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20. 23:30ㆍ여행일기
제주에서의 두번째 날은 어제 못갔던 한라산의 영실-어리목코스를 걷는다.
어제 밤 늦게까지 야경을 찍는다고 설레발을 치다 느즈막히 숙소에 들어간 그 시각에도 어제 찍었던 사진들을 가지고 온 노트북컴퓨터로 다 들여다 보고, 새벽 1시쯤에나 잠이 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찌감치 눈이 잘도 떠진다.
내 몸 속 어디에서 이런 체력이 튀어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침식사로 펭귄님의 단골식당인 모슬포 내항의 덕승식당에서 매운탕과 갈치조림을 배불리 채운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고요한 아침의 항구와 마을의 모습을 담아 본다.
주말인 어제와 달리 오늘은 영실휴게소 올라가는 길이 한산하기 그지없다.
오래 전 부모님을 모시고 왔던 제주여행길에 아버지 혼자서 산행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아이들과 다른 가족들은 테디베어박물관에 내려 놓고 아버지를 모셔다 드렸던 들머리가 바로 이 곳이었다.
그 당시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똑같이 했으리라.
옛날 영실휴게소 건물은 폐쇄되어 있었고, 그 맞은 편에 새로이 멋진 휴게소 건물이 생겨 났다.
주먹밥 두 덩어리를 사들고 산행코스로 들어 간다.
병풍바위가 보인다. 그 위를 걸어서 우측으로 빠져 나가면 윗세오름이다.
여름에는 병풍바위의 골을 따라 폭포가 만들어지기도 한단다.
단풍도 제법 보이고, 날씨도 확실히 어제보다 좋고.... 일정을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카메라의 노출을 못 잡겠다.
보는 눈은 좀 떨어져도 그거 하나는 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빛이 너무 강해서일까? 사진이 밝았다 어두웠다 종잡을 수 없이 왔다 갔다 한다.
결국 나중에 노트북으로 옮겨서 보니 태반이 노출오버되어 허옇게 색이 날라간 사진들뿐....
뭐...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거지. 그나마 좀 나은 것들 적당히 보정해서 써먹어야지.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는 가파른 계단길에서 땀을 좀 빼지만, 그 이후부터는 편안한 길과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원뿔벽은 구름 속에서 살며시 다리통만 보여주고....
서서히 전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윗세오름 대피소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무더기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체로 왔는지 떠들썩하며 지나간다.
그 중에 한명이 힘들어 죽겠다고 불평을 늘어 놓는데,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는데 조금 힘든건 견딜 수 있지 않냐고 하자....
한라산 하도 봐서 별 감동도 없고, 지겹다고 한다.
하긴 이 이아들한테는 그냥 집 근처에 있는 산이겠지.
대피소에서 컵라면과 주먹밥, 빵 등으로 점심을 요기하고 남벽분기점을 향해 출발~~
여름에는 이 곳이 온통 초록뱇 초원이었다고 펭귄님이 말씀하신다.
서벽을 돌아 남벽으로 가는 중.
제주 오름들의 완만한 곡선이 참 이쁘다.
돈내코 방향이니 서귀포쯤일 것이다. 시내와 바다가 보인다.
혼자 왔다면 이 곳이 남벽분기점인 것도 모르고 마냥 돈내코로 하산했을 것 같다.
특별한 표식도 없고, 샘 하나 덜렁 있는데... 이 곳이 분기점이라고 한다.
단체로 인증하고 다시 윗세오름 대피소로 빽!!
윗세오름 대피소로 되돌아 와 한참을 쉬었다 간다.
도시의 비둘기와 비슷한 습성을 보이는 한라산 까마귀와 놀기도 하고, 햇살이 따뜻하게 데워 놓은 나무데크에 드러누워 등판 찜질도 하고....
한라산 까마귀의 포스가 대단해 보인다.
어리목으로 하산 시작.
꼬불꼬불 아름다운 길이 드넓은 초원사이로 뻗어 있는 이 곳의 풍경이 오랫동안 머리에 남을 것 같다.
한라물부추.
만세동산의 전망대.
다음 사재비동산으로....
사재비동산 이후로는 계속되는 숲길.
영실휴게소로 가서 차를 회수해 와야겠기에 혼자 조금 서둘러 하산을 완료한다.
영실휴게소까지 택시비 2만원.
서귀포시내로 나오는 길가에 거린사슴전망대에 잠시 차를 세우고 전망을 감상한다.
저녁은 서귀포 해운대가든에서 제주흑돼지 숯불구이.
예전에 가족여행 때에도 우연히 들려 아침식사로 전복죽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맛집검색에서 또 걸린 걸 보니 나와는 인연이 있는 집 같다.
그 인연이 얼마나 질긴지, 이번 여행 중에 또 다시 일부러 찾아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의 숙소는 성산의 동남모텔.
주인 아주머니께서 간세다리 카페에서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서 같은 간세다리 회원인 펭귄님의 일행인 우리들을 무척 반겨 주신다.
시설도 일반 제주의 모텔에 비해 좋고, 친절하셔서 편안히 이틀동안 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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