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2. 17:41ㆍ일상에서...
2012년 1월 22일.
지난 주에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올해 1월초순의 설중 복수초 사진 한장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알아 보니 이미 12월말부터 동해와 용인의 한택식물원에 성질 급한 복수초들이 한두송이씩 올라 오고 있다는 것이다.
온실에서 키우는 것도 아닌 노지의 야생화가 어찌 이 한겨울에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고 의심도 해 봤지만, 조사 결과 100프로 사실이었다.
지난 주중 예보에 의하면 서울/경기 지역에 눈소식도 있었으니 잘하면 설연휴 기간에는 설중복수초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 내린 것은 부슬비만 주룩주룩....
설 명절에 본가와 처가를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잠시 토막시간을 내어 용인의 한택식물원으로 쏜다.
명절이라서 그런지 방문객도 거의 없고, 매표소 직원과 복수초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누고 느긋하게 입장권을 끊고 들어 간다.
들어 가기 전, 큰 기대없이 지나가는 말로 조그마한 고릴라삼각대도 쓰면 안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오늘 사람도 없으니 그러라고 한다.
딱 예상했던 만큼, 입구 개울가에 군데군데 한두송이씩 피어 있는 정도...
몇장 담지도 않았는데, 도로 쪽에서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요란해서 뒤돌아 봤더니 한 여자분이 씩씩대면서 나한테 달려 들고 있다.
영문을 몰라 쳐다만 보고 있는데, 삼각대 반입 안되는거 모르냐? 어떻게 가지고 들어왔냐? 하며 난리를 부린다.
자초지정을 설명하는데, 그 여직원의 듣는 표정은 내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는 눈치다.
대끔 한다는 말이... 우리 직원 중엔 그런 사람 없다. 그 직원 이름이 뭐냐? 지금 불러서 물어봐도 되느냐? 하며 자신만만한 태도로 걸린 먹잇감을 하나 앞에 두고 요리하려는 태세다. 내참.. 내가 그 직원 이름을 어찌 알겠나?
순간,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애써 참으며 그러라고 했더니 진짜로 매표소 직원을 불러서 대질시킨다.
나는 누명이 풀려서 다행이지만,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매표소직원은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여직원한테 야단을 맞고 있다.
간간히 들리는 말이 "저런 식"(내 삼각대를 지칭하면서...)이란 말이 살짝 신경을 거슬리긴 했지만, 더 이상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지고 왔던 고릴라 삼각대도 아예 자진해서 맡기고 나갈 때 찾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 여직원은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하지만 끝까지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포토라인을 넘지 말라고 한마디 던지고 사라진다.
한 10여분 지났을까? 또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뒤돌아 보니 이번엔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다.
그 안에서 뭘하고 있느냐? 왜 거기에 들어갔냐? 하며 어서 나오라고 한다.
짜증이 정말 많이 났다.
아까 있었던 상황까지 설명해 가며, 정해 놓은 포토라인을 가르키며, 그 범위 밖에 서있는데 왜 자꾸만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며 나도 역정스럽게 내뱉기 시작한다.
정말 기상천외한 답변은 포토라인을 잘못 정했으니 당장 나오란다. 아직까지 명령조다.
오늘 정말 일진이 사나운 날인가 보다. 아무 잘못도 없이 여기저기서 자꾸 야단만 맞고 다닌다.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사진 찍을 맛도 안나고....
정말 나를 뚜껑 열리게 만든 한마디가... "정 그럼, 그냥 찍다 오세요~" 완전 거지적선하는 말투다.
내가 언제 그 자리에서 사진을 꼭 찍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네들이 잘못 정해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흰색 포토라인 밖에서 상태 좋은 복수초를 찾느라 걷기만 하고 있었는데... "정 그럼" 이란 표현은 도대체 뭔가? 그리고 그 정도로 피해를 주는 장소라면 어떤 이유라도 안되는 것이지, 결국 찍다 오라는 것은 또 뭔가?
많이 흥분이 되어서 연세 드신 분 앞에 입이 다소 거칠어지긴 했다.
바로 퇴장하겠다고 하니 입장료는 환불해 주겠단다.
퇴장길 내내 옆에서 상식, 전세계 식물원 등에 대한 그 분의 열띤 강의는 이어졌다.
씁쓸한 기분으로 주차장으로 돌아와 삼각대 회수하고, 입장료 환불해 달라고 하니 매표소 직원이 또 환불 이유를 묻는다.
이건 뭐... 자기네들끼리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상황.
내가 왜 자기네들 커뮤니케이션을 중간에서 해 주어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하루였다.
그 어르신의 인상착의, 복장, 만난 장소 등등에 대한 진술을 다 하고, 또 한 번 올라 오는 성질에 소리소리 질러 대고 나서야 겨우 입장료 4천원을 돌려 받았다.
솔직히 4만원을 돌려 받아도 밑진 장사를 한 느낌....
돌아 오는 길 차안에서, 한편으로는 사진을 찍는다는 목적으로 자연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내가 직접 본 것도 더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야생화 촬영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저 정도의 무조건적인 피해의식을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또 한편으로는, 가꾸어 놓은 화단도 아닌 노지의 개울가에 자생하는 식물에 대한 관리를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쨌든, 결론은 나를 반기지 않는 곳,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곳엔 안가면 된다는 것.... 편하게 생각하자. 깊게 생각하면 나만 머리 아프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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