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9. 23:54ㆍ여행일기
이번 주 산행은 모두 각개전투다.
나 또한 장모님 생신이 끼어 있어 시간을 넉넉하게 뺄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지난 주말 혼자서 빠지고 집에서 남들 올리는 사진이나 보면서 울분을 삼켜야 했던 동강의 할미꽃을 홀로 보러 가기로 결심한다.
알아 본 정보에 의하면 정오가 지나야 햇살이 들어와 꽃잎이 벌어진다고 하니, 오전에는 근처의 아우라지에서 잠시 시간을 때우고 귤암리와 문산리, 두군데를 들려 보기로 계획을 세운다.
아우라지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얼음치 모양의 카페이다.
철길을 건너 가면 공원이 있는데, 좀 썰렁하다.
새로 산 마모트 바람막이 자켓을 걸치고 한 컷 박아 준다.
가볍고 화사한 색깔이 잘 고른 듯 하다. 그런데, 수입품이라 그런지 지퍼 방향이 반대이고 팔이 좀 남는다...ㅋㅋ
구절리역에서 출발한 레일바이크 팀들이 속속 아우라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언젠가 1박2일에서 타는 것을 봤는데, 코스 주변의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3군데의 동강할미꽃 자생지 중에 귤암리가 햇살이 가장 늦게 들어 온다는 말을 듣고 문산리를 먼저 들리려고 했으나, 이동 동선이 맞지 않아 할 수 없이 귤암리를 먼저 들린다.
귤암리는 대부분의 지형이 직벽으로 되어 있어 밑에서 당겨 찍을 수 있는 고배율 망원렌즈가 필수적이었고 일부 열성진사님들은 사다리를 이용하여 직벽에 붙어 촬영하기도 한다. 내 렌즈의 줌 성능으로는 천상 바위를 기어 올라가 꽃에 접근을 하여야 했기에 아픈 어깨에 무리를 해 가면서 올라가 그나마 몇송이를 담을 수 있었다.
MRI 찍느라 날려 버린 슈퍼줌렌즈 생각이 또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동강 고랭이와 돌단풍.
밑에서 멀리 올려다 보니, 이 곳 귤암리에만 서식한다는 흰색 할미꽃 처럼 보이는 것이 절벽 위에 있다.
기를 쓰고 약 5미터 높이의 직벽을 기어 올라가 요리조리 담아 보고 밑을 내려다 보니 낯 익은 분이 왔다 갔다 하신다.
바로 이 분!!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딱 걸리셨다..ㅎㅎ
게다가 때 맞추어 잘 나타나셔서, 어찌 어찌 올라는 갔으나 내려가지 못해 쩔쩔 매고 있는 나를 발받침을 만들어 내려도 주시고...
근데, 목숨을 걸고 올라가 담아 온 것이 흰색 할미꽃이 아니라고 하신다. 허무~~~ㅋㅋ
상록님이 담아 주신 사진. 잘 부서지는 석회암 재질의 바위절벽에 어정쩡하게 자세 잡고 촬영하느라 다리에 쥐 날 뻔했다.
주차장 옆에서는 모 사진동호회의 야생화 사진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구경을 한다.
고마우신 상록님...여기서 점심도 사주시고... 사진 이야기도 많이 해 주시고...
오늘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상록님과 함께 문산리로 자리를 이동한다.
문산리는 동강레프팅의 출발지라서 보트모양의 조형물이 입구에 세워져 있다.
근래 참 보기 힘든 장면인데...소에 쟁기를 걸어 밭을 갈고 있었다.
이곳 문산리는 할미꽃을 다른 곳에서 옮겨와 이식시켜 놓은 서식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사람들 발길이 닿는 곳에 피어 있어 손을 많이 타서 깨끗한 송이들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끝물이라서 이미 시들어 버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쁜 할매들이 없으니 돌단풍이라도...
도도하기로 유명한 동강할미꽃도 나이가 많이 드시니 고개를 숙이시나보다. 유난히 고개 숙인 분들이 많이 보인다.
7시까지 집에 들어가 가족들과 함께 처가집으로 이동하여 하룻밤을 자기로 했는데...아무래도 늦을 것 같다.
문막휴게소에서 상록님을 다시 만나 아이스께끼 한개씩 까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도 참 자~알 간다.
좀 늦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도착하려고 서둘러 차에 올라 타는데.... 시동이 안걸린다.
밧데리도 확인해 보고, 휴즈도 점검해 보고...30분을 넘게 고민하다가 보니 미션이 D에 걸려 있었다.
보험사 긴급출동 부르려고 했는데...개망신 당할 뻔 했다. 아무도 안 볼 때 혼자서 삽질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운전경력 30년의 베스트 드라이버 칭호가 무색해진다.
결국, 집에 전화해서 먼저 처가에 가 있으라 하고, 나는 내일 아침에 건너 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