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2. 20:05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2년 8월 11일
- 산행코스 : 뱀사골와운마을-이끼폭포-묘향대-중봉-묘향대-뱀사골계곡-와운마을 (원점회귀)
- 산행동무 : 여수팀 - 돌팍, 풍경소리, 들꽃처럼
전주팀 - 숯댕이눈썹, 민순님, 빵신님
서울팀 - 아리, 솔맨, 펭귄, 몽몽, 산여인
총 12명.
원래 6월말에 가기로 계획되었던 그곳을 가기 위해 전국적인 산행모임이 성사 되었다.
포항팀까지 합류하였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사정이 있어서 아쉽게 되었고...
한국와 일본이 올림픽 축구사상 첫메달을 놓고 결전을 벌이기 시작하던 그 시각, 댁에서 실시간 문자중계를 맡아 주신 피터팬님의 "지금 시작~"이란 첫 문자를 받으며 와운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한시간 정도 걸어 미명 속에 이끼폭포입구에 도착하고, 날이 완전히 밝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그 틈을 타서 한쪽에선 사진놀이, 또 한쪽에선 간식와 막걸리 타임~~
한편으로는 한일전 축구결과가 궁금해 애가 타는데, 핸드폰이 안터진다.
피터팬님이 보내 주셨던 중계문자들은 한참을 지난 후 묘향대 오름길 즈음에 한꺼번에 몰아 들어와 지리산에 뒤늦은 환호성이 터져 나오게 된다.
이끼폭포입구까지 걸어온 뱀사골계곡의 등로는 정말 천국의 길이었다.
정규등로나 다름없이 길이 아주 잘 나있다는 풍경소리님의 말에 홀딱 속아 별 경계심 없이 접어 들었던 야생의 길은 정말 고통의 길이었다.
긁히고, 뜯기고, 미끄러지고... 요즘들어 잘 쓰지도 않던 스틱을 오랫만에 펴서 사용하다가 또깍하면서 손잡이부분이 부러져 버리고 말았다. A/S 받겠다고 부러진 하단부분을 배낭 옆에 잘 꼽아 놨는데.. 그건 또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손잡이만 덜렁 남았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땅만 보며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눈에 많이 익은 바로 이 장면이 펼쳐져 있다.
지난 주보다 오히려 수량이 줄어 든 것 같아 보였지만, 신비로운 장면은 틀림없어 보인다.
여지껏 잘 못 맞춰져 있었던 카메라의 세팅도 바로 잡고, 배낭과 바위지형물을 요리조리 활용하여 언제 또 볼지 모르는 그 모습을 담아 본다.
이끼폭포 앞에서 한참을 놀다가 묘향대를 향해 출발하는 길, 아쉬움에 다시 한번 뒤돌아서 담아 보고....
아리님 말씀에 의하면 예전에는 묘향대가 아주 신비로운 암자로 많은 사람들이 그 주변만 맴돌다가 못찾고 내려 오는 그런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나같은 사람도 찾아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니...
묘향대로 오르는 길은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고통이 계속되면 감각이 없어지나? 길 같지도 않은 그런 숲길을 헤치면서... 그것도 땅에 코를 박고 오르는 그 길은 무한한 인내를 요구하였다.
나는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빙긋이 웃는 돌팍대장님을 보니 약이 바싹 오른다.
스님이 가꾸신다는 텃밭을 지나니 숲길 너머로 묘향대의 모습이 보인다. 아~ 반가움.
묘향대에서 휴식을 취하며 석간수로 빈 물통을 채우고, 중봉을 향해 또 오른다.
중봉을 찍고 다시 묘향대로 내려 온다는 말에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하니, 징그러운 돌팍대장님께서는 중봉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니 그럼 굶어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신다. 에구구... 날 잡아 잡슈~~
중봉 헬기장에서 서울팀의 낙지볶음, 전주팀의 고기가 김치보다 더 많은 석간수김치찌개, 그리고 여수팀의 무쌈말이와 오리구이 등으로 푸짐한 식사를 배불리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진다.
중봉 아래 시원한 숲속에 혼자 들어가 자리를 깔고 잠시 누웠는데, 그 이후 기억이 없다.
땅바닥에 누워서 이렇게 편하고 깊이 잠에 빠져 본 적이 없는데... 묘향대로 다시 하산하는 길에 깨워주지 않았다면 해질 때까지 잤을 것 같다.
다시 묘향대로 돌아와 폭포수골의 박영발비트를 찾아 보고 하산하는 길과 삼도봉을 둘러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하산하는 길을 놓고 고민하다 길이 험해도 시간이 단축되는 전자의 하산길을 택해 하산시작.
일부 힘이 남아 도시는 분들은 이곳에서 박영발비트를 찾는다고 숲을 거슬러 오르시고... 나는 남은 몇몇 분들과 조용히 앉아 체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물만 만나면 신나는 솔맨님과 전주의 민순님.
머리엔 혹이 두어개, 팔과 다리엔 곳곳이 찍히고 긁힌 상처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뱀사골에 접어 드니 사지에서 살아 돌아 온 안도감이 든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두고 두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산행을 한 것 만은 확실한 것 같다.
와온마을을 약 10분 정도 남겨두고 드디어 나도 입수, 그 지긋지긋하게 코를 찔러 대던 땀냄새를 말끔히 씻어 내고 오늘의 힘들었던 산행을 마친다.
그 와중에 나의 알탕 장면을 훔쳐 보고 환호성인지 야유인지 알수없는 소리 지르신 분들... 관람료 징수합니다~
내 한 몸 돌보느라 겨를이 없어 오랫만에 만난 여수와 전주분들와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던 아쉬움을 그나마 뒷풀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눈다.
다음엔 쪼~끔 쉬운 코스로 가을 쯤에 다시 한번 날을 잡읍시다~ 저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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