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6. 22:54ㆍ일상에서...
출장 다녀온 바로 다음날 팔공산행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시차 때문에 다음날 새벽녘까지 잠을 못 이루다 겨우 잠이 들어 일요일 아침 깨어 보니 정오다.
하루 다 날라 갔네... 부시시한 얼굴로 커피 한 잔 타가지고 와서 컴퓨터를 켜고 이것 저것 들여다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 항상 사다 먹는 간장게장은 이천에서 가져 오는데, 순간적으로 어제 펭귄님이 잠깐 언급했던 한택식물원과 생각이 연결이 되어 버린다.
이미 2시를 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찬찬히 둘러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복수초 만이라도 보고 나오자는 생각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3시 조금 못 미처 출발, 열심히 악셀을 밟아 달리는데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아 4시가 채 안된 시각에 한택식물원에 도착 한다.
예전에 가 봤던 남산식물원, 서울대공원 식물원 같은 온실을 상상하고 갔는데, 실제로 본 것은 몇개 되지 않는 온실보다는 야외에서 자라 나는 식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것이 조그마한 산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산 이름이 비봉산, 그 기슭에 식물원을 조성한 것이었다.
흐리고 구름이 많은 날씨였지만, 그래도 간간히 비추는 햇빛은 확실히 겨울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양지 바른 곳에 웅크리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를 깨워 모델을 부탁하니 귀찮은 듯이 하품을 한 번 하고는 또 잔다.
앉은부채가 이제 막 땅을 뚫고 올라 오기 시작한다. 주둥이 안에 품고 있는 알맹이를 봐야 하는데...입을 좀 더 벌리고 있는 넘이 없다.
새끼 손톱보다도 작은 장미꽃 같이 생긴 것들이 잔뜩 자라고 있는 군락지를 발견했다.
집에서 한택식물원의 복수초 사진을 이미 보고 왔기 때문에 열심히 탐방로 주위를 둘러 보며 걷지만, 아직은 날씨가 덜 풀린 상태라서 복수초는 커녕, 야외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꽃은 하나도 없었고, 겨우 조그마한 싹들이 땅을 뚫고 올라 오기 시작하는 정도였다.
복수초라는 팻말이 꼽힌 곳에서도 복수초를 볼 수 없었다.
한바퀴를 다 돌면서 몇몇 온실도 구경하고 출구가 가까워지는데도 복수초는 보이질 않는다. 해는 이미 기울어 가고 있는데...
출구에 가서 직원들한테 물어서라도 꼭 복수초를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는 찰나, 계곡가에 노란색의 한무리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 온다.
거꾸로 돌았으면 처음부터 발견했을 것인데....아니, 오히려 이렇게 애태우다 마지막에 발견을 하니 더 반가운거야~~
이곳 한택식물원에는 삼각대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손각대에 의지해서.. 그것도 광량이 부족한 해질 무렵에 담다 보니 흔들리고 촛점이 원하는 위치에 맞지 않은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건진 몇장들...
조그마한 고릴라 삼각대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주위에 놀러 나와 구경하던 사람들한테 잘난 척도 좀 하며, 한참을 복수초 밭에서 놀다가 출구로 나오니 기념품 가게와 연결이 되어 있다.
그 곳에 진열된 미니어처 가구들과 상품들을 담아 본다.
역시 야생화는 찾아 헤메이다 발견한 넘을 흙바닥에 납작 업드려 찍어야 제맛인가 보다.
온실에서 곱게 자라고 있는 것들은 담으면서도 별로 흥이 나질 않고, 그다지 정이 가질 않는다.
그래도 비싼 입장료 내고 들어가 담아 온 외래종 식물들 중에 이쁜 것들 몇 장 올려 본다.
한택식물원을 나와 이천에 있는 간장게장집에 가서 크고 튼실한 넘으로 세마리를 포장해 달라고 하니 단골이라고 작은 넘 한마리를 껴준다.
이 집은 포장주문을 하면 꼭 물어 보는 말이 언제 먹을거냐는 것이다.
담근 날로부터 가장 맛이 좋은 날이 되는 분량이 다 팔리면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 먹는다 그러면 오늘 것, 내일 먹을거라 하면 내일 팔 것에서 빼와서 포장을 해 준다.
청양고추로 매콤하게 양념을 한 게장의 맛에 밥두공기가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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