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

2011. 12. 11. 22:23일상에서...

2011년 12월 11일

 

나는 만두귀신이다.

 

각양각색의 만두를 모두 다 좋아하고, 40이 넘는 평생 먹어 온 음식 중에 거의 유일하게 연짱 먹어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명절연휴기간 중에 3일내내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를 번갈아 가며 먹으며 지냈던 적도 있을 만큼...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이 나의 특별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군만두.  사실은 우리 엄마한테서 전수받은 방법이지만...

 

음식 맛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재료다.

내가 알고 있는 최상의 재료는 우리 엄마가 직접 빚은 이북식 만두.

어릴 적엔 내가 옆에서 주전자 뚜껑으로 콕콕 찍어서 직접 만든 만두피를 사용했었는데, 요즘은 엄마도 마트에서 파는 것을 사서 하시더라.

일년에 몇 번, 내 생일날, 그리고 명절날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립다.

매번 해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마트에서 판매하는 냉동군만두를 거의 다 섭렵해 본 결과, 나한테 가장 큰 점수를 받은 것이 백설군만두였다.

 

요리 전에 필요한 것은 코팅이 잘 된 후라이팬과 뚜껑.

충분한 양의 식용유를 두르고, 냉동된 상태의 만두를 다소 빼곡하다 싶을 정도로 채운다.  경험상 듬성듬성하면 맛이 떨어진다.

약한 불에서 뚜껑을 덮고 서서히 열을 가하며 해동을 시킨다. 

 

 

 

 

어느 정도 만두에 열기가 전달이 되면, 차가운 물을 만두몸통 절반 이상이 찰만큼 순간적으로 붓는다.

이 과정에서 만두피가 쫄깃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뚜껑이 있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때, 기름에 찬물이 갑자기 섞이면 사방팔방으로 튀기기 때문이다.

 

 

 

 

뚜껑을 덮고, 불의 세기를 최대로 조절한 후 물이 쫄아들기를 기다린다.

 

 

 

 

바닥에 물기가 자박자박해질 무렵부터는 다시 불길을 약하게 놓는 것이 좋다.

그래야 만두바닥이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익기 때문이다.

그리고 뚜껑을 덮어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사진처럼 만두 속에 바람이 탱탱하게 들어가 만두피가 쪼그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뚜껑을 열어 두면 만두피가 만두속과 달라붙어 맛이 떨어진다.

 

 

 

 

수시로 뚜껑을 열어 살펴보다가 만두 바닥이 노릇하게 익을 무렵 불을 끈다.

후라이팬 바닥에 달라 붙은 넘이 있는지 확인하고, 달라 붙은 것이 있으면 숟가락 같은 것으로 떼어 놓는다.

 

 

 

 

후라이팬 크기와 비슷한 접시를 거꾸로 뚜껑 덮듯이 한 다음 뒤집으면 완성.

사실,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귀찮기 때문에 대충 젓가락으로 하나씩 집어 내서 접시에 담는데 이번엔 사진의 비주얼을 위해서 정통방식을 취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만두의 바닥이 위를 향해야 한다는 점.

반대로 하면 접시 바닥에 습기가 차올라서 바삭바삭한 만두바닥의 식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만두피 바닥의 바삭바삭함, 반대쪽 등판의 쫄깃함, 그리고 만두속에는 중국집 만두의 느끼한 기름이 아닌 담백한 수분으로 이우러진 풍부한 육즙... 3박자가 완벽하게 어울어진 맛이다.

한창 때에는 이렇게 두판 이상을 먹었는데... 요즘은 두판은 버겁고, 한판이 약간 얌얌한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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