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9. 12:22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월 28일
- 산행코스 : 성남매표소-상원사-남대봉-향로봉-비로봉-사다리병창-세렴폭포-구룡사-구룡사매표소
- 산행동무 : 혼자
원래 이번 주에 계획되었던 설악산 1박2일 산행이 이런저런 이유로 갑자기 무산되는 바람에 갈 곳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게 된다.
눈이 내렸다면 대둔산 설경이라도 보러 가려고 했는데... 그쪽 지방에 온다던 눈도 안오고...
혼자서라도 설악을 들어가려니 둘째날의 가정사 때문에 시간이 빠듯한 감이 있고....
그러다가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른 곳이 치악산이다.
국립공원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이라고 하는 산 중에 하나, 대부분의 블벗님들은 다 다녀왔지만 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산.
언제부터 한 번 다녀오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동안 아무도 치악산의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그래, 얼마나 치를 떨고 악 소리 나오게 하는 산인지 몸소 체험해 볼 겸, 이번 기회에 혼자 다녀올 계획을 꾸린다.
항상 그렇듯, 혼자 산행을 하면 시간개념이 희미해지고 놀고 구경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찌감치 들머리로 잡은 성남매표소에 도착해서 차를 내렸지만, 쥐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 주변의 분위기와 써늘하게 몸속을 후비고 들어오는 새벽공기의 느낌이 나를 다시 차안으로 기어 들어가게 만든다.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8시가 되어서야 출발한다.
임도를 따라 2Km를 넘게 걸어 들어 간다.
나는 이 임도가 상원사까지 이어진 길인 것으로 생각하고 택시를 타고 상원사까지 갈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상원사는 해발 1084미터의 고지에 위치해 있어 임도의 끝에서도 산길을 따라 족히 한시간은 산행을 해야 나타나더라.
하긴 택시를 탔으면 이렇게 이쁜 길도 못보고 지나쳤겠지.
이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뭐 가벼운 것이라도 있으면 들고 가려고 안쪽을 들여다 봤는데, 고급승용차 한대 밖에 없더라.
이 표지판을 보고 혼자서 킬킬댄다.
Saemteo란 영문은 외국인을 위한 것일까? 내국인을 위한 것일까?
상원사. 어쩌자고 이렇게 높은 곳에 사찰을 지어 놓았을까?
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 위치한 사찰이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지리산의 법계사가 있네...
남대봉 가는 길, 애기상고대가 감질나게 피어 있다.
예전같으면 와~ 할텐데, 워낙에 좋은 걸 많이 봐온터라 큰 감동은 없다.
남대봉 못미처 전망바위에 오르니 북서쪽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저 멀리 서쪽방향으로 보이는 거대한 산줄기가 어디쯤일까 궁금하다. 화악산이나 명지산쯤 될라나?
이곳에서 과일과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놀다 간다.
남대봉 공터에서... 정상석이 없는 줄 알고 그냥 여기서 인증을...ㅋㅋ
여기선 동쪽의 조망도 열린다.
향로봉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 감시초소 옆에 숨어 있던 정상목을 발견한다.
가야할 능선길.
울퉁불퉁한 근육질. 멋지다!!
향로봉 가는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눈의 깊이가 제법있다.
바닥이 다져져 있지도 않아 빠지는 곳도 많고, 미끄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한걸음에 2~3미터씩 쭉쭉 미끄러지며 재미있기도 하다.
향로봉 아래 공터. 앞에 보이는 부드러운 능선을 우측으로 따라 올라간다.
향로봉부터는 산악회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이고 국립공원 같은 분위기가 보인다.
덜 심심하고, 길도 많이 다져져 있어 좋은 반면, 어수선하고 복잡해서 얼른 자리를 뜬다.
향로봉을 다 내려와서 비로봉으로의 긴 오름길이 시작할 무렵, 이 곳 양지 바른 곳에서 나도 점심을 먹고 간다.
식사도 하고, 과일과 커피도 한잔 하고... 따뜻한 햇살이 좋아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치악산의 주능선길은 양옆으로 가파른 사면, 겨울이라 이파리가 다 떨어진 듬성듬성한 나무 숲에 바위들도 많지 않아 몸을 은폐할 장소가 거의 없다.
아침 치악산휴게소에서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그냥 패스했더니, 푸지게 점심을 먹고 출발한 지금 살살 신호가 온다.
안그래도 장거리를 걸어와 지칠 무렵인데 뒤에서 당기기까지 하니 걸음이 안걸어진다.
결국, 덜 가파른 사면 저쪽에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하나 발견하고 30미터 정도 무릎위로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들어가 성공!!!
비로봉을 향한 발걸음이 사뿐사뿐, 훨씬 가볍다~~ㅋ
마지막 비로봉 정상 오름길의 계단들... 좀 빡세네~
늦은 시각,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한 비로봉 정상에서 또 한참을 왔다 갔다 하며 셀카도 찍으며 사진 놀이에 빠진다.
향로봉방향에서 올라온 능선길.
남대봉과 향로봉 방향의 오늘 걸어 온 길이 한눈에 펼쳐진다.
10초 타이머 맞추어 놓고....
사다리병창길로 하산 시작.
나는 능선길을 걸어 왔기 때문에 이해를 할 수 없었는데, 이 길을 내려오면서 왜 그렇게 치를 떨게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내림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가파른 계단길의 연속....
그나마 오늘은 눈이 많이 덮여 있어서 계단이 일부 사라진 것이 내림하기에 조금 편했던 듯 싶다.
이 길을 오름하면 정말 악! 소리 나올 것 같다.
등로에서 100미터 정도 빠져 들어간 길에 있는 세렴폭포.
여기서부터는 룰루랄라 걷기 좋은 산책길.
구룡사.
구룡사주차장에 나오면 택시가 있을거라 했는데... 휑하다.
전국의 지리와 교통에 달통하신 인간네비게이션 몽몽님을 염두에 두고 산여인님한테 전화를 드려 성남매표소로 돌아가는 길을 물어보니 역시....
화장실 앞 쓰레기통의 위치까지 정확히 언급해 가며, 어디서 몇번 버스를 타고 거기로 가서 다시 몇번 버스로 갈아타고 저기로 가고 저기서 택시를 타고 조금만 들어가면 된다라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알려 주신다. 땡큐~~~ 베리망치~~
몽몽님이 알려주셨던 41번 버스를 타고 원주역으로 나가니 버스정류장 바로 앞의 중국집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가볍게 짜장면곱빼기 한그릇 때리고 기다리고 있으니 한참 만에 21번 버스가 도착, 타고 신림면으로 또 이동한다.
그 와중에 의심이 많은 나는 구글맵에 GPS를 켜놓고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수시로 확인한다. ㅋㅋ
신림면에 내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지나다니는 택시가 안보인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물어보니 신림면 통털어 택시가 2대 있는데, 다 퇴근했을테니 전화를 해 보란다.
그렇게 전화를 해서 겨우 택시를 얻어 타고 아침에 주차해 놓은 곳에 도착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이 2시간 반, 짜장면 먹은 시간을 빼도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지금부터 고속도로를 타고 집까지 가는데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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