분을 자신의 앞마당인 포천 백운산으로 불러 올리는 리턴매치를 성사시키게 된다.
아무리 앞마당이라 할지라도 숫적으로 열세에 놓인 산고파님을 지원하기 위해 나를 포함해 별 도움이 안되어 보이는 몇명이 합류를 약속하고, 산행 당일 러셀전문가이신 솔맨님의 깜짝 등장으로 어느 정도 서울팀과 여수팀의 균형이 맞는 듯 하다.
전날 밤차로 센트럴시티 터미널에 도착하신 여수의 짐승들 두 분... 그 밤중의 긴 여행길에 피곤할 법도 한데, 새벽 식당 문 열은 곳을 찾아 경부선 터미널까지 가서 상경기념주 한잔을 하고 잠시 찜질방에 들어가 눈만 붙이고 나왔다고 시작부터 기선을 제압하기 시작한다.
아침 06:30에 터미널 근처에서 술냄새 푹푹 풍기는 두 여수님들을 픽업하고, 이동으로 가는 길에 산고파 대장님을 비롯한 멤버들을 모시고 아슬아슬하게 이동터미널에 도착하여 다시 사창리향 버스를 타고 광덕고개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전날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눈이 다 녹아 씻겨 내려가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이쁜 상고대가 초입부터 반겨주고 있다.
날씨는 9시 이후부터 개인다고 했으니 기상청을 믿어 보고....
중간에 한번인가? 두번인가 주유를 하고... 걷다가 멈추면 어디선가 꼭 튀어 나오는 막걸리 한병. 징하다~~
여수 분들의 백운산 리턴매치 인증샷.
솔직히 평소의 산세는 광양 백운산이 훨씬 웅장하고 멋지지만, 이번 1:1 대결에서는 포천 백운산이 훨씬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을 인정해 주기 바랍니다~~
아까는 가벼운 주유, 이번엔 무거운 주유, 나중에 식사할 때는 만땅 주유.
정말 연비 떨어지는 사람들... ㅋㅋ
솔맨님 말마따나 요즘 세상에 누가 품격 떨어지게시리 땅그지처럼 바닥에 깔개 깔고 줏어 먹느냐는.... 고상하게 식탁에 올려 놓고 먹으니 왠지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
주유하는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백운산을 지나면서 드디어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고, 상고대가 파란 하늘을 만나 더욱 더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런 장면을 수없이 보셨을 아리님도 소프라노 음색을 자랑하시고, 여수 분들도 좋다 좋아~를 연발하시고... 지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설경이지요?
러셀 연습하시는지... 얌전히 발자국 나있는 길을 놔두고 공연한 힘을 쓰고 다니시는 솔맨님.
이날 밤엔 또 백두대간 들어가신다던데, 완전 체력짱!!!
포즈 잡는 건 솔맨님한테 한수 배우셔야겠습니다~~~ 그래도 이뽀요~~
조망 좋은 도마치봉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또 주변이 좀 복잡스럽기도 해서 미루고 진행한다.
나는 도마치봉과 도마봉에서의 시원한 조망이 참 좋은데, 아직 못 밟아 본 국망봉에서의 조망이 최고라고 한다. 그 넘의 국망봉...
도마봉의 정상 모습과 그 주변의 멋진 조망들.
역시 경기권 전문산악인이신 산고파님이 계시니 굵직한 주변 산군인 화악산, 명지산, 명성-각흘산, 광덕산 뿐만 아니라 그에 부속된 작은 봉우리 이름까지 하나 하나 다 불러 주신다.
앞으로 걸어갈 국망봉까지의 방화선길, 그 좌측으로 우뚝 솟아 든든하게 자리 잡은 경기최고봉인 화악산.
계곡 사이로 저 뒷편에 아련하게 보이는 명지산.
이쪽이 아마도 명성-각흘산 방향이었지 싶다.
이런 곳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그 기분... 그냥 신선이고 싶다.
아까 지나온 도마치봉을 배경으로~~
푸짐해도 너무 푸짐한 식탁.
혼자 다닐 때는 항상 빈티 줄줄나게 드시던 산고파 대장님께서 여수 손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 오신 임진강 참게를 넣은 통추어탕, 또 추어탕 못 먹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따로 준비한 의정부 부대찌게, 여수에서 손수 가지고 올라온 훈제오리와 머스타드소스, 그리고 각종 밑반찬과 다양한 주종.... 내가 가져간 맛뵈기 만두는 꺼내 보지도 못했다.
풍경소리님과 미리 약속한대로 나도 아까 반잔, 식사하면서 또 반잔의 막걸리를 마셨는데, 술은 원래 홀수로 먹어야 한다며 한번 더 먹어야 한다며 이따가 또 먹으란다.
술꾼들과는 말을 섞으면 나만 손해~~ 절대로 못 이긴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끄덕끄덕하고 넘어간다.
배가 터지게 때려 먹은 점심 덕에 몸이 무거워 겨우 걷고 있는데, 도마봉~신로령까지의 구간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질 않아서인지 러셀상태가 최악이다.
어제 비때문인지, 반쯤 녹다가 얼은 눈무더기는 딱딱해서 헤쳐지지도 않고 그나마 몇몇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걷다 보면 디딤발과 동시에 갑자기 무너져서 허벅지까지 빠지는 함정이 곳곳에 존재한다. 이걸 3~4번 콤보로 당하다 보면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게 되고, 또 빠질까봐 조심조심... 그래도 여지없이 빠지기 일수고...
이런 길이 신로령까지 계속되다 보니 다들 체력도 떨어지고 시간도 지체되고, 이번에는 꼭 밟아 보려던 국망봉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멀쩡한 길 놔두고 허리까지 빠지는 눈밭에서 또 뻘짓하시는 솔맨님.. 배불러서 점심 드신거 소화시키는 모양이다. ㅋㅋ
국망봉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보니 남은 막걸리를 다 어찌할꼬... 마셔 없애야겠지.
화악산을 마주하고 기를 모으는 중?? 근데, 겉보기와 다르게 몸이 좋다~~
나의 망사쑈를 공개한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라고 하긴 하는데... 내가 많이 손해본 듯한 이 느낌은 뭐지???
신로봉과 그 뒤로 뒤로 국망봉까지.
신로령에 도착한 시각이 이미 4시를 넘어 섰으니 애당초 국망봉까지 가는 것은 물건너간지 오래다.
그래도 좋다~~ 이 길이 좋고, 함께 한 사람들이 더욱 좋다~~
신로봉 위에서 영화찍고 계시는 여수 촌사람들...
오늘 절대 쉽지 않은 길에서 여러가지 준비하고 챙겨주시고 설명까지 해주신 대장님... 고맙습니다~~
삼세판이라고 했으니 다음 세번째 도전에선 저기 국망봉을 기필코 오르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며 눈도장 쾅!!!
여지껏 걸어 온 길과는 달리 신로령에서 국망봉까지 향하는 길은 러셀도 잘 되어 있고, 바닥도 잘 다져져 있으니 아쉬움이 더하다.
스스로 내림길에서는 잼뱅이라고 말씀하시는 대장님, 어느 정도 내림경사가 완만해지고 국망봉자연휴양림이 가까와지자 부리나케 달려 앞으로 나가신다.
왜 그런가 나중에 봤더니, 미리 예약한 이동갈비집에 전화를 해서 우리를 태우고 갈 차량을 불러 준비하신다고... 휴양림 정문을 지나니 저만치에서 카니발 한대가 트렁크 문을 열고 떡하니 대기중, 편안하게 식당으로 이동하여 또 배터지게 먹고 마시며 오늘의 이 즐거웠던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