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7. 12:07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6년 2월 14일
- 산행코스 : 황골-입석사-비로봉-사다리병창-세렴폭포갈림길-구룡사
- 산행동무 : 샷마스타, 강선수 외 평촌제일산악회원님들
세번째 참석하게 되는 평제산악회의 정기산행이다.
이번엔 산고파님이 사정이 생겨 불참한다고 해서 혼자 어색하게 노는거 아닌가 했는데, 쫄병 둘이 따라 온다고 하니 훨씬 마음이 든든하다.
이미 보름도 훨씬 전에 치악산 눈꽃산행이란 제목으로 정기산행 공지가 올라 와 있었는데, 올 겨울 눈꽃 보기가 쉽지 않아 그냥 산행이나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산행일자가 다가 오면서 전국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며 심지어 20도까지 오른 곳도 있고, 며칠간 장마비 처럼 비가 쏟아지는데... 하나 눈길이 가는 것이 산행당일날 아침 비가 그치면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다.
잘 하면 언젠가 포천 백운산에서 만났던 빙화숲을 또 보게 될런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올라오고...
명절이 지난 첫번째 주말이라 그런지, 산악회 버스에 자리가 많이 비었다.
새로운 물에 대한 기대를 잔뜩 품고 처음 참가하게 되는 강선수는 그 소문을 듣고 취소하면 안되느냐며 간을 보고 이리 저리 핑계를 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을 시켜 데리고 나왔다.
평촌에서 출발하여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치악산 황골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니 아직도 싸락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오전 중에 날씨가 개인다고 하니...
샷마스타는 일전에 입석사까지 차를 타고 와서 산행을 했다고 하고, 나는 국립공원매표소 이후로 일반산행객들의 차를 올려 보내 주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며 티격태격 하며 걷다 보니 입석사다.
민주지산의 재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고대가 고도를 올릴수록 두께를 더해가고 있는 반면, 안개도 점점 짙어만 가고 있다.
그래도 12시 전에는 날씨가 개일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굳게 믿으며 희망을 가져 본다.
이곳 평제산악회에는 상고대란 것을 처음 보고 신기해 하는 분들이 제법 계셨다.
산행고수님들의 눈길을 피해 그들에게 살며시 상고대가 왜 생기는지, 눈꽃과 어떻게 다른지, 또 다른 겨울산의 희귀한 볼거리인 빙화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 주니 나를 대단한 산꾼인양 바라 본다.
곧 있으면 결국 산행실력이 들통날텐데... 어째야 하나 고민이 하나 생겼다. ㅎㅎ
어느해 겨울, 성남에서부터 남대봉, 향로봉을 거쳐 여기까지 걸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오늘 치악산의 상고대 하나만 놓고 본다면 최상급 A++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두툼한 그 두께하며, 순백에 이물질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신선도 하며... 너무나 좋은데 열리기로 했던 하늘은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눈발만 굵어진다.
비로봉 직전 마지막 오름계단길을 앞에 두고 바람도 제법 강해진다.
어차피 올라도 조망이 없다고 판단되니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자고 하는데, 바람이 불고 추위를 느끼니 예전처럼 쫙~ 펼쳐 놓고 드시는 분들이 없다.
족발과 술 두병을 메고 왔다는 갑장 친구는 그걸 다시 고스란히 메고 올라 하산할 때까지 꺼내지도 못했다고.. ㅋㅋ
사진 찍히기 좋아하는 이분들도 바람불고 추우니 방법이 없나 보다.
단체 사진도 후다닥, 얼른 찍고 내려 서기에 바쁘다.
안개 너머로 펼쳐져 있을 하얀산호초 밭 풍경을 잠시 상상해 본다.
세렴폭포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길도 평탄해지고 걷기가 훨씬 편해진다.
그 전까지 급경사의 얼음위에 싸락눈이 살짝 덮힌 내림길을 걷다가 수차례 미끌하다가, 결국은 혼자 바위뒤로 숨어 들었다가 사면으로 줄줄 미끄러지기도 했다.
구룡사까지 와서 아이젠을 벗고 산행장비를 대충 정리한다.
평촌으로 돌아 오는 버스 안, 여느 때와 같이 복면가왕을 귀로만 듣다 말다... 여산우님들의 오늘 보았던 신기한(?) 상고대에 대한 수다 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버스좌석이 여유로와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제껴놓고 편하게 한숨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다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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