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명지산 산행기

2013. 7. 21. 16:18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3년 7월 20일

- 산행코스 : 백둔리-소망능선-연인산-아재비고개-명지3봉-명지2봉-명지산-계곡로-익근리

- 산행동무 : 혼자

 

괴산 칠보산에서 알탕산행을 하려던 계획이 물건너가면서 머리 속에 한번 입력이 되어버린 알탕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시작한다.

산행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올랐던 명지산이 어찌나 힘들었던지...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얼마전부터 들기 시작했는데, 이참에 한 번 다녀와 보리라.

명지산 하나는 좀 그렇고, 연인산과 묶어서 걸어 보기로 결정을 하고,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산여인님한테 조언을 듣고자 전화를 했더니 긴팔옷을 입고 가고 걷다가 욕이나 하지 말라고...

산길이 다 그렇지, 뭔 욕을 하겠어요? 하고 말았는데... 결과적으로 내 평생 가장 욕을 많이 한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집에서 6시쯤 출발해서 백둔리입구까지 오는 길, 곳곳의 산계곡에 잔잔하게 깔린 운무와 물이 있는 곳에서는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면서 2시간만 일찍 출발할 것을 하며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산행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운무가 다 퍼져서 산허리를 넘어 정상부근까지 뻗쳐 있었다.

그래도 파란하늘을 바라보며 오랫만에 산행을 시작하려니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연인산은 등로가 넓직해서 참 편하다. 자전거족들도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동자꽃.

 

 

 

 

처음엔 용추계곡길도 생각을 했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위험하니 피하라는 산여인님의 말을 들었다.

 

 

 

 

 

 

 

 

 

 

 

 

연인산, 두번째 올랐는데 날씨와 인연이 없나보다. 보이는건 이게 전부~~

이곳도 삼세판을 노려야 하는건가?

 

 

 

 

연인산에서 명지산 방향으로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당황하기 시작한다. 약간의 욕도 입에서 새어 나오고...

희미한 등로는 온통 풀밭으로 덮여 있고, 바닥이 보이지 않으니 안그래도 물기에 미끄러운데 몇번을 미끄덩, 삐끗하며 풀을 헤쳐 나간다.

 

 

 

 

앞에 보이는게 길이란다. 덴장~~

 

 

 

 

완만한 숲길이라 걷기 좋을 법한 길인데, 온 신경을 발끝에 집중해서 천천히 걷다 보니 속도는 나지 않고 배만 고파진다.

아직 식사는 이른 듯해서 간식타임.

 

 

 

 

 

 

 

 

 

 

 

 

신발과 바지가랑이를 다 적셔가며 그런대로 무난하게.. 욕도 그리 많이 하진 않고 아재비고개까지 잘 내려 왔다.

잠시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폭우가 쏟아진다. 비온다는 예보 없었는데...

안그래도 내내 익근리에서 백둔리까지 차량회수를 어찌해야 하는가 고민하다가 택시회사에 물어보니 4~5만원 될거란 말을 듣고 헉했는데, 비 핑계를 대고 여기서 백둔리로 하산을 해? 말어?

한 15분 쏟아 붓던 소나기는 지나가고 보슬비가 계속된다.

시간을 보니 하산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각. 집에 가도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차량회수는 어찌 되겠지. 고~~

 

 

 

 

연인산에서 내려온 길은 명지산 오름길에 비하면 귀족길이었다.

이건 뭐... 가시덩쿨들이 키높이까지 올라와서 할퀴고 뜯기고... 왜 긴팔옷을 입고 가라고 했는지 문득 생각이 들었고, 여태까지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었던 소매를 걷어 내린다. 하지만 이미 팔뚝에는 칼자국이 수십군데 남기고 말았다.

계단이 나오면 너무 반가웠다. 그나마 헤치고 다니는 수고를 덜어 주니까...

 

 

 

 

 

 

 

 

지나온 연인산.

 

 

 

 

수차례 소낙비와 보슬비가 지나가고 주위는 안개에 싸여 버린다.

 

 

 

 

 

 

 

 

다행히 빗물에 밥을 말아 먹는 사태는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입안이 껄껄해서 물병의 물을 말아 먹었다는...

 

 

 

 

 

 

 

 

 

 

 

 

 

 

 

 

 

 

 

 

2봉 다녀온 잠깐 사이에 아까 봤던 표지판이 다 떨어져 있다.

오늘 여기까지 오면서 만난 사람들이 한손가락으로 다 꼽을 정도였는데... 순간 깜짝 놀라 둘러 보니 이정표는 바닥에 다 떨어져 있고, 배낭은 있는데 사람은 없고...

막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숲속에서 나오면서 이정표 수리하러 왔다고 한다.

 

 

 

 

마지막 목적지인 명지산 정상이 구름에 덮여 있다. 오늘 조망은 진작에 물건너 갔나 보다.

 

 

 

 

 

 

 

 

명지산 정상에서 유일하게 본 풍경.

 

 

 

 

모든 이정표를 새로 교체하고 있었다. 거리표시도 GPS로 측정해서 잘못된 것은 수정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또 한번 백둔리로 되돌아 하산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지나온 그길을 다시 걷기는 죽어도 싫었고, 2봉에서 백둔리로 하산하는 샛길이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긴한데 오늘 같이 등로상태 좋지 않은날 불확실한 길로 들어서기에는 불안해서 그냥 익근리로 하산하기로 결심한다.

여기 표시된 익근리는 능선을 따라 걷다가 명지계곡 중간으로 떨어지는 길이고, 나는 뒤로 돌아 바로 계곡으로 떨어지는 조금 짧은 하산길을 선택한다.

 

 

 

 

 

 

 

 

 

 

 

 

 

오후들어 수시로 비를 맞다 보니 더워서 보다 꿉꿉한 느낌이 싫어서 알탕을 하고 새옷으로 싹 갈아 입으려고 했는데, 또 한바탕 쏟아진다.

이젠 춥기까지 하고, 물에 들어갈 엄두도 나질 않는다. 그냥 빗물에 알탕했다 생각하고 하산한다.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보니 경기도 버스도착정보시스템에 의하면 버스들이 모두 차고지에 있다고 나온다.

지나가는 승용차에 손을 흔들어 봐도 세워주는 이 없고, 주차장에서 나가는 차를 붙들고 백둔리입구까지만 태워달라는데 다들 냉정하다.

더러워서... 비싸도 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를 하는데, 아까 산위에선 받던 전화였는데 지금은 안받는다. 다른 콜택시를 검색해 전화해도 모두 안받고.. 연결이 된 개인택시기사님 한분은 귀찮다고 안하신다네~~

난감해서 길가에 멍청히 앉아 있는데, 마침 지나가는 택시한대~~ 완전 구세주였다. 게다가 콜을 안했으니 요금도 완전 싸다.

13000원 나온 요금에 통크게 15000원 지불하고... 주차하고 나온 매점으로 들어가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2500원 나온걸 또 통크게 3000원 지불하고, 남은 돈으로 소고기나 사묵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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