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3. 21:51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3년 11월 2일
- 산행코스 : 절골, 신술골, 대전사 (치고 빠지기)
- 산행동무 : 피터팬, 양이레
올해는 진작에 자중모드로 세팅해 놓은지라, 게다가 3박4일 제주여행을 다녀온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해서 단풍산행은 북한산으로 땡치려고 했는데....
막상 주말이 다가오니 또 괜히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하고, 나도 모르게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단풍사진들 눈팅을 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여태 내가 봐 온 단풍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설악의 봉정암 주변과 주왕산을 내세울 법한데, 덕유를 가신다던 피터팬님이 느닷없이 주왕산을 가게 되었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흔들...
모여인께서는 자기가 엊그제 담아온 주왕산 사진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것이라고 우겨대시는데, 뭐... 그것도 최종 결정을 하는데에 일부 작용한 걸로 합시다~~ ㅋㅋ
진작에 만석이라던 주왕산행 버스에서 피터팬님께서는 갑작스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한자리를 마련해 주시니 감사하고...
몰래 다녀갔다가 나중에 과태료 먹을까봐 포항시민들께는 성실하게 입산신고를 마치니, 바로 전날 주왕산에 다녀오는 길이라던 양이레님, 이미 내장-백암산행이 잡혀 있다던 아젤리아님, 모두 세금징수하러 또 나오신다니 고맙고도 고맙다.
안그래도 멀고 먼 길인데,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지각하고 휴게소에서도 또 지각하던 분들 덕분에 12시를 한참 넘어 절골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절골초입부터 시야를 압도하는 협곡사이로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햇살이 없어서 역광에 반짝이는 화려함이 없었다는 것.... 이미 서울에 계신 분들한테는 파란하늘에 해가 쨍쨍해서 더워죽겠다고 뻥을 쳐 놓긴 했는데.. 할 수 없지.. ㅎ
카메라가 전부 나를 향해서... 착각인가? 모르는 분들인데...
얼마 안가서 양이레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피터팬님은 후미에서 오늘 팀을 챙기면서 천천히 올라 오신다 하고...
이제 피터팬님도 금새 뒤따라 오신다.
여기까지 오면서 양이레님과 꾸몄던 역모를 실토하고 양해를 구한다.
원래 코스는 가메봉을 올라 사창골-후리메기-1,2,3폭포-대전사였는데, 힘들게 가메봉을 오르는 대신에 인적이 없는 신술골을 들어가 보기로... 그리고 양이레님이 차로 대전사까지 이동시켜 주시기로...
피터팬님과는 빠이빠이하고, 지금입출이 아니라서 변명의 여지도 없지만, 하여튼 둘이서 신술골로 스며든다.
절골의 분위기가 고층빌딩 즐비하고 네온싸인이 휘황찬란한 강남스타일이라면, 이곳 신술골은 고즈넉하고 은은한 느낌의 인사동스타일이라고 할까?
둘 다 나름의 멋이 있다.
낙엽이 잔뜩 쌓인 길을 걷는 맛도 좋고...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는 그 밑이 물인지 길인지 구분할 수 없어 풍덩하기 딱 좋은 길.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다.
그 느낌을 살려 보겠다고 나름의 리터칭을...
어느 정도 깊이 들어간 신술골계곡의 넓직한 바위자리에 앉아 내가 가져간 삶은 달걀과 양이레님이 준비해 오신 구운계란을 번갈아 먹다보니 다섯알 정도 먹었나?
차도 한잔 마시고, 커피도 마시고,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되돌아 나간다.
다시 강남스타일로~~
절골계곡까지 다 빠져 나와 양이레님의 차를 타고 대전사로 이동하는 중, 아젤리아님께 연락했더니 진작에 그쪽으로 이동하여 있다고 하신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눈에 안띨수 없는 포스를 지니고 계시니 대전사에서 폭포쪽으로 오르다 보면 무조건 마주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양이레님과는 대전사 앞 어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있는데, 아젤리아님이 그걸 또 찾아 오신다. 반가움~~~
도봉산에서도 너무 짧은 만남이었는데, 이번에도 시간이 맞지 않아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움~~~
그렇게 포항의 두분과는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고, 혼자 대전사 계곡을 천천히 오르면서 마침 가메봉을 넘어 하산하고 계실 피터팬님을 마주칠까 찾아 본다.
피터팬님이 화장실에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길이 어긋났나보다. 이미 대전사 주차장에 와 계시다고 전화를 받고 바로 빠꾸~~
아침에 두번이나 지각했던 그 분들... 이번에도 30분 지각이다.
시간 맞춰 부지런히 오신 나머지 분들은 웅성거리고... 성격 좋던 대장님도 울그락불그락 하시고...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없이, 오히려 하산해서 전화를 안줬다고 툴툴댄다. 정 그러면 본인이 대장님께 전화를 하든가~~ ㅎ
다행히도 이번 산행멤버에는 정말 성질 더러운 분은 없었는지, 그냥 그렇게 버스는 출발하고 이내 잠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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