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맞이 태백산행

2012. 11. 18. 10:37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1월 17일

- 산행코스 : 화방재 - 사길령매표소 - 유일사삼거리 - 유일사쉼터 - 주목단지 - 장군봉 - 천제단 - 망경사 - 반재 - 당골마을

- 산행동무 : 피터팬님과 반더룽산악회

 

이번 주도 지난 주에 이어 낙엽 수북히 쌓인 산길이나 오래 걸어 보려고 생각하던 차에 전국 곳곳의 고산에서 눈꽃 소식이 전해진다.

살짝 자극을 받기는 했으나, 한편으론 초설이기 때문에 그 때 잠깐 보여주고 금방 녹아 없어지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시시각각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눈꽃 인증사진들, 금요일 저녁의 전국적인 비 소식... 분명코 고산지대에는 눈발이 날릴 것이라는 생각, 결정적으로 피터팬님이 반더룽산악회를 이끌고 태백산에 눈꽃을 보러 가신다고 하는 말을 듣는 순간, 이미 내 마음은 눈꽃산행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여태껏 피터팬님 쫓아가서 실망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 믿고 충동적으로 바로 반더룽에 산행신청을 넣긴 했지만, 약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작년보다 보름이나 빠른 이 시기에 정말 눈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주변엔 온통 적군들 밖에 없는지, 덜 녹은 눈이나 좀 밟고 오겠네... 질퍽거리는 진흙탕길 조심하라느니.. 이따위 초치는 소리만 들려오고... 귀가 얇은 내 마음은 또 흔들흔들...

 

산행 당일 아침, 빵과 커피 한잔으로 빈속을 달래려는 생각에 일찌감치 버스승차장으로 차를 몰고 나가 서초구청 주차장에 들어서려는데... 그동안 주말엔 무료개방해오던 이곳이 올 6월부터 유료화하기로 했다는 공고문이 입구에 붙어 있고, 항상 이 시각에는 올려져 있던 바리케이트가 내려져 있다.

다른 주차장소를 찾아 보기엔 너무나 부족한 시간.. 3487이란 숫자가 전광판에 찍히는 것을 보며 별 수 없이 주차장으로 진입한다.

주차를 하고 안내판을 다시 읽어 보니 주말차량혼잡 어쩌고 저쩌고... 10분당 500원이란 글자가 너무나 크게 내 눈에 다가 오고... 순간적으로 돌아가는 머리속 계산기가 한시간당 3천원, 10시간이면 3만원이란 결과를 내놓는다. 으으으~~~ 피 같은 내 던....

 

지갑에서 3만원 아예 빼놓고, 약속장소로 나가 주위를 둘러 보니 올 봄 영취산에서 뵈었던 이쁜 누님이 혼자 서 계신 것이 보인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드리니, 선수님? 그러면서 활짝 웃으신다. 이왕이면 천사님? 그러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센스쟁이 피터팬님 덕분에 버스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그동안 있었던 산행 이야기들.. 토왕성폭포니 잦은바위골이니 무용담에 대해 깔깔거리고, 또 누님이 아시는 우리 블벗님들 소식도 전하고 심심치 않게 산행들머리인 화방재까지 가게 된다.

 

매번 태백산에 올 때마다 내던 유일사입장료가 무척 아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쪽 들머리에는 입장료 징수가 없나 보다.

버스 타고 오는 길에도 산위에 눈이 보이질 않아 불안했는데, 저만치 위로 살짝 희끗희끗한 풍경이 보인다.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서니 제법 많은 양의 눈이 보이기 시작하고...

 

 

 

 

 

 

 

 

올봄에 한계령풀을 담아 보겠다고 뒹굴던 그 노란색 꽃밭을 지나고, 유일사쉼터 못 미처 조망바위에 올라 올려다 보니 태백은 이미 한겨울이다.

 

 

 

 

 

 

 

 

유일사 쉼터.

 

 

 

 

 

 

 

 

오늘 산행중 거의 볼 수 없었던 파란색 하늘.

 

 

 

 

그 눈이 그 눈인지라... 집에 와서 비교해 보면 맨날 이 구도로만 담는다.

 

 

 

 

 

 

 

 

 

 

 

 

 

 

 

 

주목단지가 나오면 내 발걸음이 늦어질 것을 알기에 쉬지도 않고 계속 앞서서 걷고 있었는데, 또 사진에 정신이 팔린 사이 지나친 것이 분명하다.

기다려도 보이질 않고, 올라 오시는 다른 분들께 물어 보니 대장님은 앞에 가셨다네... 허겁지겁 쫓아 올라가 보니 저 위에서 모여 점심식사 중.

내가 달걀 좋아 하는 것은 또 어찌 아시고 누님께서 내놓으시는 삶은 달걀 하나... 난 먹으면 최소 두알은 먹어야 하는 것까진 모르셨나보다.

 

 

 

 

 

 

 

 

새로 생긴 장군봉 정상석 인증. 올해 9월 28일에 세워졌다고 한다.

 

 

 

 

올봄에도 이런 날씨였는데.. 눈에 익어서 그런지, 제단이 있는 태백산의 분위기가 오히려 이런 날씨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해 본다.

 

 

 

 

 

 

 

 

 

 

 

 

 

 

 

 

 

 

 

 

 

 

 

 

원래 산행코스는 이곳에서 반재를 거쳐 당골로 하산하는 것인데, 시간이 많이 남으니 일부는 문수봉까지 가자는 분들도 계셨지만, 이런 조망 속에선 큰 의미가 없어 보이고... 그냥 천천히 눈꽃구경이나 더 하면서 나는 피터팬님을 따라 이곳에서 하산하는 원래 코스를 따르기로 한다. 

 

 

 

 

실실~~ 하산하며... 제발 저기 보이는 문수봉에도 별 다른 조망이 없기를 바라면서....

 

 

 

 

망경사.

 

 

 

 

피터팬님도 이곳에서 먼저 하산하시고... 나는 내 특기인 산에서 시간 때우기에 돌입한다.

 

 

 

 

 

 

 

 

 

 

 

 

 

 

 

 

 

 

 

 

도인 같으신 분이 지게를 메고 올라 오시는데, 찰칵했더니 나중에 사진 보내 달라신다. 메일주소는요??

 

 

 

 

 

 

 

 

 

 

 

 

어느 날엔가 모데미풀 담으러 올라 가던 그 길.

 

 

 

 

그래도 널널한 시간에 단군성전도 한바퀴 둘러 보고...

 

 

 

 

 

 

 

 

 

 

 

 

오늘의 뒷풀이 장소. 메뉴는 청국장.

청국장 리필가능, 밑반찬도 무한리필, 맛도 좋고 서빙도 좋았다.

 

 

 

피곤했던지 서울로 올라 오는 길은 골아 떨어졌다.

서울에 가까와지면서 잊고 있었던 주차비 걱정이 다시 머리 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오늘 함께 했던 피터팬님, 고문님, 누님 등과 인사를 나누고 서초구청 주차장으로 올라가서 안내판을 다시 읽어 보니, 아침 당황한 마음에 놓쳤던 문구 한 줄이 눈에 추가로 들어 온다. 주말혼잡... 어쩌고 저쩌고... 10분당 500원... "징수할 수도 있다."

출구 주차비 징수박스를 보니 안에 불이 꺼져 있고, 출구 바리케이트는 올려져 있다. 구청장님 맘 바뀌기 전에 얼른 나가야겠다~~~

빼 놓았던 3만원 다시 지갑에 집어 넣고... 공돈 벌은 기분...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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