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 21:15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4년 5월 31일
- 산행코스 : 익근리주차장-사향봉-명지산-익근리계곡-명지폭포-승천사-익근리주차장
- 산행동무 : 아리, 하늘마음, 산고파
모처럼 산고파님이 산행에 불러주셨다.
이렇게 가끔이라도 불러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냉큼 콜을 받고~~
그런데, 산행지가 어딘지.. 누구랑 가는지... 산행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고 접선장소만 알려 주신다.
미리 알려주면 너무 공부를 많이 해오기 때문에 그런다나..
그렇게 아무 정보도 없이 산행에 나서 본 것도 처음이다.
산행당일 아침에 만나서야 대충 코스를 알려 주시는데, 가만 듣다 보니 2009년 첫 명지산행을 할 때 계획했다 들머리를 못찾아 실패했던 사향봉을 거쳐 올라가는 능선코스여서 기대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2009년 당시에도 구조물은 있었고 그 옆길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길이 길 같지 않아 긴가민가 하다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지금은 버젓이 이정표까지 세워져 있는 정식등로가 되어 있었다.
이정표 찍는데 괜히 옆에 서서 폼을 잡으시니 안찍어 드릴 수도 없고....
30분 전에 사향봉 4킬로 남았었는데, 그 깔딱길 2.3킬로를 30분 만에??? ㅎ
샌드위치와 맥주로 아침요기를 대충하고, 아마도 다음 주유주종의 최고의 맛을 위해 D팩에서 꺼내 해동시키려고 양쪽에 장착하신게 아닌가 추측된다.
다른건 몰라도 술에 관한 한은 나보다 한 백배는 더 치밀하신 분~
나비가 자기한테만 날아 든다고 엄청 뿌듯해 하신다.
술맛을 아는 나비네.. 어쩌네...
수차례 오르락 내리락, 그 중에 두어번은 코박고 오르는 깔딱도 있었고... 사향봉까지 만만찮은 길이었다.
평소 대중교통으로 많이 다니시는 산고파님, 오늘은 버스시간 맞출 일 없다고 마음이 편하시단다.
그리고, 힘들게 봉우리 하나 올라서서 땀을 식히며 마시는 한잔의 짜릿함을 서서히 알아 가고 있는 나.
계곡에서 능선으로 올라붙는 화채바위 근처에서 2009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명지4봉 표지판을 찾아 보았는데, 안보여서 당시 사진을 찾아 보았다.
정상을 몇백미터 남겨놓은 어느 으슥한 숲속에다 점심술상을 펼친다.
38도짜리, 우리나라 몇대 명주 중에 하나라는 감홍로가 오늘 산행을 기획하게 만든 주인공이라고 한다.
두가지 다른 맛의 족발세트와 내가 좋아하는 햄계란말이.
그리고 시원한 묵국수.
스트레이트 한잔이 돗수에 비해 목넘김도 좋았고, 맥주에 타서 먹으니 그 향도 좋다고 섞어서 또 한잔.
아무렇지 않게 차려진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아주 천천히 하지만 묵직하게 올라오는 술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코까지 골면서 잤다네.
오늘 초면인 분도 계셨는데, 자는 사이에 지리산 세석대피소의 전설적인 코골이 사건까지 다 폭로되어 버리고....
그래도 비싼 술이 다른가보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무척 개운하다.
정상에서 바라본 2봉 방향.
이쪽은 걸어 온 사향봉 방향.
급하게 계곡으로 떨어지는 하산길.
목안이 칼칼할 때 쯤 아리님이 꺼내 주신 과일칵테일에 활력이 되살아 나고..
더운 날씨에 알탕을 계획했었는데, 햇빛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숲속의 기온탓에 대충 수건에 물묻혀 땀냄새만 지우고...
최대한 땀이 나지 않도록 살살 걸으면서, 성소수자들의 본능과 이 사회의 관습 등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덧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하산을 완료한다.
뒷풀이는 청평의 단골 종가닭갈비집으로~~
경험상 이 정도 날씨의 산행이면 2킬로 빠지는 날인데, 아침부터 어찌나 먹어댔는지 1킬로밖에 안빠졌다.
적당히 힘든 코스에서 느긋하게 걸으며 많이 먹고 마시고 즐겼던 하루~
뭔가 꽉 채우고 들어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