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9. 21:45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10월 8일
- 산행코스 :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지구)
- 산행동무 : 레테, 수가, 마누님
가을산 하면 첫번째 생각나는 것이 단풍이겠지만, 그에 필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가을풍경으로 억새를 빼놓을 수 없다.
단풍의 화려함에 반해 수수하지만 은근하고, 특히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억새의 은빛물결은 어찌 보면 우리의 가을감성에 더 부합되는 모습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4년전 다녀왔던 간월-신불산의 풍경이 가물가물거린다.
산길풍경이 제대로 눈에 잘 들어 오지도 않고 카메라도 똑딱이 들고 다녔을 그 당시, 어렴풋이 억새가 많긴 했었고 배탈 나서 고생하며 걸었던 기억만 남아 있었는데, 올해 갑자기 우리나라 최고의 억새자생지라는 그곳을 다시 보고파 계획을 꾸며 본다.
워낙에 거리가 먼 곳인지라 새벽 4시에 집을 나선 이후 거의 5시간만에 들머리인 배내고개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배내봉까지 계속 이어지는 오름계단길, 숲길을 통과하여 주위가 환해질 때 한숨돌리며 뒤돌아 보니 재작년 걸었던 천황-재약산에서 능동산을 거쳐 이곳까지 이어져 오는 영남알프스의 산줄기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 온다.
4년 사이에 번듯한 정상석으로 개비해 놓았다.
이후에 나타나는 정상석도 모두 큼지막하고 멋진 넘으로 다 바뀌어 있었다.
배내봉에서 간월산 가는 길은 길긴 하지만 참 걷기 좋고 곳곳의 조망터마다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갔다.
세 여성분 뒤에서 천천히 따라 가는데, 간혹 뒤돌아 보며 자기네들끼리 깔깔거리고... 산행내내 귀가 가렵다.
간월산 정상,
이곳을 지나면 곧 보일 간월재의 모습을 기대하며 올라 선다.
레테님 作.
4년전에는 산장건물만 있었던 것 같은데... 휴게소 건물이 하나 더 생긴 듯 하다.
지난 지리산행 때와는 달리 점심거리는 맛있는 비빔밥으로 동행분들이 다 준비해 주시니 손이 가는 데가 없어 너무 편해서 좋고...
그 보답으로 나도 준비해온 커피믹스를 한잔씩 타서 돌린다.
느긋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세 여성분들은 먼저 신불산으로 향하고 혼자 남아 이일 저일 다 보고 뒤따르며 아름다운 간월재의 풍경을 담아 본다.
요즘 주말이면 이곳 목재데크길이 억새만큼이나 많은 산행객들로 가득찬 풍경을 보곤 했는데, 한적한 와중에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연과 내자신의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참 좋다.
세분이 먼저 올라가면서... 수가님 作.
자꾸만 뒤돌아 봐도 질리지 않는 간월재의 풍경.
저 끝에 안테나 같은 구조물과 함께 신불산 정상이 보인다.
신불산까지 이렇게 멀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축산 이후로 함박등, 시살등, 또 무슨무슨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이 지금까지 걸어온 완만하고 편안함과는 다르게 보인다.
신불산.
데크에 앉아 또 커피 한잔씩 나누어 마시고...
쑥스럽지만 시키면 다 한다~~
수가님 作
신불재에서...
오늘 억새의 밀도나 개별적인 모습은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였을까? 왠지 좀 실망스러웠던 느낌이 있었지만, 그것을 커버하고도 남을 하늘의 모습... 그리고 그와 어울어진 영남알프스라는 이름값을 하는 산풍경에 푹 빠졌던 하루였다.
그리고 그 풍경을 남기고 하산하기엔 아쉬움이 남아 이곳에서 괜히 어슬렁대 본다.
레테님 作
신불산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길은 전체적으로 완만해서 걷기엔 큰 불편이 없었지만, 그만큼 길어서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다.
하산을 마치고 배내고개로 돌아가는 차편이 고민거리였다.
버스, 동네에서 성수기에 임시로 운행하는 차편, 택시 등등.... 결국 마지막 버스 시간은 놓칠 것이 거의 확실시 되어 택시를 불렀는데, 타고 배내고개로 돌아가면서 생각난 것이 잘했다 싶다.
휴양림입구에서 큰길가 마을까지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게 길어서 3만원 택시요금이 아깝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대구에 들려 전부터 먹고 싶었던 매운찜갈비에 저녁을 먹는데, 평소와 달리 밥이 더 땡긴다.
한공기를 더 시킬까 어쩔까 고민하며 마눌님의 밥공기를 힐끗거리며 쳐다 보고 있으니 반공기를 덜어 준다.
긴 시간 산행을 마치고 배까지 부르니 졸릴만도 한데, 희안하게 머리가 맑아지고 눈빛도 초롱초롱해진다.
집 나온지 거의 21시간만에 다시 집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으니 그제서야 졸음이 쏟아지고... 샤워를 마치고 바로 누워 기절했다 일어나니 다음날 11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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