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산 - 비금계곡

2014. 8. 11. 21:08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8월 10일

- 산행코스 : 불기고개-제1코스와 합류-주금산정상-제2코스-비금계곡-몽골문화촌

- 산행동무 : 레테, 피터팬, 한선수, 권선수, 마눌님 (당일산행팀)

                 솔맨, 펭귄, 몽몽, 산여인 (비박팀)과 비박 이틀째날 합류하여 함께 하산.

 

무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지난주, 일찌감치부터 올여름 마지막 계곡 물놀이 산행을 가자고 바람을 잡으시던 P님은 비박팀이 구성되어 살랑살랑 손짓을 하니 소리없이 비박팀에 붙어 버리시고....

이번 비박팀 구성의 선봉에 나선 S님은 리더를 잃은 계곡산행팀에게 주금산 비금계곡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유혹을 시작한다.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어진 상황에서, 그래도 나름의 명분을 챙기기 위해서 "라면 한젓갈을 달라", "하산하면 불기고개까지 태워달라", "소시지 구워먹을 불판을 빌려달라" 등등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며 당일산행팀 구성을 위한 총대를 메기로 한다.

 

짧게 산행하고 길게 놀자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거의 5킬로에 이르는 비금계곡 등산로 대신에 높은 고도에서 그 절반의 거리만에 오를 수 있는 불기고개를 들머리로 삼아 이른 시각 08:30에 비박팀이 자리잡고 있을 곳을 향해 당일산행팀의 걸음을 시작한다.

 

불기고개 들머리. 현수막 옆 트인 철망으로 진입하면 된다.

 

 

 

 

우중충하고 갑갑하게 생긴 주금산 들머리 반대방향으로는 화채봉-서리산-축령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의 들머리가 꽃길로 수놓아져 있었다.

왠지 이쪽 방향으로 걷고 싶어지는데... 일단 마음 속에 찜해 놓는다.

 

 

 

 

올라가다 금새 또 다시 뒤돌아 보고...

 

 

 

 

우와~~ 이쪽 들머리 사람 잡는다.

스타트와 동시에 코박고 올라가는 가파른 경사에 정신줄은 가출해 버리고....

덕분에 한적한 등산로에 마실 나왔다가 발에 밟히는 봉변을 당한 비얌이 한마리... L님은 비얌이 밟은 줄도 모르고 이미 저 앞으로 지나 가셨고....

 

 

 

 

제1코스와 만나면서 경사가 조금 순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른 사람들 산행기를 보면 가끔 불기고개로 하산하려다 엉뚱한 곳으로 내려간 분들이 있는데, 이정표를 보고 직진하다 보면 그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표방향으로 약 50미터쯤 직진하다 좌측으로 난 길을 못보고 직진을 계속한 탓이리라.

 

 

 

 

힘든 오르막 뒤에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또 다시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길.

그래도 능선에 올라 정상 반대방향으로 세발짝만 걸어 오면 대기하고 있다는 비박팀의 전화에, 배낭을 벗어 놓고 홀가분하게 정상을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을 내어 본다.

 

 

 

 

 

 

 

 

드디어 천마-철마산에서부터 이어진 능선에 오르고 뒤돌아 보니 산고파님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서리-축령의 산줄기가 불기고개 뒤로 시원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 오른편에는 천마에서 S자로 크게 휘며 철마를 거쳐 이어져 온 산줄기가 몇발짝만 걸으면 다가갈 수 있을 것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다.

바로 앞에 보이는 헬기장에는 전날 올라와 베이스캠프를 차린 우리 비박팀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 롱다리의 세발짝인지... 맨날 당하면서도 또 속았다.

수차례 정상에 오르셨던 피터팬님은 일찌감치 정상을 포기하고 캠프를 향해 쉬러 내려 가셨는데, 그 속내도 모르고....

나는 정상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냥 피터팬님을 따라 내려가려는데.... 이왕 가는 길에 내 배낭도 놓고 오라시는 두분, 배낭 세개 가지고 내려 갔더니 피터팬님은 정상 안가실거라고 하시는데 왕배신감.

 

 

 

 

아~~ 나도 정상 포기하고 저 속에서 한숨 자고 싶다.

 

 

 

 

여유로운 모습들...

 

 

 

 

주금산 명물인 독바위.

 

 

 

 

그래도 산에 올랐으니 정상을 봐야겠다고 부리나케 쫓아 가 본다.

 

 

 

 

사방팔방 트임이 하나도 없는 주금산 정상.

 

 

 

 

정말 이것 때문에 캠프에서 느긋하게 커피나 한잔 마시며 쉬고 싶은 욕망을 참고 여기까지 왔다.

 

 

 

 

캠프로 되돌아 내려가는 길에 들린 조망터에서 가평베네스트 방향으로~~ 잠깐 날리던 빗방울이 렌즈에 튀었나 보다.

 

 

 

 

독바위에 올라서 쌩쑈를 하며 한장 찍어 달라고 소리소리 질렀는데... 아직까지 내가 받은 사진 중엔 없다.

찍긴 찍은겨???

 

 

 

 

캠프로 되돌아 와서...

멀리 불수사도북의 산줄기가 먹구름 아래 멋지게 펼쳐져 보인다.

 

 

 

 

철수 준비하는 비박팀.

 

 

 

 

일행들 구토유발샷.

정상 다녀오는 사이에 발밑에 있는 돌덩이만한 것이 내 배낭에 들어간 것도 모르고 좋다고 웃는다.

 

 

 

 

집사람 빨간 배낭 벗겨서 오른쪽 배낭 속에 집어 넣고 싶다.

 

 

 

 

 

 

 

 

하산길.

 

 

 

 

위험구간도 지나고...

 

 

 

 

계곡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몸 담그기 좋고, 둘러 앉기 좋은 계곡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다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비밤밥과 묵밥, 라면을 해치우고 나서야 한두명씩 카메라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메인메뉴는 사진이 없다.

그리고 이때 내 배낭에서 나온 큼지막한 돌덩어리 사진도 못 찍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열심히 일했던 쏘시지 조리장면이 포착되었다는거~~

 

 

 

 

 

 

 

 

먹거리 완벽주의자들....

그렇게 먹고도 마무리로 커피는 절대 빼먹지 않는다.

 

 

 

 

먹방이 끝나고 본격적인 물놀이 타임인데, 추워서 발만 담그고 논다.

그 와중에 물개는 달라도 너무 달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냥 안방에 걸어 들어가 침대에 눕듯이....

 

 

 

 

 

 

 

 

마눌님은 춥다고....

 

 

 

 

이제 하산하는 길, 아랫계곡에는 또 다른 물놀이 팀들이 곳곳에서 즐기고 있다.

 

 

 

 

몽몽님과 먼저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펜션과 상가지대를 지나 비박팀이 차를 세워두었던 몽골문화촌까지 와서 몽몽님이 불기고개까지 데려다 주신다.

차를 회수해 다시 몽골문화촌으로 내려 오니 마침 다른 일행도 하산을 완료했고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불기고개에서 축령산까지 길을 이어봐야겠고....

지난번 걸었던 천마-철마에 이어서 철마-주금-서파도 이어야겠고....

언제고 산정에서 비박하는 느낌도 한번쯤은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진다.

 

미답의 산을 하나 오르면 그곳에 가고 싶었던 욕망이 하나 소멸됨과 동시에 세포분열되듯이 새로운 욕망이 두세개 생겨나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을 수학에서 기하급수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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