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웅장한 주상절리와 눈꽃 - 무등산 산행기

2011. 1. 10. 19:12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1년 1월 9일

- 산행코스 : 원효사-꼬막재-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갈림길-늦재-원효사 (원점회귀)

- 산행동무 : 초록별, 레테, 가을향기, 산여인&몽몽, 펭귄, 솔맨, 샷마스터, 강선수, 한기성, 마눌님

 

내가 블로그 산행모임에 참석한 이후로 사상 최대의 인원이 움직이는 산행이 아닌가 싶다.

카니발 두대가 사당으로, 양재로 나뉘어서 아침 6시에 출발을 한다.

 

그 와중에 평소 모든 일에 무신경하기로 유명한 강선수가 불만을 토해 낸다.

이선수 넌..자기만 여성분들 한테 인기 끌려고 자기 차엔 여성멤버만 태우고, 샷마스터 차에는 시커먼 남자들만 배정하냐? 하면서...ㅋㅋ

그래서 나도 한마디 했다. 왜? 거기도 산여인님 계시잖아??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과적으로, 서울로 올라 오는 차안에서 가끔씩 두 차간의 위치를 확인하느라 걸려온 그 쪽 차의 전화기를 통해 울려 퍼지던 고함소리에 비하면, 먹을거리도 수시로 나오고 오가는 대화도 부드러웠던 여성멤버들 팀이 훨씬 좋았던 것 같았으니 내가 할 말은 없다.

 

꼬불꼬불 원효사로 올라 가는 아름다운 길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꼬막재를 향해 출발을 한다.

전라도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하더니, 입구에서부터 수북하게 눈이 쌓여 있다. 

 

 

 

성질 급한 선두조는 쉬지도 않고 신선대 갈림길까지 그냥 내달렸는 모양이다.

나는 항상 후미조에서 꿈틀대는 편인데, 오늘 처음 이 모임에 참가한 마눌님은 날 내팽겨치고 선두조로 붙는다.

새로 산 신발을 신었더니 걸음이 잘 걸어진대나? 뭐래나? 난 뭐 신발이 꼬져서 못 걷나? 

 

 

이산가족이 된 채로 규봉암까지 간다.

꼬막재를 지나면서, 시커멓던 한 쪽 하늘의 색깔이 서서히 파랗게 바뀌는 듯하더니...신선대 갈림길에 이르러서는 환상적으로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하늘색을 연출해 준다. 

 

 

신선대 갈림길 평원. 저 멀리 신선대가 보인다.

선두조가 신선대까지 갔다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는 바람에 이 곳에서 합류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규봉암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채로 계속 헤어져서 다닌다. 

 

 

규봉암 가는 길의 악명 높은 너덜바위길도 포근한 눈이불을 덮고 있어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가 있었다. 

 

 

규봉암에 도착한다.

선두조가 신선대에서 오려면 적어도 30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규봉암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도착해 있다.

아까 말한 신선대가 신선대 갈림길을 이야기 한거란다...ㅋㅋ

난 또... 아무리 선두조라도 날라서 오진 못할건데...이상하다 했지. 

 

 

규봉암 뒷 편의 주상절리 절벽은 볼수록 신기하고 경외심까지 느껴진다. 

 

 

 

 

 

 

 

규봉암에서 갖가지 준비해온 점심식사를 하고, 장불재로 향한다. 

 

 

둘이 만난지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나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지....

나의 존재감에 위기를 느낀다. 

 

 

장불재에서 인원점검을 다시 하고, 입석대, 서석대를 향해 오름길을 올라 간다. 

 

 

오름길 도중 내려다 본 장불재의 전경.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한참인데.... 

 

 

입석대로 올라가면서, 드디어 눈꽃과 상고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움직이기가 싫어지면서, 자꾸만 선두와 거리가 벌어진다.

 

 

 

 

 

 

 

 

드디어 웅장하고 거대한 서석대 주상절리의 장관이 눈 앞에 펼쳐 진다.

그냥 입이 딱 벌어지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까진 없는데....하얀 눈과 상고대로 분칠을 하고 반겨 준다.

 

 

 

한참을 더 있고 싶었지만...하산 시간에 쫓겨서 중봉으로 향한다.

중봉가는 저 길....바람이 모질게 불어 도저히 그냥은 못가겠다.

배낭을 내려 마스크 등의 장비를 착용하려고 하는데, 먼저 중봉에 갔다가 뒤돌아 오는 솔맨님이 마침 보여 물어 보니, 돌댕이 하나 있단다.  나중에 싼 값에 사진 한 장 구매하기로 약속하고 그냥 되돌아 임도로 하산길을 택한다. 

 

 

하산길에서 만난 빛내림. 

 

 

 

꼬불꼬불한 임도를 따라 내려 가던 중, 지름길을 발견하고 이쪽으로 가시죠? 하면서 안내를 하려는 강선수.

그런데, 아무도 선뜻 따라 내려가려고 하질 않는다. 이미 수차례 전과가 있었던 지라....

한참을 위에서 머뭇거리며 여러가지 질문을 통해 검증을 마친 이후에야 강선수가 발견한 길이 지름길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려 간다. 

 

 

 

저녁은, 이 곳에 연고가 있으신 숯댕이눈썹님이 손수 나오셔서 별미 오리탕집으로 안내를 해 주신다.

내 평생 먹어 봤던 오리요리 중에 가장 희안하면서도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과의 정이 정말 많아 보이시던 눈썹님.

말 그대로 눈썹이 명품이다. 

 

 

장불재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펭귄님이 안보이신다.

아마도 다 올라 온 줄 모르고 후미팀 기다리느라 밑에 계신 모양이다.

 

 

울 마눌님, 사진 찍어 준다고 서 있으라니까 아까 어느 분한테 배운 포즈가 있다고 한다.

폼을 보는 순간, 그 어느 분이 누군지 대번에 알겠던데....ㅋㅋ

 

 

솔맨님이 보내 주신 사진. 

 

 

레테님이 보내 주신 사진. 

 

 

펭귄님이 보내 주신 사진.

 

바위에서 엄청나게 미끄러워서 내다 버릴까도 했지만, 이 정도 완만한 산길에선 그냥 그런 대로 신을 만한 등산화를 신고 왔더니 주차장에서 신발 신을 때부터 S여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한소리씩 놀려 댄다.

그래도 바닥에 쩍쩍 달라 붙는 최고급 최신형 등산화를 새로 신고 훨훨 날아가는 마눌님을 보니 뿌듯하고, 나도 마일리지로 새로 장만한 카메라로 사진을 담으니 색감도 좋고 찍는 맛이 배가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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