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3. 16:19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10월 12일
- 산행코스 : 국사편찬위원회-문원폭포-육봉능선-연주대-연주암-과천향교
- 산행동무 : 풍경소리
지난번 귤맘님이랑 규리랑 서울에 오셨을 때, 이번 한글날 연휴를 즈음하여 풍경소리님 집안에 행사가 있어 서울에 또 오실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놓고 있었는데, 한글날이 지나도 서울에 오신다는 신고서가 접수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금요일에 풍경소리님한테 안부를 묻는 척 하면서 몰래 서울 다녀가다 걸리면 국물도 없다는 반협박성 카톡을 띄워놓았더니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에 고속버스 타고 출발한다는 신고서가 날아 든다.
원래는 가족이 다함께 다녀갈 계획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혼자만 올라 오게 되었다며....
집안 행사가 있어서 올라 오시는 분이 그래도 양심은 있으셔서 양복은 챙겨 입고 왔다는데, 등산용 배낭을 양복 위에 메고 오셨단다. ㅋㅋ
그리고, 전날 행사가 끝나고 나서 일요일 아침부터는 곧바로 산행모드로 변신~~ 애시당초 행사는 뒷전이고, 산행이 주목적이었던게 틀림없어 보였다.
관악산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주등로 쪽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암릉의 풍경이 멋지고 스릴감도 느낄 수 있는 육봉능선을 구경시켜 드리기로...
입고 온 양복은 배낭 안에 마구 쑤셔 박으셨는지... 누가 봐도 등산가는 사람의 자세로 약속한 시각에서 기본유도리 10분을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나타나셨다.
불필요한 짐은 내 차에 다 꺼내 놓고, 배낭이 텅 비었다고 하시길래 콩한쪽도 나눠 먹는 마음으로 내 짐을 덜어서 배낭에 각이 잘 살도록 나눠 드렸다.
휴일엔 청사앞 도로에 무료로 주차를 할 수 있으니...
과천청사 주변길도 조금 더 지나면 참 아름다운 곳이 많다.
관악산, 수리산, 삼성산, 청계산 등의 근교산이 나름 한가닥하는 명산인데, 그동안 나한테는 산행계획이 특별히 없을 때 그냥 집에 있기 뭐하니 잠시 다녀오는 정도로만 평가절하 되어 있어 좋은 계절에 갈 일이 없었다.
며칠 전 영남알프스, 며칠 후엔 설악산 일정이 이미 잡혀 있는 사이 시간, 산이 가장 아름답다는 가을의 한복판에 풍경소리님 덕에 관악산의 단풍을 구경하게 된다.
문원폭포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본 적이 딱 한 번인가?
이 쯤에서 잘난 척을 좀 한다고, 예전에 길치인 샷XXX랑 강OO이 둘이서 육봉능선 찾아가다 여길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연주대로 바로 올라갔다고 설레발을 쳐 본다.
그리고 나서 자신있게 좌회전해서 육봉방향 샛길로 접어 들었고... 한 15분 정도 길을 오르는데 낯설다.
풍경소리님 안보는 곳에서 슬그머니 GPS를 켜서 위치를 확인해 보니 가고자 했던 육봉능선의 바로 오른쪽 능선을 향해 가고 있었다.
다행히 육봉능선과의 직선거리는 100미터 안밖, 상대가 눈치없고 좀 둔한 사람 같으면 원래 이게 길이라며 그냥 방향을 틀어서 사면으로 데리고 오르겠는데... 상대는 예전 우리가족의 노고단 산행사진만 보고 하산길에 집사람과 딸아이가 신발을 바꿔 신었다는 것을 알아채는 면도날 눈치의 풍경소리님이다.
알바중이라고 이실직고 했더니 알아서 옆능선으로 통하는 샛길을 발견해 내시고...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주객이 바뀌게 된다.
원래의 육봉능선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올라서고...
생각지도 않았던 관악산의 단풍에 나도 탄성이 나온다.
육봉능선에 오면 늘 오토바이를 타던 그 곳... 이번엔 알바를 하면서 다른 길로 지나쳤나 싶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오르다가 맞닥뜨리고 나서는 갑자기 멘붕에 빠져 달달 떨며 한발짝을 더 못 떼겠더라.
풍경소리님 외에 뒤따르던 대여섯명까지 다 후진을 하고 일단 아래로 내려가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 다시 올라 결국 풍경소리님의 팔에 의지해 오른다.
이후에 나타난 어느 가뿐한 구간에서 나보다 더 겁이 많은 아지매 두분이 잡아 달라고 해서 당겨 주었는데, 그걸 보던 풍경소리님이 큰소리로 한마디 하신다.
"이야~ 이선수님은 이제 산에 오면 남한테 도움도 많이 주시고... 선수 맞아요~~"
그 아지매들도 아까의 내 모습을 봤으면 쉽게 자신의 팔을 나한테 내밀지 못했으리라 확신한다.
저 아저씨는 어찌 맨발로 이 험한 암릉을 사뿐사뿐 잘 다니신다.
대단한 포스를 풍기시던....
나는 우회했고, 풍경소리님은 나름(다른 바위꾼들에 비해서는 약간 폼이 컸다) 가뿐하게 잘 내려 오신다.
3봉 직벽구간은 무조건 패스.
넓직한 마당바위 위 조망터에서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한참을 쉬다가....
나도 할 짓 다하면서 산길을 걷는데, 나보다 더한 풍경소리님.
오만 벽에 써있는 낙서까지 다 관찰하며 다니신다. ㅋㅋ
육봉 정상이 이제 코앞이다.
혹시 시간이 맞으면 연주대에서 얼굴이나 보자고 하던 안선배는 무슨 산을 그렇게 오래 타냐고 전화로 잔소리를 늘어 놓으시고...
연주대에서 40분이나 기다리다 먼저 하산하신단다.
수리산과 그 앞의 우리 동네를 설명해 드리고...
이제 관악산의 주능선에 올라서서 연주대로~~
팔봉능선과 그 뒤의 삼성산.
촛불바위인가 횃불바위인가... 어느 분이 갈라진 바위 틈에서 오르려고 준비하고 계신다.
솔맨님 포즈는 이제 식상하고 유행이 지났는데... 아직도 따라 하는 분이 계신다.
풍경소리님은 사진을 담아 오면 눈으로 봤던 것 보다 영 못하더라~ 하시길래 사진실력이 후져서 그런거라... 면박을 주면서 깔깔댄다.
내가 본 관악산의 모습 중 가장 멋진 모습이었다.
오늘 산행하면서 몇번이나 같은 말을 했다.
풍경소리님은 산행날짜 잡는데 도사라고...
그 덕을 내가 보고 있는 중이라고...
아마도 이 모습을 담고 계신 듯...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걸음이 늦어졌다.
멀리서 올라 오신 풍경소리님 얼굴 보고 싶다고, 한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오신 피터팬님이 벌써 과천정부청사역에 도착했다고 하신다.
천천히 과천향교 앞까지 걸어 올라 오시겠다고... 그래도 마음이 급하니 부지런히 내림한다.
백운호수로 이동해서 누룽지백숙으로 저녁을... 피터팬님이 시원하게 쏴 주셨다~~
그러는 와중에 풍경소리님은 순천으로 내려갈까? 하루 더 자고 갈까? 아까 부터 해오던 고민을 드디어 해소한다.
서울에서 하룻밤 더 자고, 내일은 수락산으로 가신다고... 힘도 징하게 좋으신 분~~ ㅋㅋ
그리고 우리 동네로 옮겨 쉐이크와 허브티를 한잔씩 마시고, 두분과는 평촌역에서 바이바이~
내일 수락산도 대박나시라 했더니, 진짜루 좋았다고.... 난 그냥 빈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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