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2014. 6. 9. 20:28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6월 8일

- 산행코스 : 천동-천동쉼터-비로봉-어의곡갈림길 (역순으로 하산)

- 산행둥무 : 레테, 산여인, 한선수, 권선수

 

5월말 철쭉이 필 무렵부터 소백의 초원을 보고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히 무산되어 올해는 넘어가는가 싶었다.

산에서 공사가 다망하신 어느 분의 일정 때문에 황금연휴의 마지막날로 어렵사리 택일이 되었고, 서울로 돌아오는 행락객들의 차량정체가 예상되고 다음날 출근도 걱정이 되었지만, 사람이 뭔가를 하고 싶고 하고자 할 때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감수가 되는 것 같더라.

산행당일 바로 전날 오후에 한선수와 권선수, 두분이 막차에 올라타서 총 5명이 소백으로 출발한다.

 

소백으로 가는 차 안에서는 소백에 들 때마다 비가 오고 한겨울 안개속에 칼바람만 실컷 맞고 오는 바람에 운동만 열심히 하고 실제 소백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모른다는 한선수와 권선수, 이 두남자와 소백의 산신령과 엄청난 친분을 자랑하며 한번도 실망을 하고 온 적이 없다는 레테님의 보이지 않는 기가 충돌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소백으로 가는 길, 빗방울도 조금 흩날리고, 하늘은 뿌옇기만 한 것이 두남자들의 기가 우세함이 느껴지고... 부랴부랴 일기예보를 검색해 보니 오후 늦게 약간의 비소식 마저 나오니 걱정이 살짝 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뭐가 좋다고 한선수는 우산을 준비해 왔다고 자랑질을 해대고, 귀가 습자지 같은 레테님은 우의를 하나 사야겠다고 걱정을 하시고...

 

그렇게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천동에 도착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고 나뭇잎이 젖어 있는 것이 어젯밤 비가 내렸는가 보다.

 

 

 

 

오늘 완벽한 은폐를 위해 보호색을 띠고 계신 권선수님.

지난번 검단~용마 산행 이후로 처음 뵙는 듯 하다.

 

 

 

 

나랑 샷마스타, 강선수도 오랜 친구사이지만, 산에 오면 그냥 각자 페이스대로 걷곤 하는데...

이 두 친구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꼭 붙어서 산행을 한다.

안그래도 덩치가 커다란 한선수는 먹기는 가장 많이 먹으면서 배낭은 너무 작은 걸 메고 다니네... 앞에서 보면 배낭을 메었는지 안메었는지 전혀 보이지를 않네... 두 여성들의 은근한 공격성 발언에도 능글능글  잘 버틴다.

 

 

 

 

 

 

 

 

비에 젖은 함박꽃 몽우리가 싱그럽게 느껴져 한장 담아 본다.

 

 

 

 

매번 천동에서 오를 때면 야생화를 담겠다고 숲안쪽으로 들락거리며 시간과 거리를 잊고 다녔었는데, 이번엔 등로만 따라 꾸준히 걷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길고 힘든 오름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간에 잠깐잠깐 쉬면서 오렌지와 바나나, 이사님 댁의 희안한 초록색 방울토마토로 갈증도 달래고 에너지도 보충해 가며 천천히 오름을 이어 나간다.

두 친구들은 이렇게 늘 보조를 맞추며...

 

 

 

 

 

 

 

 

천동쉼터를 지나면서 길도 약간 거칠어지고, 주위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뿌옇게 숲을 감싸오는 것이 점차 심해진다.

하산하는 산객 한 분이 정상에는 아무 것도 안보이고 바람만 겁나게 불어 댄다며... 누구는 어차피 보이는 것도 없는 정상에 가다가 되돌아 왔다나?

소백과 인연이 지지리도 없는 두남자의 위력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천동삼거리 능선에 올라서니 역시나... 사방이 안개로 자욱하다.

그래도 이런 날씨가 분위기는 더 좋네, 몽환적이네 하면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대지만, 광활한 소백의 초록빛 평원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못내 아쉬움이었다.

 

 

 

 

 

 

 

 

 

 

 

 

 

 

 

 

안개 자욱한 속에서 비로봉 가는 길 능선 좌측에서 불어 오는 바람에 한기마저 느껴져서 산불감시초소 안으로 들어가 점심상을 펼친다.

어느 누구는 이곳이 대피소인줄 알고 버젓이 버너를 피워 고기를 구워 먹다가 공단직원한테 걸려 혼쭐이 났다던데.. ㅋㅋ

우리의 오늘 점심메뉴는 양푼이비빔밥이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각에도 사진을 보니 또 다시 군침이 꿀꺽 넘어갈 정도로 맛있었는데....

 

 

 

 

배불리 먹고, 디저트로 사과까지 깍아 먹고 초소를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초소안에는 아까 바깥기온보다는 따뜻했지만 여전히 써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는데, 이제 밖으로 나오니 은은한 햇살도 이따금씩 비추고 바람에는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정말 산위에서의 날씨는 이렇게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비로봉과...

 

 

 

 

국망봉으로 뻗어나가는 능선, 그리고 그 아래 연두빛 신록이 한껏 반짝거리며, 공연을 위해 막이 내려진 무대 뒤에서 아리따운 여배우가 정성껏 분장을 하고 나서 짠~ 하면서 커튼을 열어 제끼고 나타나 봐달라는 듯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점심 먹으며 우리 소백에 왔노라~ 하고 친분이 두텁다는 소백 산신령님께 전갈을 넣으셨는가?

오후 들어서는 두 상반된 기의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버렸다.

 

 

 

 

봐도 봐도 이쁘니 파노라마로 한꺼번에 또 담아 보고....

 

 

 

 

 

 

 

 

 

 

 

 

하늘엔 구름이 여전히 많지만, 간간히 파란색이 보이니 더 아름답고....

 

 

 

 

소백의 나무들은 캉캉스커트를 입은 무희들이 무리를 지어 서있는 느낌이 들고...

 

 

 

 

 

 

 

 

연화봉 방향은 아직 덜 벗겨져서 천문대가 간신히 보일락 말락할 정도.

 

 

 

 

오늘에서야 소백의 멋진 모습을 보게 된 한선수는 그럴 듯한 포토존을 열심히 찾아 다니며 모델놀이에 바쁘다.

 

 

 

 

 

 

 

 

그냥 내려 가기에는 너무 아쉬우니 어의곡삼거리까지만 다녀 오자고..

 

 

 

 

 

 

 

 

어의곡삼거리 가는길에 뒤돌아서 비로봉 방향으로..

산행을 오랫만에 한다며 체력걱정을 하시던 레테님은 오늘따라 무척 잘 걸으셔서 내 다리가 후달릴 정도이고...

 

 

 

 

 

 

 

 

소백에서 빠질 수 없는 풍경

 

 

 

 

 

 

 

 

다시 비로봉으로 되돌아 와서 하산을 준비한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셔터는 계속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유월의 연두빛 소백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소백의 연분홍 철쭉이 이쁘긴 하지만, 올해는 철쭉보다 소백의 능선과 평원을 보고자 했던 것인데, 오늘 소백의 빛깔을 보고 나니 철쭉철에 안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연두에 푹 빠진 날이었다.

이 빛깔도 열흘이 지나지 않아 곧 짙은 녹색으로 바뀔테니 시기를 참 잘 맞추어 온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어느새 모자까지 완벽하게 보호색을 띠니 한선수가 옆에서 도마뱀이라고 친구를 놀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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