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아차산 야간 산행기

2011. 9. 1. 01:30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1년 8월의 마지막 날

- 산행코스 : 용마랜드-망우리공동묘지-용마산헬기장-아차산

- 산행동무 : 솔맨, 산여인, 나비공주

 

올 여름 비 때문에 취소되었던 용마-아차산 야등이다.

모두들 회사에서 근무를 마치고 곧바로 가야하는 산행이라서 먹거리 준비를 챙길 상황이 못되다 보니 산여인님께서 준비를 도맡아 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러나, 산여인님 또한 밤낮으로 山일(??)이 잡혀 있어 몹시 바쁜 와중에, 이날도 아침일찌감치부터 늦은 오후까지 화악산에서 아주 중요한 미팅을 마치고 서둘러 귀가하여 잠깐의 틈새 시간에도 많은 준비를 해 나오셨다.

우림시장 앞에서 집합하여 짐을 나누는데... 어찌나 준비하신게 많은지 배낭이 종주할 때의 그것과 비슷하게 묵직하다.

 

인사동에서 처음 만나고, 함께 산행은 처음인 나비공주님...

역시 패셔니스타답게 깔끔한 복장으로 나오시고, 또 약간의 소프라노톤의 목소리로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신다.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화려한 원색의 복장을 기대했었는데, 이 분도 근무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 최대한 튀지 않는 복장으로 나오는 길이라고...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빨간색 팬츠는 겨울용이라 지금 입으면 쪄죽는다고...ㅋㅋ

그래서, 내가 양보하고 다음 산행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

 

솔맨 대장님의 안내를 따라 공동묘지 옆의 임도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반딧불이가 얼굴 옆으로 스쳐 날아가는 기분 좋은 길을 산의 밤기운을 제대로 느끼고자 렌턴도 모두 끄고서, 네명이 걷는 발자국소리와 그들이 나누는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만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진다.

 

 

땀 한방울 안흘리고 렌턴없이도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솔맨 대장님의 사전브리핑이 있었지만, 무더운 날씨와 잠깐 잠깐 나타나는 가파른 계단과 경사에 어느덧 티셔츠는 흠뻑 젖어 버리고 만다.

브리핑 내용과 너무 다르지 않냐고 솔맨님께 따져도 보지만, 흠뻑 젖은 목덜미와 번들거리는 얼굴을 들이밀면서 자기는 땀이 한방울도 안난다고 잡아 떼는데... 뭐 어쩌랴... 한살이라도 어린 내가 참아야지...ㅋㅋ

서울의 야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트인 곳에서는 땀도 식힐 겸, 야경도 담을 겸 쉬어가며...

 

 

 

 

헬기장에서 짐을 풀고, 드디어 고대하던 밥시간이다.

오늘의 쉐프는 솔맨님, 자신의 요리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였는데.. 산행시작 전부터 배가 고프다고 찡얼대던 우리들을 여기까지 끌고 와서는 해물부터 데치기 시작한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신선한 재료들이 쫄쫄 굶었던 터이라 스르르 녹아 들어 간다.

요즘 보기 힘들다던 여치, 어디선가 음식 냄새를 맡고 나타난 길고양이, 왠 애벌레까지... 서울 한복판에서 시원한 야경을 감상하며 자연을 벗 삼아 이렇게 화려한 만찬을 벌인다. 

 

 

 

 

마지막 디저트로 커피 한 잔까지... 오랫만에 등장하신 나비공주님은 산여인님이 무지하게 생색내면서 준비하신 "오리지날" 핫초코.

내 기억에 그 오리지날 핫초코 어느 산에서 옆에서 식사하던 산님이 주고 간거 맞죠? 저도 배낭 안에 몇개 있었거든요..ㅋㅋ

 

 

아차산으로 가는 길에 강변북로의 S라인을 또 담아 본다.  

 

 

 

 

하산을 하고 나니, 원래 함께 하기로 했던 몽몽님이 차를 가지고 날머리로 나오셨다.

덕분에 모두가 편안하게 집으로, 차를 놔두었던 곳으로 갈 수가 있었다.

요즘 몽몽님이 나의 트레이드마크인 천사표 이미지를 강력하게 위협해 온다.

그래서 몽몽님 힘드니 솔맨님은 내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가 멀리 갈 사람이 맘속에도 없는 말로 오버하지 말라고 핀잔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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