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7. 15:23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0월 6일
- 산행코스 : 표충사-금강폭포-천황산(사자봉)- 천황재-재약산(수미봉)-사자평입구-고사리분교-임도길-표충사
- 산행동무 : 초록별, 레테, 펭귄, 양이레
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을의 키워드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라면 단풍, 억새일 것이다.
그 중에 또 억새라고 하면 단연코 영남알프스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간월재와 신불재의 광활한 은빛물결의 억새밭을 최고로 쳐 준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곳을 잠시 접어 두고, 그 옆동네인 재약산의 억새를 감상해 보러 떠난다.
입장료 두당 3,000원.. 아까워...
표충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기다리니 양이레님도 도착, 표충사 구경은 하산한 후에 하기로 하고 우선 산행길을 오른다.
하지만, 이 한장이 오늘 담은 표충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표충사에서 금강폭포 방향으로 오르는 계곡길,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움에 출발부터 시간을 소비해 가며....
오름길이 만만치 않다.
계속되는 경사에 너덜길까지... 설악의 오색오름길을 거뜬히 오르셨던 레테님도 힘들다고 헉헉거리신다.
천황산 정상에 올라 능선길에서 먹으려던 점심식사를 정상이 보이는 조망 좋은 바위 위에서 먹고 간다.
레테님이 준비해 오신 골뱅이소면국수, 거기에 양이레님이 한알한알 장인정신으로 구워 오신 달걀을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오늘 야생화는 안찍으려고 했는데... 배터지게 점심을 먹고 나니 걸음이 안걸어진다.
숨도 좀 돌릴겸, 보이면 한두장씩 찍고...
요녀석 단풍 들은 모습이 이뻐서~~
에효~~ 힘들게 힘들게 사자봉 정상에 올랐다.
산여인님이 저쪽 능동산 방향으로 좀 걸어 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과연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패스~
능동산의 반대편으로 우리가 진행해야 할 재약산 수미봉 방향을 조망해 본다.
신불산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인데 반해, 이곳은 주변 산세와 암릉과 어울어지며 곳곳에 박혀 있는 졸망졸망한 억새밭이 매력이다.
움푹 꺼진 천황재를 지나 수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뒤돌아 올려다 본 사자봉의 모습.
오늘 햇살이 많이 아쉽다. 억새의 진면목은 역광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인데... 햇님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 영 나올 줄을 모르고...
급기야 이곳 천황재에서 빗방울을 두알 맞기까지 했다.
펭귄님은 애써 위로하려는 마음이었는지 빗방울이 아니라 새똥일 것이라고 하시는데, 전혀 위로가 되질 않는다.
한 캔에 2,500원씩 하는 음료수 하나씩 마시고...
다음 주에 누구 누구는 저런 배낭을 메고 운문-가지산 비박종주를 하신다지?
정말 대단한 사람들... 난 배낭 들쳐메기도 힘들 것 같은데, 그걸 메고 험한 산길을 걷는단다.
재약산 수미봉으로 오르는 길.
역시나 오늘도.... 산에서의 시간은 왜 이리도 잘 가는지...
재약산에 오르기도 전에 벌써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해질녘의 바람이 몹시 차갑다.
얼른 인증을 마치고, 사자평으로 향해 내려간다. 사자평을 제대로 볼 수나 있을런지 걱정이다.
저 아래 보이는 희끗한 부분이 사자평 억새밭이라고...
이곳에서 직진을 했어야 했는데, 다들 아무 생각없이 잘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 가고...
이 길도 원래는 내림이 까다로운 구간이었는데 데크길이 만들어져서 많이 편해졌다고 양이레님이 설명해 주신다.
꼭 들려 보려고 했던 사자평 가는 길을 놓친 걸 알고 다들 실망..
최근에 조성된 영남알프스의 하늘억새길을 통해 이곳에서 사자평으로 연결되긴 하지만 다녀오기엔 시간이 늦었다.
어차피 너무 늦은 시각에 가봐도 멋진 광경을 볼 수 없었다고 위안을 하며, 잠깐 길을 따라 사자평 입구까지만 들어가 구경하고 나와 바로 하산길을 서두른다.
예전엔 차가 다니던 임도길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길이 많이 망가져서 곳곳이 꺼져 있었다.
이 길고 긴 임도를 따라 표충사까지 내려 가는데... 결국 렌턴 등장~ ㅋ
하산 후에 하기로 했던 표충사 구경도 못하고....
오늘 이 길을 걸어 보고 나니 역시 대부분의 산악회에서 잡은 코스가 가장 최적의 코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냇고개에서 시작하여 능선을 타고 능동산을 거쳐 천황산,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그 길.. 거리 상으로는 다소 길 수 있겠지만, 체력적으로는 그게 그거 아닐까 싶다. 차량회수하는 문제가 조금 걸리긴 하겠지만....
또 한가지 방법으로 얼음골에서 출발하여 능동산-천황산 사이의 능선에 떨궈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진행하는 방법도 괜찮지 싶다. 케이블카 대기시간이 조금 두렵긴 하지만, 걸어 오르는 시간이나 그게 그거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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