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5. 21:42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2년 1월 14일
- 산행코스 : 춘천댐 매운탕골-삿갓봉-가덕산-북배산-계관산-삼악산-정양사-의암댐 닭갈비집
- 산행거리 : 25.5 Km
- 산행시간 : 11시간 30분 (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 산행동무 : 산고파, 솔맨, 몽몽, 산여인
지난번 그들의 삼관우청광 산행 때 내가 중간지원하고 일부 구간이나마 함께 걸으면서 인연이 깊어진 산고파님께서 그때의 보답을 할 겸, 주연배우를 시켜 줄테니 춘천의 삿가북계삼 5산종주에 영화찍으러 나오라고 제안을 하신다.
종주산행의 이름에서 난이도가 범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당일 아침까지도 일단 삿가북계 4산까지만 콜 받았음을 수차례 강조하는 영악함을 발휘한다.
한편, 나한테는 평생 기회가 없을 산행의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에 혹하고, 컨디션 봐서 현장에서 삼까지 고하려는 은근한 욕심을 밖으로는 철저히 갈무리하며 아침 6시 태릉입구역에서 미팅을 한다.
차량통행이 한산한 새벽길을 쌩쌩 내달리며, 지난 주말 지리산행 중에 있었던 전국 국립공원대피소에 악명높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그동안의 재미난 이야기거리가 차안에 가득 찬다.
또한, 대피소예약 순위로 나한테 내기를 걸었다 밀린 산여인님의 아침식사 지원도 기분좋은 산행의 한부분이었다.
산행거리를 늘이지 못해 안달인 그들의 머리 속에는 이미 삼악산이 자리 잡고 있을게 뻔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내 나름의 생존전략은 자동차열쇠였다.
차열쇠를 쥐고 있는 나는 여차하면 계관산에서 탈출을 시도할 것이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 올 것이라는 계산이었는데...
나보다 더 영악한 총감독인 산고파님의 계략에 말려 버렸다.
삼악산 날머리 바로 앞의 식당 사장님한테 삿갓봉 들머리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 놓고, 내차는 저녁에 찾으러 올테니 잘 보관하고 있으라며 열쇠까지 주어 버린 것.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내 차를 찾아서..."란 영화를 끝까지 찍을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춘천댐 앞의 매운탕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각자 느린마을 막걸리 한병씩 꼽고 전투준비 완료.
홍적고개에서 몽덕산부터 시작하면 그래도 좀 쉬울텐데, 삿갓봉은 거의 바닥에서 출발.
소중한 입술을 보호해야지... 메이크업 타임~~
이제 능선으로 올라 선다.
삿갓봉 정상.
지난 번 다녀왔던 가리산의 정상이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있다.
몽덕산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게 되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우리의 두번째 목적지인 가덕산은 몽덕산 방향으로 50미터 정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가덕산 정상석 인증.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족발과 막걸리로 간식타임~~
다음 목적지인 북배산으로 향하는 길...
산고파님이 이런 덜 다듬어지고 인적이 드문 산길을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국립공원이나 소위 명산이라 불리우는 산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와 말그대로 "자연"스럽다는 그런 느낌...
1, 2, 3, 4....
저 위에서 맨 꼴찌로 올라 오는 나를 누군가가 기다려 준다.
아무리 짐승들이라도 산길에선 힘든 법이고, 올라 섰으면 쉬고 싶은 법인데.... 이만치 마중을 나와서...
숲 사이로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앞으로 가야할 계관산까지의 능선길.
가끔 이런 바위 장애물도 만나고...
괜히 힘든 척 하며 기다렸다 먼저 보내 주기도 하고....
화악산의 봉우리와 능선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계관산까지 비교적 잘 온 듯 싶다.
많이 접해 보지 않았던 스타일의 길에 대한 미련도 좀 남고, 체력도 널널하게 남았다.
삼악산까지 8 Km, 여태 걸어 온 만큼 더 걸으면 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내심 삼을 염두에 두고 챙겨온 헤드렌턴도 있으니 고!를 외친다.
나는 계관산에서부터 배가 고프다고 징징댔는데, 혹시나 내가 마음이 바뀌어 하산하자고 할 것이 걱정되었는지, 산여인님은 계관산에서 점심을 주지 않고 하산길과 삼악산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삼악산 방향으로 접어 들어간 이후에야 자리를 펴고 점심을 준비해 주신다.
산행에 관한 한은 너무나도 철두철미한 산여인님.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떡만두국. 세그릇이나 퍼먹고 마지막 남은 국물 설겆이까지....
약 한시간 정도 배불리 먹고, 커피까지 끓여 마시고, 또 다시 삼악산까지의 먼길을 떠난다.
이전까지의 길과는 달리, 삼악산까지 가는 길은 등로에 눈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계관산에서부터 여기 석파령까지 약 6 Km를 혹시나 눈길이 나올까 싶어 계속 장착하고 왔던 아이젠 때문에 발바닥도 불편하고 하산길에 다리에 힘이 더 많이 들어 가는 것 같다.
서서히 지쳐 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장착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젠을 벗고, 일행을 먼저 보내고 잠시 쉬면서 재정비를 한다.
의자 옆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삼악산으로 접어 든다.
앞으로 나올 마지막 두개의 봉우리가 얼마나 힘든 줄은 전혀 짐작도 못한 채로....
청운봉 올라가는 길.
이미 어두워진 산길을 오르다가 가끔 정신을 차려 보면 길바닥이 내 코 앞에 와 있다.
선두와의 거리는 이미 한참이나 벌어진 듯... 가파른 오르막 경사에 등로의 잔돌들은 자꾸만 발걸음을 아래로 끌어 내리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들머리가 있으면 날머리도 있는 법.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한발짝씩 올려 놓는다.
중간에 만났던 아름다운 일몰에서 약간의 기운을 받는다.
일몰을 담고 몇발짝 더 위로 옮긴 지점...
산고파님이 바위 위에 앉아 계신 것이 보인다. 힘들어서 쉬고 계신 중이라고 하신다.
말씀을 그리 하셨어도 그 따뜻한 속마음은 충분히 와 닿는다.
요 아래에서 일몰을 담는다고 5분 정도 얼쩡거렸던 내가 창피하고 미안해진다.
내가 생각하는 이번 영화의 최고의 클라이막스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어렵게 어렵게 청운봉을 넘자 그에 못지 않는 용화봉이 또 버티고 서 있다.
또 한번의 용을 쓰고 올라선 삼악산 정상, 용화봉.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해냈다는 대견함과 미리 도착해서 날이 저물어 추운데서도 기다렸다 진심으로 반겨주는 벗님들...
행복한 순간이다. 짧은 찰나였지만, 아침에 산여인님한테서 내기로 따먹은 아침식사가 미안해지기도 했던 울컥한 순간이다.
깜깜한 내림길은 상원사코스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산고파님이 알고 계시는 정양사 방향으로 잡는다.
정규등로가 아니라서 길이 좀 희미해 질 때도 있는데, 렌턴불빛 하나로 산고파님은 잘도 찾아 가신다.
딱 한번 5미터 정도 알바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듯 입에서 튀어 나왔던 한마디, 아~ 띠바~
선두에서 길찾기에 집중하느라 못들으신 줄 알았는데... 들으셨단다..ㅋㅋ
그래서 또 한 번 나의 인간성을 성토하며 한바탕 웃고...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내 차를 찾았다. 오로지 나의 두 다리로 걸어서....
얼굴은 소금끼가 말라 붙어서 염전이 되어 있었고, 신발과 바지는 흙투성이, 팔다리는 욱씬욱씬하지만, 마음만은 날아 갈 것 같다.
발걸음 맞지 않는 저에게 표안나게 보조 맞추어 주시고 힘든 척 하며 힘을 북돋아 주신 솔맨님, 몽몽님, 산여인님... 고맙습니다~~ 근데, 표는 많이 났어요~ㅋ
그리고 Special thanks to 감독 산고파님~~ 영원히 기억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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