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6. 20:11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2월 15일
- 산행코스 : 광덕고개-백운산-삼각봉-도마치봉-도마봉-신로봉-국망봉자연휴양림
- 산행동무 : 솔맨, 펭귄, 몽몽, 산여인
요즘 무슨 병에 걸렸는지...
그동안 많이 해 왔던 정상 찍고 하산하는 일반산행보다 이 산에서 저 산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하루종일 걷고 싶어진다.
완만하게, 가끔은 깔딱거리기도 하고.. 그런 능선길을 걸으며 조망되는 시원한 풍경이 내가 걸어감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는 그런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다음 주엔 안양-무등산 백마능선과 조계산을 함께 묶는 1박2일 여정이 잡혀 있어서, 이번 주엔 혼자 조신하게 근교산행이나 하려고 제1감에 생각했던 곳이 바로 광덕고개에서 출발하여 국망봉까지 걷는 한북정맥길이었다.
하지만, 항상 차를 가지고 다녀 버릇하던 고정관념 때문에... 지하철과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는 것도, 더구나 그 이동시간 내내 답답한 등산화 신고 있어야 하는 것도 싫어서 대중교통으로 다닐 생각은 아예 제껴 놓고... 그렇다고 차를 가져 가자니 원점회귀코스가 아닌 이상 혼자 차량회수하기도 깝깝하고... 결국은 포기하게 된다.
천마-철마도, 명성-각흘도... 머리 속에서만 맴맴 돌고, 결국 만만한 수리산이나 관악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북 3인방이 바로 그 곳을 갈 것이란 말을 듣고는 제발 나도 좀 데불고 가 달라고 애원을 해서 빌붙게 된 산행이다.
이번 산행에서 또 하나의 수확은 나의 대중교통 기피란 고정관념을 상당 부분 깨뜨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불편함 외에 멀미라는 또 다른 불편함이 추가되긴 하였지만, 그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편안함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집앞에서 1650번 광역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그리고 06:50발 사창리향 시외버스를 타고 광덕고개에서 하차하여 바로 산행 시작~~
산행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여인님의 단발마 비명소리, 카메라에 메모리카드가 없다고... ㅋㅋ
메모리카드 없는 카메라는 산위에서 묵직한 돌팍이나 다름없는데, 다들 남의 불행에 신이 나서 놀려 먹기 바쁘고 도움이 안된다.
이후부터 애꿎은 솔맨님을 잡기 시작하는 산여인님... 본인 렌즈를 솔맨님 카메라에 떡하니 꼽아 놓고는 이리 찍어라 저리 찍어라 하루종일 촬영감독 놀이를 하신다.
전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내린 비와 갑자기 포근해진 날씨 때문에 눈이 녹아 등로가 질퍽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 비가 밤새 얼어 붙어 환상적인 빙화와 상고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반면, 바닥의 눈에는 습기가 많이 먹어 묵직해진 바람에 발걸음을 힘들게 만들기도 했다.
생각지도 않은 얼음세상을 만나니 모두들 신났다~~
조망도 멀리까지 깨끗하게 펼쳐져 있고...
무등산 서석대의 느낌?? 아님 말고~~
백운산 정상은 잡목 때문에 조망이 불편하고, 여기까지 오며 간간히 나무 사이로 보이던 조망이 사라질까 간단한 인증만 마치고 바로 도마치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물기 먹은 습설을 파헤치며 쉬지도 않고 계속 걸었으니 힘들만도 하다. 잠시 가벼운 간식타임을 가지며 쉬었다가 간다.
삼각봉에 올라서는데 햇살이 역광으로 비추면서 반짝이는 빙화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도마치봉 가는 길, 어느 전망바위에 올라서 조망을 담아 본다.
바로 이런 멋진 풍경을 보여 주었던 곳.
도마치봉에 도착했다.
나무들이 얼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다 부러져 있고, 저만치 멀리 하늘엔 먹구름이...
도마치봉 주변의 풍경들.
우리가 걸어야 할 국망봉 방향의 방화선길.
도마봉으로 가는 능선 내려가는 길엔 소나무에도 얼음이 잔뜩 달라 붙어 있어 힘들게 그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
도마봉.
국망봉 방향으로.
저 멀리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 도는 풍경이 보이는 이곳에서 신선과 선녀들의 밥상이 부럽지 않았다.
지난 주와 달리, 바람도 거의 없이 기온이 많이 올라간 날씨는 산여인님이 정성껏 준비해 오신 만두국의 맛을 느긋하게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마지막 따뜻한 한잔의 커피까지 마실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지난 주 하산길 악전고투 속에 안경알 하나를 분실하셨던 펭귄님이 그 때 느낀 바가 있어 비상시에 몸에 둘둘 말아 온기를 보존할 수 있는 기능성 돗자리를 가져 왔다고 자랑을 하시길래 꼭 써먹을 일이 있길 바란다고 악담 한마디 해 드리고...
배터지게 먹고 신로령으로 출발~~ 근데, 순식간에 주위가 구름 속으로 들어왔다.
할아버지 수염 같기도 하고, 오징어 같기도 하고...
군 통신선도 얼음으로 코팅을 하고...
오늘 걸은 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얼음세상이 펼쳐졌던 도마봉~신로령 구간이다.
걸음걸음 주변에는 우지끈!! 뚝딱!! 와장창!! 얼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는 나뭇가지들과 녹아 떨어지는 얼음덩어리들의 소리로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엉덩이에 예쁜 자수가 놓인 스판바지를 입은 주인공은??
도마봉 이후로 힘들게 신로봉까지 왔다.
지난 월요일 허리를 90도로 굽혀 머리를 감다가 무리가 가서 결리기 시작하던 허리근육이 욱신거리기 시작하니 허리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나도 모르게 다리로만 걸음을 걷다 보니 체력소모가 여간 심한게 아니었다. 억지로 허리를 움직이면 결리고...
다행히 시간이 늦어서 국망봉은 포기하고 신로령에서 하산하자고 의견이 모아진다.
이럴 땐 못이기는 척 얼른 따라가는게 상책이다. 물론, 이성적인 판단을 하신 솔맨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고...
너무나도 이성적인 종군기자 솔맨님~~
신로봉 내림길에 미끄러져 줄줄 흘러 내리고 있는데, 달려와 잡아 줄 생각은 안하고 그 간발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연사를 날리시나 보다.
하산 대기 중...
해가 짧은 요즘 같은 때에 국망봉까지 안가길 정말 잘했다.
벌써 석양빛이 드리워지고 어둑어둑해고 있으니...
택시 불러 장암리까지 내려가고, 터미널 근처의 중국집에서 간짜장과 짬뽕 한그릇씩...
오랫만에 곱빼기 먹었더니 동서울까지 오늘 길의 버스멀미는 더 심한 것 같고, 한 20분 찬바람 쐬며 쉬었다가 안양까지 오는 1650번 광역버스를 타러 가는데.. 왜 이리 정류장 찾기가 어렵냐? 아침에 내린 그 곳의 맞은편으로 가서 기다리는데, 이 동네는 어떻게 같은 장소에 상행, 하행버스가 다 같이 서는지...
힘들게 버스타고 집앞에 오니 또 멀미에 어질어질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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