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22/01/08-왕이메오름

2022. 1. 21. 15:08여행일기

새별오름이 가까이에 있긴 하지만, 가 본 곳이기도 하고 차로 지나가며 보니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던 장면이 생각나 썩 땡기진 않는다.

요것조것 찾아 보다가 안가본 곳 중에 이름이 끌리는 왕이메오름으로 선택했다.

강화 마니산을 수차례 다녀 오면서도 기를 받았다 느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아무튼 왕이메오름도 뿜어 나오는 기가 무척 강한 곳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아덴힐CC 정문을 지나 천천히 둘러보며 운전하다 보니, 길가에 차 한대가 덩그라니 세워져 있고 안내 입간판이 보였다.

 

 

입구에서 몇발짝 걸어 들어가니 제대로 된 안내도가 또 있었다.

 

 

이곳이 아마도 분화구 자리인 듯.

 

 

그리고 또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입구 안내도 이후로 아무런 표식을 발견할 수 없었고 네이버지도에 표시된 탐방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길이 이어져 있었다.

눈에 보이는 탐방로 외에는 다른 길도 보이지 않고, 잡목이 우거져 있어 뚫고 지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미심쩍은 마음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냥 길을 따라가 보기로 하고, 걷다 보니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장소까지 왔다.

다시 지도를 열어보니 정상은 제대로 찾아 온 듯.

오름길 내내 그랬고, 정상에도 잡목이 많아 조망은 거의 없었다.

내가 입간판에 때가 잔뜩 낀 채로 서있는걸 보고 알아 봤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은 다 이유가 있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빙 돌지 말고 네이버지도를 따라가 보자. 여기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지도와 실제길이 어긋나기 시작할 즈음, 지도방향으로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 보였다.

그렇게 원래의 길을 무시하고 한참 내려 가는데, 점점 잡목이 걸리적거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뒤돌아 나오려는데, 내가 들어온 길이 어느쪽인지도 모르겠고...

이제부터는 지도고 뭐고, 한발짝 움직이기 용이한 방향으로 밖에는 진행할 수가 없다.

저쪽으로 가면 아까 걸어 왔던 길일 것 같은데, 그쪽으로는 도저히 헤치고 나갈 수가 없다.

 

 

 

5분이면 내려올 거리를 30분을 넘게 숲속에 들어가 개고생을 하다가, 아끼던 청바지는 다 뜯기고... 간신히 분화구자리로 되돌아 왔다.

언젠가 팔공산에 갔다가 혼자 지름길 찾겠다고 비슷한 고생을 한 적이 있었지.

그냥 눈에 보이는 길을 단순하게 따라가면 될 것을, 쓸데없이 잘난 척을 해가며 GPS 활용한다고...

왕복 30분도 안걸리는 오름에서 알바하는 넘은 너밖에 없을거다.

 

 

 

 

 

안내도 옆에 세워진 막대기라도 들고 갔으면 그나마 좀 수월했을텐데...

 

 

쌩고생을 하고 나오니 배도 고프고, 한림에 맛있는 짬뽕집이 있다고 하여 달려가 본다.

3시가 조금 안되어 식당에 도착했는데 문이 잠겨 있고, 유리창 너머로는 오픈식 주방 안에서 열심히 면반죽을 하고 계신 사장님이 손짓으로 영업 안한다는 듯한 표시를 하신다.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3시부터 브레이크타임이라고 적혀 있네. 되는 일이 없구만 오늘.

 

다른 먹거리를 이리저리 검색해보다가 눈에 딱 띄는 메뉴를 발견했다.

하우스메이드 그릭요거트볼.

이란출장을 다니다가 오리지날 플레인요거트에 맛을 들여 집에서도 단맛이 쏙 빠진 요거트만 사다 먹곤 했는데, 좋을 것 같아 카페 그루브를 네비에 찍고 달려간다.

덤으로 물빛 좋다는 협재해변에서 비양도를 바라보며 폼나게 먹어 보자.

 

 

 

 

 

그릭요거트볼. 생각보다 단맛이 너무 강했다.

 

 

2층으로 올라선 순간 물빛이 역시~~ 했는데, 어떤 집의 지붕이라는 것을 금세 알았다.

느긋하게 카페에 앉아 지난 사진들을 노트북으로 옮기고, 쭉 한 번 리뷰도 해가며 혼자 히죽거려 보기도 한다.

 

 

숙소로 돌아와 넷플릭스 지옥을 한편 때리다 보니 배가 고프다.

올레시장의 피크타임 구경도 할 겸, 간단한 먹거리 사다가 방에서 티비보며 먹어야지.

세상에나~ 이 시국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뭉쳐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아까 왕이메오름에서 잡목 헤치듯이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 겨우 땅콩만두 두 팩 사들고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