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3. 17:44ㆍ여행일기
오늘 일정의 중심은 애월 수산리의 물메밭담길이다.
그리고, 지난번 먹으러 갔다가 브레이크타임에 걸려 못먹었던 짬뽕을 밭담길 걷기 전에 일찌감치 먹으러 가 본다.
비주얼은 평범해 보이지만, 해산물이 신선했고 적당한 불맛도 풍겼다.
국물도 적당히 매콤했고, 무엇보다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맛이었다.
과묵해 보이시는 주방장님(아마도 사장님이신 듯)은 무협지 속의 은둔고수 같이 여유로운 몸놀림 속에 조리하시는 모습은 프로 같은, 묘한 느낌이 풍겼다.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것은 식사하고 나가는 손님들 중에 주방장님 건강을 위하는 말씀을 건네고 가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는데, 그게 참 듣기 좋았다.
총거리 3.3킬로미터의 물메밭담길, 오늘도 수산리복지회관을 기점으로 시작해 보려고 했지만, 복지회관의 공사 때문에 주변도로까지 너무 복잡하여 조금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시작한다.
카페 이름이 "VOLSUROK JEJU", 무슨 뜻인가 한참 들여다 봤다.
이곳에서 물메밭담길의 경로에 올라선다.
지난번 난미밭담길 처럼 눈동자 모양의 이정표가 길 곳곳에 잘 갖추어져 있다.
특별한 것 없는 그냥 시골길인데, 왜 이렇게 신이 나고 기분이 좋은건지...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혼자서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송이들이 줏어다가 요리조리 돌담에 끼워 넣고 사진을 찍어 본다.
마음에 안든다고 다르게 꼽아 보기도 하면서 소소한 놀이에 빠져 보기도 한다.
이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겠다. 시래기~!!
물메밭담길에는 이런 석판에 새겨진 시들이 길가 곳곳에 보였다.
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20여개는 족히 되어 보였다.
정말 조그마한 언덕에 올랐을 뿐인데, 동네가 한눈에 보이고 바다까지 조망된다.
수산저수지 뚝방길.
어느 집 정원에는 아주 정성들여 쌓아 올린 것 같은 돌탑이 여러개 보였다.
이 집도 벽을 돌로 쌓아 만든 모양인데, 정말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쌓는건지 한 번 보고 싶었다.
수산리 곰솔이라고, 수령은 약 4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요즘 핫한 수산봉 그네 포토존과 수산봉 정상 가는 길이 이 근처였는데,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
진짜 음표는 곳곳에 있었다.
밭작물 선생님께서 먼저 집으로 돌아가신 바람에 알려 주는 사람이 없으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기어이 사진을 찍어 알만한 사람들한테 물어 보니,
콜라비.
우리가 샐러드 해먹는 재료인데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고.. ㅋㅋ
약 한시간 정도 지나서 생각이 났는지, 케일이라고 알려 왔다.
귤밭을 지나는데,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 자세히 보니 귤수확을 하고 계셨다.
공사중이던 수산리 복지회관.
주차하기에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노인복지회관이 공간이 넓어 더 좋아 보였다.
차로 돌아와서, 수산리까지 왔으니 SNS에서 유명하다는 수산봉과 그네 포토존을 들려 봐야지~ 하며 지도를 켜봤더니, 그제서야 아까 지나 온 곰솔 근처인걸 알았다.
에라이~!! 지금 차몰고 거기까지 또 가면, 사람들이 내가 몰라서 그냥 지나친걸로 오해할거 아냐?
그냥 별로 볼거리가 없어서 일부러 지나친 거라구.
물메밭담길 3.3킬로, 남들 4~50분이면 걷는 것을 두시간 동안 걸었더니 갈증도 나고 단 것도 땡기고,
해변가 달자카페로 자리를 옮겨 달달한 아이스연유라떼를 한 잔 마시면서, 사진정리도 하고 밀린 업무도 처리하고...
숙소 근처의 맛집을 검색해 보다가 발견한 천일만두.
비주얼이 엄마가 생전에 해주시던 야끼만두와 흡사하다.
저렇게 만드는 방법을 알지만, 냉동만두로는 절대로 저 모양이 안나오드만.
만두피 서로 붙지 말라고 바른 밀가루가 물에 녹고 그 물이 졸아 들으면서 기름에 튀겨져서 이런 모양이 나오는데, 그래서 생만두로 해야 잘 나오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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