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1. 12:51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7월 31일
- 산행코스 : 유명산자연휴양림-능선길-정상-계곡길-휴양림 (원점회귀)
- 산행동무 : 마눌님, 승민이
지난번 칠보산 물놀이 산행이 너무 재미있어서 식구들한테 자랑질을 했더니 즈그들도 그런 곳에 좀 데리고 가라고....
시간도 많은 요즘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평일날 하루 시간을 잡아 산행이 그리 힘들지도 않고 계곡이 좋은 코스를 물색하다가 광덕고개~포천백운산~백운계곡 코스를 다녀오기로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마침 휴가중이던 손윗작은처남네 집 식구까지 합세하고... 잔잔하게 계획했던 일이 너무 커져 버렸다.
갑자기 이것저것 준비할 일들이 많아지고, 원점회귀가 안되는 코스에 인원이 많아지니 차량회수하러 가는 일도 복잡해져 버리고, 무엇보다 산근처에도 안가본 처남댁 식구들의 산행체력과 안전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산행지도 원점회귀가 용이하고 적당히 사람이 많이 다니며 계곡 또한 좋은 유명산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나비공주님의 최근 산행기가 결정적이었음)
약속시각, 먹을거리와 메뉴, 그리고 준비물 배분이 다 끝난 산행 이틀 전날, 처남한테 전화가 왔다.
"이서방~ 산행을 얼마나 해야 하나? 텐트 가지고 가려고 하는데 칠 장소는 있겠지? 나는 산행 조금 하다가 힘들면 그냥 계곡에 눌러 앉아 있을테니 올라 갔다 와~"
뜬금없이 이런다. ㅋㅋ
"정상까지 넉넉히 한시간 반 보시고요... 오름길과 내림길이 달라서 정상을 안거치면 계곡에 못갑니다~~ 그리고 산행으로 땀을 좀 흘리셔야 물에 들어가지.. 거기 물이 차서 발도 오래 못 담궈요~ 텐트는 놔두고 돗자리만 가져오세요~"
알겠다며 전화를 끊고는 걱정이 더해가던 다음날, 갑자기 조카녀석 학원스케줄이 생겨서 못가겠다고 처남한테 연락이 온다. ㅎㅎ
가끔 친구들과 모락산에도 오르곤 하는 승민이와 달리, 뺀질이 승연이도 이날엔 과외에 꼭 가야하는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못간다고 매우 아쉬운 표정연기를 하더니만....
휴가철이라고 제법 밀리는 도로를 달리다 서다 하며 도착한 유명산자연휴양림 등산로 입구에는 오랫만에 눈길이 가는 무궁화꽃이 이쁘게 피어 있었다.
계곡물을 보며 살짝 들떠하는 가족들한테 이렇게 물놀이를 할 것 같으면 가까운 안양유원지를 가지 뭐하러 여기까지 오겠냐며 큰소리 한 번 치고....
좌측으로 난 능선길 등산로로 접어 든다.
뒤로 처져 힘들게 따라 오는 엄마를 나름 챙겨주는 척 하더니....
이내 나까지 제끼고 앞으로 쭉쭉 올라가는 승민이.
가파른 깔딱길도 바위길도 거침이 없네~~
땀도 별로 안흘리고, 지친 기색도 없이... 아무래도 전농동으로 유학을 보내야 할까봐~~
정상에 올라서야 시원한 조망이 트인다. 하지만 햇살이 무척 따갑다.
블벗 산고파님이나 풍경소리님의 시각에서 보면 산에 오르는 참맛을 아는 마눌님.
가까이 보이는 용문산의 줄기와 머리위로 구름이 걸쳐 있는 모습이 멋있다.
언제고 내 산행경력에서 힘들었던 순위 상위에 당당히 랭크되고 있는 저길 다시 올라 봐야겠는데...
평일 산행이 좋긴 좋다.
늘 주말에 오르면 돗대기시장을 방불케 하던 이곳에 산객이 없어 타이머를 맞춰 놓고 단체사진을 담아야 할 정도이니...
데크를 본 기억이 없는데... 새로 만들었는가?
하산길이 미끄러우니 경사진 바위와 진흙땅 밟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결국 굴렀다. 진흙길에 철푸덕... 내가~~ ㅋㅋ
게다가 똑딱이가 고장나서 어쩔 수 없이 들고온 대포를 쥔 손으로 그깟 하찮은 일신을 보호하겠다고 진흙땅을 짚어 버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머드팩을 해주게 되었다.
합수점 부근 오붓한 물가에서 일단 흘린 땀을 씻어내려는데... 물 근처로만 가도 냉기가 솔솔~~
상추쌈 씻듯이 몸을 물에 담구고 두어번 헹궈내니 소름이 돋고 나도 추워지려고...
마눌님은 물에 들어가지도 않고 춥다고 몸에 수건을 둘둘 둘러댄다.
멀리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리는 걸 느끼고 자리를 일어선다.
계곡본류 하단부쯤에서 알탕을 한번 더 하기로 했는데,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와지고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여유가 없다.
이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카메라와 핸드폰은 배낭 깊숙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르는데.... 결국 한무더기 물폭탄이 쏟아졌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잘 못 맞으면 땀에 절은 옷에서 올라오는 쉰내가 장난 아닌데, 한 30분 정도 물폭탄에 노출되고 나니 샤워와 빨래가 동시에 아주 깔끔하게 이루어졌고 신발에선 한발짝 걸을 때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다행인 것은 우리집 여자들이 비맞고 걷는 일이 너무나 재미있다고 좋아 한다.
화장실 앞에 차를 대놓고 미리 준비해 온 옷으로 모두 갈아 입고 나니 온몸이 뽀송뽀송.. 심지어 마눌님은 피부가 매끈해지기까지 했다나~~
하남 쯤에 들어오니 이미 아까 비가 지나간 서울 하늘은 쾌청한 가을하늘 같고, 비구름과 가을하늘 사이엔 보기 힘든 무지개가~~
얼마전에 요즘 무지개 보기 힘들다는 소리를 했더니만...
돼지갈비 먹으러 온 식당에 주차를 하고 나오니 앞에 보이는 검단산과 조금 더 뒤로 예봉-운길 쪽에는 기가 막힌 운무가 넘실댄다.
어느 분 같으면 아마도 지금 당장 검단산에 또 올라 가셨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맛보는 고추장에 무친 육회 한접시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우리만 먹고 가기 미안한 마음에 집에서 오늘 하루종일 아주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을, 우리집 최대의 앙숙관계인 승연이와 별이 갖다 줄 고기도 따로 구워 포장해 가지고 귀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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