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성문돌기

2012. 6. 3. 22:36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6월 3일

- 산행코스 : 효자파출소-시구문-원효봉-북문-보리사(알바)-약수암-위문-용암문-대동문-보국문-대성문-대남문-청수동암문-

                  부왕동암문-가사당암문-국녕사-중성문-대서문-산성매표소

- 산행동무 : 혼자

 

북한산에는 산성을 따라 성문이 줄줄이 있는데, 혹자는 중성문과 지금은 떠내려가서 없는 수문터까지 포함시켜 14성문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현재 존재하는 성문만 헤아려서 13성문, 또 다른 사람은 산성과 상관없이 한가운데 덜렁 있는 중성문은 제외하고 산성을 따라 만들어진 성문만 쳐서 12성문이라고도 한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그냥 그런게 있다 하는 것만 알아도 그만인 것을...

 

과거에 반시계방향으로 12성문 종주를 두차례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의상봉 오름길과 특히 마지막 힘이 빠졌을 때 북문 오름길에서 초죽음이 될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산여인님이 그와 반대방향으로 시구문부터 시작하는 13성문 코스를 알려주면서 그렇게 돌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하셔서 관심을 갖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 날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개뿔~~ 힘이 안들긴... 이래 도나 저래 도나 산성을 한바퀴 빙 돌아 오는데 힘이 왜 안들겠냐?" 이다.

하지만, 산여인님 말이 전혀 틀린게 아닌 것이 후반에 그다지 힘든 구간이 없어 조금 편한 맛은 있더라.

 

산여인님의 산행기를 꼼꼼히 읽어 보며 그 여인이 알바한 구간은 특별히 신경써서 메모까지 해 두고... 출발~~~

그런데... 사고는 원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고.... ㅋㅋ

 

 

 

 

 

그 여인 들머리를 제대로 못 찾아 출발부터 삐그덕 댔다던데... 나는 아주 매끄러운 출발이었다. 

 

 

 

 

얼마 오르지 않아 바로 나타나는 시구문에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지고.... 

 

 

 

 

그 옛날 얼마나 힘들었으면, 반대쪽에서 내려 오는 길에 이걸 보고 제발 시구문이었으면... 하며 바라다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면서 못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뒤돌아 보았던 기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원효봉에서...

 

 

 

 

바라본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라인.

 

 

 

 

이쪽은 맞은편 우측의 의상능선에서 문수봉을 거쳐 대동문까지 이어지는 라인.

 

 

 

 

지붕이 뻥 뚫린 북문. 

 

 

 

 

기억난다. 옛날에 이 길을 올라 오는데 눈알이 핑핑 돌았던 일....

그 길을 아직까지 쌩쌩한 다리로 신나게 뛰어 내려 가니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마치 고속도로의 반대편 차선이 꽉꽉 막힌 것을 보며 신나게 달리는 것 같은 느낌~~ 

 

 

 

 

근데, 너무 신난 나머지 백운대로 꺽어지는 길을 놓치고 산성계곡에 있는 보리사까지 내려와 버렸다~~ㅠㅠ

조금만 더 가면 이따가 국녕사에서 내려와 만나는 임도길이 나오는데.... 빈정이 확 상해 버리는데 다 때려 치우고 그냥 하산이나 할까?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한참을 갈등하다 내려 온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때부터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좌측 북문쪽 길에서 달려 내려오다 뒤로 돌아 서있던 표지판을 그냥 지나쳤구만....

 

 

 

 

 

 

 

 

김밥 한줄로 아침을 때웠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약수암 공터에 앉아 과일로 요기를 좀 하고... 

 

 

 

 

기분좋게 백운대까지 올라가 보려던 계획도 알바 한번에 별로 흥이 나질 않고... 그냥 다시 되돌아 대동문 쪽으로 걷는다.

 

 

 

 

백운대. 

 

 

 

 

작년 가을, 아리님이 아리님이 안내해 준 단풍길을 빠져 나온 곳. 노적봉 아래쪽. 

 

 

 

 

이곳도 단풍이 몹시 아름다웠던 길. 

 

 

 

 

용암문 앞에 앉아 점심으로 싸온 롯데리아의 대빵 큰 유러피안 프리코 치즈버거를 한개 꺼내 먹는다.

이제 이곳부터는 비교적 쉬운 능선길. 

 

 

 

대동문. 

 

 

 

 

칼바위 능선. 피터팬님이 이길도 재미나다고 하셨는데... 언제 꼭 걸어 보고 싶다. 

 

 

 

 

보국문. 

 

 

 

 

 

 

 

 

딴에 머리를 쓴다고, 점심 이후로는 햇살이 뜨겁고 강해서 주로 산성능선 옆으로 난 숲길을 찾아 걸었는데... 숲길에서 살짝 위로 올라 가야 만날 수 있는 대성문을 지나쳤다.

느낌이 이상해서 마주 오는 사람한테 물어 보니 앞에 있는건 대남문이라네..ㅠㅠ

이미 포기하긴 늦었고, 또 뒤돌아 대성문까지 가서 기어이 찍고 온다.

 

 

 

 

대남문. 

 

 

 

 

청수동암문. 여기까진 성문이 금방 금방 나오니 그나마 힘이 덜 들었는데... 의상능선에 접어 들어가는 이제부터가 힘들 때다.

 

 

 

 

산여인님이 알바했다는 의상능선으로 접어드는 구간도 주의를 기울인 덕에 잘 찾아 가고... 앞에 보이는 의상능선.

 

 

 

 

그 좌측으로는 지난번 세친구가 걸었던 비봉능선. 

 

 

 

 

백운대와 만경대, 그 뒤로 인수봉, 앞으로는 노적봉이 웅장하고 멋진 자태을 보여 준다. 

 

 

 

 

 

 

 

 

부왕동암문. 이제 용혈, 용출봉만 넘으면 고생 끝이다.

 

 

 

 

 

 

 

 

강아지 바위. 

 

 

 

 

 

 

 

 

작지만 잘 빠진 용출봉. 

 

 

 

 

사실...요 사진 안찍어도 되는데, 정상목 앞에 자리펴 놓고 노는 모양이 거슬려서 심술부린다고 일부러 비집고 들어가 여러장 찍고 나왔다. 

 

 

 

 

의상봉. 저길 안가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가사당암문. 

 

 

 

 

국녕사의 엄청나게 큰 부처님. 이곳은 차도 안올라 오는데...어찌 만들었을까? 궁금하다.

 

 

 

 

중성문. 계곡의 임도와 만나는 길에서 약 300미터 정도 올라왔다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마지막엔 이것도 힘들다. 

 

 

 

 

 

 

 

 

오래된 상가건물들을 철거하더니 깔끔한 북한동역사관이 생겼다.

옆에 있는 화장실엔 에어컨도 달려 있드만.....

 

 

 

 

마지막 대서문.

 

 

 

내가 간이 부었지...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계획하기로, 산행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원당종마공원에 들려 해질녘의 풍경을 담아 보겠다고 대포카메라를 따로 챙겨 가지고 나왔는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한개, 파워에이드 한병, 캔커피 하나 사들고 주저 앉아 다 먹고 천천히 일어나 한 정거장 떨어진 효자파출소 앞에 차를 찾아 곧장 집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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