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수락산

2014. 7. 9. 23:33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7월 8일

- 산행코스 : (화랑대역 4번출구)-원자력병원-헬기장-거북바위-불암산-석장봉-덕릉고개-도솔봉-수락산-홈통바위-도정봉-509봉-약수터-동막골초소-(회룡역)

- 산행동무 : 솔맨, 산여인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은 뻔질나게 다니면서... 그리고 북한산, 도봉산도 자주 다니는 편인데 그 바로 옆에 있는 수락산엔 딱 한 번, 불암산은 아직도 미답이었다.

별 볼일이 없는 산이어서도 아니고, 오히려 무척 가보고 싶은 산들이었는데 집에서 오가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미루어 왔던 산행을 두명의 지역전문 가이드를 앞세워 구상해 본다.

두개 산을 가보고 싶은데 초행이라 길을 잘 모르겠다고 슬쩍 흘렸더니, 집앞의 나와바리 산이라고 솔맨님이 불암산 구간을, 산여인님이 수락산 구간을 나누어 맡아 흔쾌히 안내를 해주겠다고 나선다.

그 와중에 남들 한방에 끝내는 불수사도북인데 불수에서 끝낼 수는 없지 않느냐는 태클과 뻥카레이스도 잊지 않고 걸어 주시고....

 

오래전에 상계동 근처 어느 아파트단지 옆으로 해서 딱 한번 올랐던 수락산은 경사가 좀 있긴 했지만 쓍~하니 올라서 정상 찍고 또 쓍~하니 하산했던 기억이 있어 쉽사리 생각을 했었고, 수락보다 낮은 불암산은 더 만만하게 보고... 그러니 불수사도북을 하는 사람들이 이 두개의 산에서 적당히 몸을 풀고 본격적으로 사도북으로 넘어가는 관문이겠거니 하며 휘파람 불며 이른 아침 집을 나선다.

집에서부터 약속장소인 화랑대역까지 가는 길, 차를 가지고 가려니 주차문제, 차량회수문제에 하산후 시원한 쏘맥 한잔이 신경 쓰여 버스와 지하철로 갈아타며 가는데 거의 두시간이 걸린다.

 

화랑대역에 도착할 무렵엔 벌써부터 발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는데, 걷기 시작하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1킬로 정도를 도로를 따라 걸으니 원자력병원 앞에 "ㅇㅇ산 x x 문"이란 현판이 걸린 이곳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오는 길에 보았던 이정표엔 불암산 4.4킬로라고 적혀 있었고, 내가 예상했던, 대충 한시간~한시간반이면 불암산에 오를 것이라 생각했던 산행과는 뭔가 좀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하게 된다.

 

 

 

 

저 너머로 보이는게 수락이 아니고 불암이라네~~

 

 

 

 

헬기장을 지나면서 흩뿌리기만 하던 약한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고 급기야는 퍼붓기 시작한다.

저녁 늦게나 비가 잠깐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던 구라청을 잘근잘근 씹어 대던 중, 다행히도 거북바위산장이 코앞에 있어 잠시 비를 피하러 들어가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먹으려니 평일이라 안가져 왔고 싸온 음식 있으면 그냥 꺼내 먹으라고 하신다.

고마운 마음에 과일이랑 맥주랑 펼쳐 놓고 막 먹기 시작하려는데, 느닷없이 "산인심"을 논하면서 혼자 먹는다고 훈계를 한차례 받고는.... 솔맨님과 산여인님은 과일에 손도 못대고 그렇다고 훈계를 받자마자 음식을 권하자니 괜히 쑥스럽고.... 한참의 어색한 시간이 흘러 결국 산여인님이 총대를 메고 과일을 권한다.

그리고 이후로 "산인심"이란 단어가 오늘 하루의 유행어가 되어 버리고 만다.

 

 

 

 

어느 정도 비가 그치니 정상 쪽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쥐바위라고 하는데.... 긴거 같기도 아닌것 같기도...

 

 

 

드디어 불암산 정상.

 

 

 

 

안개구름이 산능선을 타며 이리저리 넘나 들고...

 

 

 

 

 

 

 

 

 

 

 

 

덕릉고개를 지나면서 산행대장은 솔맨님에서 산여인님으로 바뀌게 되고...

 

 

 

 

가이드님들이 지난 불수사도북을 할 때 야경사진을 담으며 쉬어 갔다던 전망터에 자리잡고 앉아 맞은편 아까 올랐던 불암산을 바라 본다.

여기서 보니 참 잘 생겼다~~ 불암산.

 

 

 

 

한참을 쉬었다가 출발하려는데, 솔맨님이 갑자기 시간을 보더니 지금 먹고 가야 한다고 호들갑을 떠신다.

뭔 약이라도 드시는가 했더니 얼은홍시가 가장 맛있게 녹았을 시간이라나...

역시 기가 막히게 먹기 좋게 되어 있는걸 보고 산고파님이 얼은 술병을 D팩에서 순서대로 꺼내 배낭 옆주머니에 꼽아가며 해동시키던 장면이 떠올랐다.

 

 

 

 

 

 

 

 

전망쉼터에서 간식을 먹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제 점심을 먹어야 한단다.

조망이 트인 절벽 쪽에서는 까마귀들이, 반대쪽에서는 들고양이 한마리가 길을 가로막고 삥을 뜯어 댄다.

남은 김밥 몇개를 던져주자 경계심 많은 까마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잽싸게 채어 가고, 고양이 녀석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음식을 내려놓자 마자 내가 물러날 틈도 없이 후다닥 물고 간다.

 

 

 

 

점심 식사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수락산의 바위를 탐험하는 시간이다.

 

 

 

 

 

 

 

 

솔맨님 왈, 수락산의 여성봉이라고... 기를 받아 가야 한단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여성사람한테 기를 받아야지 한낱 돌삐한테서 뭔 기를 받느냐고...

 

 

 

 

 

 

 

 

 

 

 

 

거시기바위라고...

 

 

 

 

 

 

 

 

 

 

 

 

하도 바위 이름을 많이 들어놔서 여기가 치마바위인지 하강바위인지....

어찌어찌 올라는 왔는데, 내려가려니 반발짝 밖에 안되는 바위틈을 뛰어 넘는데 왜 이리 발이 안떨어지는지... ㅋㅋ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좌측에 철다리를 만들어 놓아서 그쪽으로 통과. 

 

 

 

 

그리고는 바로 이어지는 바위턱 내려서기.

앉은 자리 쯤에 파여져 있는 홀드를 잡고 몸을 살짝 돌리면서 뒤로 다리를 뻗어 아래쪽 턱에 발을 놓으면 끝인데...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

홀드는 꽉 잡았는데 몸이 안돌아 헛힘만 쓰다가 결국 가슴에 쥐가 나서 주물주물 풀고 있는 중.

 

 

 

 

 

 

 

 

 

 

 

 

 

 

 

 

바위 위에 올라 앉은 코끼리 한마리.

 

 

 

 

종바위란다.  생긴 것 보다 불안하게 올라 앉아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게 더 신기해 보였다.

 

 

 

 

수락산 정상.

 

 

 

 

 

 

 

 

기차바위(홈통바위).

밧줄보다는 홈통을 따라 내려가는게 왠지 더 안정감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위험하다고 하지 말라는데 굳이 저렇게 앞으로 달려 내려 오신다.

결국은 밧줄에 팔뚝이 쓸려서 상처를 입고도 헤헤거리신다.

 

 

 

 

 

 

 

 

도정봉에서 마지막으로 배낭을 다 털고...

식성들이 좋은 사람들인지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하루치 식량으로는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싸온 음식들을 다 먹었다.

먹은 비율을 굳이 따져 보자면 4-4-2 ?? 한때 유행하던 축구의 전술 같다.

 

 

 

 

 

 

 

 

하산할 회룡역 방향과 그 뒤로 사패-도봉라인.

다음엔 저기를 이어 걷고, 마지막으로 북한산까지~~

 

 

 

 

 

 

 

 

 

 

 

 

 

 

 

 

대충 하산지점 근처에서 저녁을 먹자는데, 부득부득 회룡역까지 약 2킬로 남짓한 거리를 끌고 간다.

다음에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아니면 저녁 먹고 바로 올라가든가...

어설프게 말 한번 잘못 받았다가는 진짜로 가자고 할 기세였다. 

상대방이 뻥카가 아니란걸 알고 내 패는 이미 바닥까지 다 보여준 마당에, 게다가 더 이상은 희희덕거릴 체력도 없다.

불수만 뛰고도 온몸에 남은 체력이 없는데, 여기에서 사도북을 잇는 사람들... 경외심까지 든다.

 

 

 

 

적절하게 배합비율을 조절하여 수신호를 날리면 딱딱 맞춰서 끊어주는 맥주줄기.

환상적인 호흡이다. 두 양반~

 

 

 

 

       

 

 

 

 

 

 

 

식사를 하면서도 졸리고 노곤하고, 1호선을 타고 창동역까지 가는 잠깐 사이에도 정신을 잃고, 청동역에서 갈아탄 이후로는 범계역까지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없다.

두시간 정도 걸리긴 했는데, 아침과 달리 지루함이 없네~~

대신에 등산화 속의 발에선 불이 나고, 얼굴로도 열기가 한참 빠져 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더위가 한풀 꺽이면 사도를 이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달고 단 잠속으로 빠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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