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년맞이 겨울 지리종주 산행기 - 첫째날

2012. 1. 9. 18:41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월 7일 ~ 8일

-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고개-세석대피소(1박)-장터목대피소-천왕봉-장터목대피소-백무동

- 산행동무 : 아리, 강선수, 풍경소리, 산여인, 몽몽, 솔맨, 펭귄, 양이레, 들꽃처럼

 

작년말, 고관절의 미세한 통증에 지레 겁을 먹고 출정 1시간 전에 포기하고, 절치부심 속앓이를 하며 기다렸던 겨울 지리종주 재도전의 그 날이 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홀로가 아닌 블벗님들과 함께... 일기예보에 의하면 날씨도 맑고 포근하다고 하니 기대감이 더욱 더 상승이다.

포항에서, 여수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전국의 블벗님들이 구례구역 앞으로 한치의 오차없이 정시에 집합한다.

성삼재까지 올라가는 도로의 상태가 걱정이었는데, 그것도 문제없이 풀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새벽시간에 구례구역 앞 여천식당에서 해장국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성삼재로 이동한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바라본 성삼재 방향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별이 총총, 달빛이 환해 한층 더 이번 종주의 기대감을 부축인다.

방금 아침을 먹고 올라 온 터이라 노고단대피소는 패스~~

 

 

 

 

노고단 이후로 힘이 남아 도는 일부 짐승님들은 그 와중에 반야봉을 오르겠다고 먼저 치고 나가시고, 나는 삼도봉에서 일출을 볼 요량으로 들꽃님을 보필하며 천천히 진행한다.

드디어 삼도봉에 도착, 동쪽 하늘이 노랗고 벌겋게 물들어 오른다.

 

 

 

 

 

 

 

 

 

 

 

 

 

 

 

아마 혼자 종주 중이었다면 이곳 삼도봉에서 부드러운 아침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30분은 족히 더 보냈을 것이다.

 

 

 

 

화개재로 내려가는 긴 계단길에도 아침햇살이 나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눈길위를 노랗게 비춘다. 

 

 

 

 

 

 

 

 

화개재에 도착. 사진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내가 보필해야 할 들꽃님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토끼봉 오름길에 뒤돌아서 또 한 장.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들꽃님 혼자 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오는 길에 부러진 나뭇가지에 긁혀 오른쪽 뺨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이번 종주길에 얻은 영광의 훈장으로 삼아야겠다.

 

 

 

 

 

 

 

 

 

 

 

 

 

시끌벅적한 점심시간을 보내고, 커피까지... 그리고 벽소령으로 출발한다. 

 

 

 

 

걱정했던 들꽃님은 펄펄 날아 다니시니, 오늘 유난히 힘들어하는 강선수로 나의 보필 대상이 바뀌었다.

아~ 들꽃님 보필할 때가 좋았는데....

이넘, 앞서서 가면 자길 버리고 간다고 궁시렁, 뒤에 따라가면 내 발자국 소리에 쫓기는 듯 불안하다고 또 궁시렁...

그래서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몸을 숨기며 미행하듯 따라 간다.

 

 

 

형제바위 못미처서... 천왕봉이 이렇게 가까이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날씨.

정말 복 받은 날이었다.

 

 

 

 

 

 

 

 

 

 

 

 

 

 

 

 

죽는다고... 못간다고... 그렇게 투덜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벽소령까지 강선수를 보필하며 무사히 왔다.

 

 

 

 

반야에서부터 이어지는 걸어온 능선길을 벽소령에서 되돌아 본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남은, 하지만 가장 힘든 세석까지 가는 길을 출발한다.

 

 

 

 

 

 

 

 

 

 

 

 

어느새 반야의 궁둥이에 노을빛이 물들기 시작한다.

다리에 힘이 빠져 한발짝 올라 서기가 힘들다.

세석을 3킬로 남겨 놓은 시점, 보필이고 뭐고 나부터 살아야지... 냅쳐두고 혼자 세석으로 향한다.

 

 

 

 

 

 

 

 

천왕봉 위에는 둥그런 달이 걸쳐 있고...

 

 

 

 

 

 

 

 

세석평전에는 노을빛이 붉게 비치고 있다.

 

 

 

 

칠선봉과 영신봉에서 저녁 노을을 기다려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너무나도 힘들고 지쳐 있던 몸인지라 일찍 대피소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이 더했다.

영신봉에서 세석으로 내려가는 길, 반대로 영신봉으로 일몰보러 올라간다는 짐승들을 또 마주치며 혀를 내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