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공룡-단풍산행기

2011. 10. 9. 18:56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1년 10월 8일 (무박산행)

- 산행코스 : 소공원-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천불동계곡-비선대-소공원(원점회귀)

- 산행동무 : 나홀로

 

지난 주말 가을향기님의 설악산 서북능선의 단풍을 보고 뽐뿌를 잔뜩 받고 있는데, 산여인님의 주중 설악산행에서 마무리 카운터펀치를 맞고 그대로 K.O... 나도 설악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이 시점이면 억새냐 단풍이냐를 놓고, 짜장과 짬뽕 사이의 갈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작년 10월 17일에 소문만 듣고 무작정 다녀왔던 황량하고 썰렁했던 공룡단풍에 워낙에 실망이 컸던지라, 올해는 민둥산의 억새를 보러 가려고 내심 생각했었는데....제 날짜에 딱 맞추어 가보았던 공룡의 단풍절경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토요일 자정을 넘겨 12시30분에 집에서 출발, 내설악광장에서 오뎅 한그릇을 먹고 소공원주차장에 도착하여 정각 3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마등령 바로 밑, 전망대에 도착하여 일출을 기다리는데... 아랫부분의 두툼한 구름층 때문에 해가 나오질 못하고 있다.

한참 만에 구름을 뚫고 빼꼼히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햇님. 허공에서 삼각형 모양의 일출이 시작된다. 

 

 

 

마등령 아래의 독특한 모양의 뽀족한 바위 봉우리의 이름이 진대봉이라고 하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곧바로 마등령에 올라 아침거리로 가져온 왕만두를 꺼내어 먹는데...식어서 그런지 맛이 별로다.

세개 중에 한개만 먹고, 나머지는 다시 keep. 바나나와 빵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공룡능선으로 스며든다.

 

 

 

뒤돌아 본 마등령, 아침햇살의 붉은 기운에 단풍이 더 붉어 보인다.

 

 

 

공룡능선에 들어선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름다운 절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산여인님이 주중에 핸드폰으로 보내 온 "너무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그 문자의 내용이 정확히 지금의 내 심정이었다.

오늘 난 산행할 마음이 없다.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걷다가, 쉬다가, 보다가, 찍다가.... 공룡능선 5Km 구간을 마냥 만끽할 것이다.

 

 

 

 

 

 

 

 

 

 

 

 

 

 

 

 

 

 

 

 

 

우려했던 정체도 거의 없고, 널널~~ 

 

 

 

 

 

 

 

 

 

 

 

 

 

 

 

 

 

 

 

 

 

 

 

 

 

 

 

 

 

 

1275봉에서 아까 먹다 남긴 식어 빠졌던 왕만두를 중탕으로 쪄서 먹으니 정말 맛있다.

불 피운 김에 커피도 한 잔 타먹고, 한참을 쉬었다 간다. 해지기 전에 하산하는 것은 진작에 포기한 상태....

특히나 더 아름다웠던 1275봉 주변이었던 것 같다.

 

 

 

 

 

 

 

 

 

 

 

 

 

 

 

 

 

 

 

 

 

 

 

 

 

 

 

 

 

 

 

 

 

 

 

 

 

 

 

작년엔 신선대가 가까워 지면 "휴~~이제 다 왔나 보다~" 했는데, 오늘은 "벌써??" 였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이미 작년보다 몇시간을 더 넘었는데도 말이다.

 

 

 

 

 

 

다음엔 또 나를 어떻게 괴롭힐지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애교많고 재롱질 많이 떨던 이쁜 공룡이었다.

 

 

 

신선대 아래에서 남들 다 넘는 금줄을 나도 소심하게 넘어 바위길로 올라 본다.

 

 

 

금줄 안에는 햇살이 잘 드는 곳이라 그런지 여름 야생화들이 아직도 몇송이 남아 있어 담는다. 

 

 

 

 

 

 

 

 

 

괜히 금줄을 넘었다는 후회도 조금 했던 구간. 

 

 

 

신선대에서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던 외국인 미녀한테 부탁해서 담았던 인증샷. 

 

 

 

 

 

 

마등령 이후 공룡에서만 장장 8시간 30분을 보내고 희운각대피소를 향해 빠져 나가는 길...

그래도 남는 아쉬움....

 

 

 

무너미 삼거리를 지나 희운각에 라면 끓여 먹으러 간다.

넣어 먹을 달걀도 하나 준비해 가지고..... 

 

 

 

천불동계곡은 위쪽부터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음주부터는 이쪽 계곡이 능선보다 더 보기 좋을 듯.... 

 

 

 

 

 

 

 

 

 

이후로는 어두워져서 카메라도 아예 끄고, 비선대를 약 2km 정도 남은 시점부터는 렌턴까지 장착한다.

올해에만 몇차례 걸었던 천불동계곡이라 더욱 길게 느껴진데다 눈앞에 펼쳐진 절경에 힘든 줄도 몰랐던 다리의 피로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L님이 겪고 있는 증상과 비슷한 것을 나도 느낀다.

애시당초 하룻밤 자고 근처의 다른 곳을 하나 더 들렸다 올라 오려던 생각도 가슴 뿌듯하고 부자가 된 듯한 기분에 다 잊혀지고, 바로 집으로 귀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교통정보를 들춰보니 도로정체가 조금 있어 시간을 좀 보낼 겸, 피곤한 몸을 잠시 쉬었다 갈 겸, 인근의 환타지아24시 찜질방에 들어가 샤워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귀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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