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22. 22:18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1년 8월 21일
- 산행코스 : (구)대관령휴게소-양떼목장 갓길-국사성황당-전망대-선자령정상-매봉삼거리-계곡로-국사성황당
- 산행동무 : 레테, 펭귄, 가을향기, 산여인 (쭈니오빠랑 몽몽님은 대관령휴게소에서 괘방산으로...)
전날 산여인님이 함께 하자고 했던 아침가리골 트래킹은 출장 다녀온 여독을 핑계로 세련되게 거절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내가 물을 두려워 하는 건데... 옷과 신발이 물에 젖어 찝찝한 느낌 외에도 배꼽이상 차오르는 물에 튜브없이 들어가면 시크릿가든의 현빈이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와 비슷한 공포를 느끼는 고급스러운 병이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시차적응한다고 늦잠 자고 또 낮잠도 자고 일어나 아침가리팀이 궁금해 하고 있는데, 펭귄님의 선자령 산행계획에 레테님 뒷일 생각도 안하고 이틀연짱 산행 콜을 받으시고, 다른 아침가리팀들도 다 동의하신 모양이다.
더위와 출장을 핑계로 한참이나 산행을 안했던 나한테 선자령 같이 착한 길은 더 없이 알맞는 코스였다.
작년에는 이 지점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바우길 2구간의 시점인 가운데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초입부터 만발해 있는 물봉선 길 주변에는 수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나 있었다.
지난 번 함백산 때부터 이상이 있었던 렌즈가 또 덜컥거리면서 배터리를 왕창 잡아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촬영횟수를 줄여가며 발빠른 가을향기님과 앞서서 걷다 보니 어느새 나머지 분들과의 거리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벌어지고....
아마도 그 세분들은 제비동자꽃, 애기앉은부채들과 진득한 사랑에 빠져 계시리라 생각하고 향기님과 나는 전망대까지 먼저 가기로 한다.
요렇게 찍으니까 양떼목장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
양떼목장을 뒤로 하고 선자령 방향으로 돌아 보니 구름이 자욱하게 덮고 있다.
다행히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잠시나마 조망이 트일 것 같은 기대를 안고 발길을 옮긴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쪽하늘. 붓으로 파란색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듯한 하늘인데...
반대쪽 동해바다 방향은 구름에 잔뜩 가린 채로 있다가 아주 잠깐 동안 조망을 열어 준다.
후미팀을 기다리는 동안 전망대 데크에서 가을향기님과 둘이 한참동안 데이트를 즐긴다.
레테님과 펭귄님보다 먼저 출발했다는 산여인님... 두분이 전망대에 도착할 때까지 소식이 없다.
꽃을 찾아내는 신비안과 절대 지치는 법이 없는 체력을 산여인님한테 내려준 신께서 이정표를 볼 수 있는 눈을 주시진 않으셨나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을 지나쳐 어느새 정상근처까지 올라가셨단다.
전망대에서 기다리던 우리가 거기까지 가려면 한참 걸릴텐데, 기다리겠냐고 물었더니 순순히 내려 오겠다고 하신다.
아마도 배가 몹시 고팠던 차라서 어차피 남아 도는 체력을 쓰더라도 빨리 밥을 드시고 싶었던게라...ㅋㅋ
전망대에서 점심 먹을 준비를 하던 우리도 다시 보따리를 싸서 천천히 올라 가고... 역시 번개같은 산여인님 어느새 다 내려와 다시 다 뭉치게 된다.
오늘 아직 찾지 못한 물매화를 작년 펭귄님이 발견했던 장소에서 다시 찾아 보려고 했으나 어느새 그 지점을 지나쳐 왔다는 것을 깨닫고, 유일하게 물매화를 만나 본 적이 없다는 산여인님께 되돌아 가겠냐고 물었더니 가자고 하신다.
이래저래 오늘 활동량이 많으신 산여인님.... 다른 사람들보다 1.5킬로는 더 걸었으리라.
하지만 그 장소에서 아무리 뒤져 보아도 보이지 않는 물매화... 혹시나 싶어 스마트폰으로 작년 산행기 날짜를 보니 10월 10일.
거의 두달이나 빠른 지금은 때가 아닌 것으로 결론짓고 정상으로 출발.
시시각각 바뀌는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을 거듭하는 선자령의 풍차들.
누가 가장 행복해 보이나요?
괘방산으로 향했던 솔맨님과 몽몽님 생각에 정상에서는 잠깐 인증만 마치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하산은 계곡로를 통해서...
8월에 이곳 어딘가에서 물매화를 본 적이 있다는 레테님의 증언에 다시 한 번 물매화 찾기 놀이에 푹 빠졌다가 모두 허탕만 치고...
레테님이 이쁘다고 찍으라 했던 장면인데....
괘방산팀이 국사성황당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와준 덕분에 편안하게 산행을 마치고, 우수블로거인 펭귄님이 다음에서 선물 받았다는 전국맛집책자를 활용하여 맛있는 오삼불고기집에서 저녁을 먹고, 몽몽님께서 운전대를 잡아 주신 덕분에 나는 뒷자리에서 정말로 달게 잠을 잤다.
어찌나 달게 잤는지... 잠에서 깬 순간 처음 들었던 생각이 테헤란의 난폭한 택시운전수의 차에 타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이란에 가서 택시를 타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테헤란 택시의 승차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몽몽님의 길찾기와 운전실력 덕택에 최소한 30분 이상은 빨리 서울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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