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9. 14:02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2월 8일
- 산행코스 : 홍적고개-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작은촛대봉-개곡리
- 산행동무 : 펭귄, 몽몽, 산여인, 샷마스타
지난 겨울, 1월에 어느 산이 몹시 고프신 분의 꾀임에 빠져 걸었던 삿가북계삼.
그 사악했던 "삼"(삼악산) 구간에서 체력이 방전되기 전까지, 사방팔방으로 시원하게 뚫린 조망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능선을 걷는 맛이 참으로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 당시 적설량이 부족했던 점이 다소 아쉬운 감이 있어 왔다.
그래서, 언제고 눈이 충분히 쌓이면 그 길을 다시 한 번 걸어 보리라 다짐했는데, 서울/경기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이번 주말에 제1번으로 머리 속에 떠오른 산행지가 바로 몽덕-가덕-북배-계관을 잇는 몽가북계 방화선 길이었다.
다른 분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별 다른 이견도 없이 몽가북계 5인의 특전사(??)팀이 꾸려지게 되었다.
눈이 좀 많이 쌓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산행 바로 전 날 저녁까지 며칠을 계속해서 내리는 눈... 베란다에서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도심의 적설량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내려도 너무 내린다. 산길에 대한 걱정도 살~~ 되어 오고....
국도도 빙판구간이 많을 것 같다는 우려 속에 교통편도 안전한 기차, 시속 180킬로로 달린다는 ITX-청춘열차로 바꾸어 가평역에 하차하여 택시를 이용하는 것으로 바꾸고... 가평역에서 산행들머리인 홍적고개까지 택시비 약 25,000원.
산행들머리인 홍적고개.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경기제1봉인 화악산, 우측으로 가면 몽덕산 방향이다.
몽덕산 오름길에 뒤돌아 본 화악산 방면의 조망.
우려했던대로 적설량이 편안하게 걷기에는 너무 과했다.
게다가 우리 앞으로 지나간 흔적이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러셀을 해가며 진행하는 수 밖에 없었다.
러셀 대장님은 힘 좋고 기럭지가 가장 기~인 우리의 몽몽님... 거의 전 구간에 걸쳐 앞에서 눈길을 뚫어 주시느라 가장 고생을 많이 하셨다.
미안한 마음에 나도 한 30분 정도 선두에 서 봤는데... 솔직히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스그머니 다시 후미로~~
몽덕님은 눈밭에 드러 누워 계셨다.
이곳에 먼저 도착한 사악한 3인... 후다닥 정상석 인증을 마치고 정상석을 눈으로 덮어 놓는다.
그리고는 이어서 도착한 2인에게는 눈이 수북하게 쌓인 반대쪽을 가르키며, 저 속에 정상석이 숨어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파헤칠 엄두가 안난다고 뻥을 날린다.
숨도 고르기 전에 정상석 찾는다고 노가다 하는 것을 조금 지켜 보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이실직고한다.
가덕산을 향하여~~
지난 겨울에는 누워 계시던 가덕님은 그간 뭘 드셨는지 이번엔 벌떡 일어서 계시고...
가덕산 정상에서 둘러본 주변 조망.
역시 강원도 설악방향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또 다시 화악 방향.
지난 겨울 삿갓봉에서 올라와 만나는 갈림길. 그 당시 주유하고 갔던 같은 장소에서 샷마스타표 부대찌개로 점심식사를 하고 간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이 날, 간간히 불어 대는 세찬 바람에 몸은 점점 얼어 붙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부대찌게를 앞에 두고 먹는게 걷는 것보다 더 힘들다.
후다닥 식사를 마치고 북배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가덕-북배구간은 유난히도 바람이 세차고, 깊이 빠지는 눈길도 많아서 가장 체력소모가 심했던 것 같다.
최종 목적지인 계관산까지 가는 길이 눈 앞에 선명하게 펼쳐져 있다.
금방 도착할 것 같아 보이지만, 역시 만만찮은 거리...
뒤돌아 본 북배산 방향.
계관산 마지막 오름길.. 드디어 종착역이다 싶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그 뒤로 한고개 더 치고 올라가게 만드는 계관님의 센스~
계관산 정상에서 목동리로 하산하는 길이 급경사에 위험하다는 의견에 작은촛대봉을 지나 개곡리 임도길로 하산하는 것으로 정하고...
아~~ 저기 보이는 삼악산의 추억... 일년 전 정말 치를 떨게 만들었는데, 한편으로는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의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곳 직진하면 삼악산이 나왔던 그 때의 갈림길에서 오늘은 우측으로 떨어지는 개곡리 하산길을 택한다.
이후로 하산하며 한 고생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글 초반에 5인의 특전사라고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이 수북하게 덮인 하산길 사면에서는 등로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고,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간 그 길은 이미 정상적인 하산길에서 능선 한 개를 벗어나 있었고 설상가상 주변은 어둠에 잠겨 렌턴 불빛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되었다.
뒤늦게 핸드폰 GPS를 켜서 위치를 확인하고, 대략적인 방향만 잡아 어둠 속에서 길도 없는 급경사 사면과 계곡을 넘고 가로질러 길을 찾던 그 시간이 정말이지 10분이 한시간 같았다.
급경사 사면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는 것은 기본, 눈 속 깊이 보이지 않는 장애물에 걸려 자빠지고 나뭇가지 덤불을 헤치며 임도를 향해 나아가던 우여곡절 끝에 GPS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은 개활지가 나타나고 그 옆으로 나 있는 또 다른 임도길을 만나서 따라 걷다 보니 그 길이 우리가 찾고자 했던 그 너른 임도와 만나게 된다.
안경알, 아이젠 3짝을 제물로 바치고 빠져 나온 우리 특전사요원들은 안도감과 기쁨에 환호를 지르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그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각 한 짝씩만 걸치고 있던 아이젠을 한사람한테 몰아주기 내기를 제안하며 다시 깔깔거리면서, 택시를 불러 놓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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