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서 칼바람 맞기

2011. 12. 11. 01:39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1년 12월 10일

- 산행코스 : 희방사매표소-희방폭포-희방사-연화봉-비로봉-삼가매표소

- 산행동무 : 레테, 솔맨, 펭귄, 몽몽, 산여인, 가을향기, 양이레, 샷마스타, 강선수

 

지난 주말 선자령에서 눈꽃산행의 진수를 맛보고 재미가 들어 소백산에 또 한 번의 눈꽃산행을 나선다.

포항의 양이레님까지 오시기로 하고, 서울에서도 대인원이 차량 두대에 나누어 타고 한껏 기대에 부푼 마음에 차로 이동하면서부터 시끌시끌하다.

소백에 눈이 많이 내렸을까? 하는 우려는 풍기에 들어서며 소백의 꼭대기가 보이면서 완전히 사라지고, 빨리 그 눈밭을 밟을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소백의 날씨...눈발이 날리다가도 어느 지점에선 햇살이 잠시 나오며 파란하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기도 한다.

 

희방사매표소에서 멀쩡하던 날씨가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 와중에 산행을 시작한다. 

 

 

 

 

 

 

 

 

 

 

 

7부능선 위로는 완전한 눈꽃세상이 펼쳐진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안개구름 속에서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화봉에 올라서는 순간부터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소백의 칼바람...

생각했던 만큼 뼛속을 에이는 듯한 강도는 아니었지만, 비로봉까지 향하는 능선길 내내 왼쪽 볼따구를 두들겨대는 집요함에 결국 비로봉을 약 2킬로 정도 남겨둔 지점부터는 정신줄을 놓고야 만다.

 

 

 

 

 

 

 

 

가끔은 구름이 걷히는 듯하다가도 이내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 들고... 

 

 

 

 

나는 칼바람 때문에 정신이 없어 기절할 지경인데, 또 한편에서는 눈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기절 일보 직전의 한 분. 

 

 

 

 

 

 

 

 

 

 

 

 

지속적인 잔펀치와 가끔 한방씩 날라오는 강펀치를 번갈아 맞기를 수십차례...

결국은 항복하고 도망가는 중이다. 카메라 꺼내는 것도 귀찮고,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당면과제. 

 

 

 

 

뒤도 안보고 비로봉까지 내달려 이 한장 남기고 삼가리 주차장으로 혼자 떨어진다.

딱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부터 잠잠해지기 시작하는 바람....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김이 얼어붙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경도 정비하며 한숨 돌리니 어느덧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오늘도 일몰과 함께 하산이다. 

 

 

 

이제 눈꽃산행이 지긋지긋해진다.

겨울지리종주는 이미 지난 주에 접었고, 오늘은 삿가북계삼인지 몽가북계삼인지에서 "삼"자를 완전히 지우기로 결심한 날.

다음 주에는 따뜻한 남쪽나라에서의 산행이 그리워진다.

에구구~~ 어찌나 몸을 움츠렸던지 목덜미와 어깨죽지가 천근만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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