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9. 21:10ㆍ일상에서...
2011년 9월 18일.
전날 지리 무박산행의 여독 때문에 아무런 계획도 잡지 않고 점심무렵까지 정말로 달콤하게 자고 일어 났다.
기분좋을 정도의 허벅지 근육통이 느껴지고, 숙면을 취한 탓에 맑고 개운한 머리 속.... 창밖에는 수리산이 눈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을 정도로 너무나 투명한 날씨다.
어제 다녀왔던 지리산행의 사진이나 정리하며 집에서 쉴 계획이었는데, 이런 날씨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보는 듯한 느낌에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고 외출 준비를 한다.
목적지는 하늘공원.
마눌님은 어제 친구들이랑 서산에 놀러 갔고, 아이들한테 같이 가자고 하니 티비만 보던 것들이 갑자기 공부를 해야 한단다.
이미 다 예상했던 일..... 하지만 또 혼자서 놀러 나가게 된 명분은 마련된 셈이다.
억새가 많이 피었을까? 오늘 저녁 노을이 이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상암동으로 천천히 차를 몰고 출발한다.
도로변을 따라 불법주차를 해 놓은 것을 보고 나도 빈틈에 따라서 차를 세울까 하다가 경기도민이 모처럼 특별시에 나들이 나와서 피해를 주면 안되겠다 싶어 그냥 주차장으로 들어 간다.
맹꽁이 전기차라던가? 그걸 타고 하늘공원 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산악인이므로 걸어서...ㅋㅋ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지그재그 계단길.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더 좋았다.
목에 좋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걸 보면 분명 누군가한테 실시간 염장을 지르려는 목적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을 내려다 보며 걷는 숲길.... 그래서 하늘공원이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서야 와보게 되었는지.... 서울에 이런 풍경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집에서 올 때 건너 왔던 성산대교와 한강상류 방향의 하늘을 담아 본다.
해가 넘어갈 시간이 임박했나보다. 공원의 서쪽 끄트머리로 가서 일몰을 담아 보려고 한다.
동쪽 하늘은 비교적 좋은데...서쪽 하늘에 구름이 두껍고 많아 노을빛이 잘 나오지 않는다.
두터운 구름층을 뚫고 잠시라도 둥근 해를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며 난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결국... 그냥 이대로 햇님 얼굴 한번 못보고 일몰은 지나갔지만 그 붉은 기운과 먹구름의 조화도 멋졌다.
주차장으로 돌아 가는 잠깐의 시간에 도시에 어둠이 깔리고 건물과 한강다리에는 조명이 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