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8. 23:23ㆍ산행일기
어제밤, 2011년 11월 26일 21:00.
관악역 앞에서 세분의 특전사를 배웅하고....
그 세명이 컴컴한 산길을 걷는 동안 나는 집에서 편하게 자고, 날이 밝아 아침 7시경에 눈을 떴는데 와 있어야 할 문자메시지가 안보인다.
청계산을 이미 접어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찌어찌 늦어졌다 해도 관악산 하산후 사당에서 보내기로 한 문자도 없으니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내니 솔맨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만만하게 봤던 우면산이 숨은 복병이 되어 한방 제대로 먹고 한참을 알바하다가 이제 청계산 올라가기 시작한다고...ㅋㅋ
도착예정시각을 대충 계산하고 미리 하오고개로 나가 미리 봐 두었던 자리에 차를 대놓고 3인의 특공대와 그들을 응원하러 나오신 2인의 응원산행팀들 보급품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후두둑 쏟아지는 빗방울에 깜짝 놀라 끓이던 음식들을 차 안에 들여 놓고 있는데, 다행히도 금방 지나가 버리는 비다.
금테액자를 둘러야 마땅할 것이라 스스로 생각해 본 사진.
내가 준비해 온 음식들을 다들 맛나게 드셔 주시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엄청 뿌듯한 마음~
기분이 좋아서 나도 막걸리 한사발 마셨다가 술이 올라 한동안 헤롱헤롱, 식사 다하고 다들 다음 목적지인 바라산으로 출발한 이후에도 약간의 취기가 남아 운전도 못하고 어슬렁거리기만...
나의 다음 일정은 광교산 노루목대피소에서 그들과 합류하여 종주의 끝길을 함께 하는 것이다.
반딧불이 화장실 맞은 편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2시간 걸려서 의정부에서 응원나오신 아리님을 만나 택시로 상광교 버스종점 항아리화장실로 이동하여 노루목으로 곧장 올라 간다.
아리님은 이렇게 스산한 늦가을, 초겨울의 풍경이 좋다고 하신다.
솔직히 난 별론데...ㅋㅋ
버스 종점에서 한시간이면 올라 올 수 있는 노루목대피소.
이곳에서 종주팀을 기다린다.
산여인님과 산고파님이 도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솔맨님, 그리고 잠시 후 응원산행팀인 피터팬님과 소울님까지 모두 다 모였다.
도착하자마자 배낭도 벗기 전에 술부터 찾으시더니, 한잔 들이키시고는 안정을 취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신 산고파님.
산행내내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솔맨님의 귀뜸. 원래는 술고파님이 아니셨을까 생각해 본다.
싸가지고 오신 과일을 건내주며 산여인님 챙겨주시는 아리님.
파마머리가 잘 어울리시는 피터팬님,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 그 앞에서 발가락 관리하시는 솔맨님..
청계산에서부터 중간에 합류했다고 하지만, 그 것만으로도 만만찮은 거리인데... 어째 이리 흐트러짐이 없이 깔끔한지....은근히 독종이신 소울님.
피터팬님과 소울님은 임무를 완수하시고 노루목에서 내가 올라온 길로 바로 하산하신다.
여기서부터는 나와 아리님이 함께 발을 맞추어 가는데, 어찌 40킬로를 넘게 걸어 온 사람들 쫓아 가는게 이리 힘들까 싶다.
대체적으로 내리막길인 남은 6킬로를 땀을 찔찔 빼가면서 그나마 힘들게 쫓아는 간다.
내가 그렸던 그림은 그게 아니었는데... 힘 다 빠진 종주팀 오르막 바위 위에서 손도 잡아 주고 하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이것도 금테 둘러야 마땅하다 생각되는 사진이다.
장난꾸러기 솔맨님.
혼자 산행하시면서도 저렇게 노실 것이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ㅋㅋ
형제봉.
2주전, 내가 청광종주할 때 수리 중이었던 반딧불이 화장실의 공사가 끝났는 모양이다.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삼.관.우.청.광. 종주 산행이 마무리 되는 순간에 내가 함께 있을 수 있는게 뿌듯하고 행복하다.
내가 2주 전에 이 자리에서 느꼈던 그 감동이 산행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들과 그것을 공감할 수 있었기에....
반딧불이화장실 옆에 있는 식당에서 모듬바베큐로 뒷풀이를 한다.
그 못말리는 사람들... 방금 전까지 힘들어 죽겠다고 하더니 또 이 자리에서 56킬로짜리 이름도 못들어 본 종주길을 들먹거린다.
그 외에 나를 생각해 준다고 조금 짧은 코스라며 "몽가북계삼"인지 "삿가북계삼"인지를 제안하는데... 대답하기에 조심스럽다.
어설피 반응했다가 단단히 코가 꿰였던 경험을 방금 마쳤기 때문이다.
멀어서, 개인일정 때문에 직접 나오지는 못했지만 또 전화로, 문자로 응원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
이렇게 여러분들로부터 진심어린 응원과 완주에 대한 축하를 받고 있는 그들은 인생을 잘 살고 있는게 분명하다.
풍경소리님이 제안해 주셨던 A4용지에 삼.관.우.청.광. 한글자씩 커다랗게 써서 들고 기념사진 찍으라는 그 말씀도 솔직히 쪽팔려서 실행은 못했지만 다 전해 드렸다.
불수사도북에 이어 삼관우청광까지 접수하신 솔맨님, 산여인님, 산고파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우정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더 큰 바램입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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