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배 꼬여버린 덕유산 원추리 산행기

- 산행일시 : 2011년 7월 24일

- 산행코스 : 무주리조트-곤돌라-설천봉-향적봉-중봉-오수자굴-백련사-삼공탐방안내소

- 산행동무 : 초록별, 레테, 펭귄

 

구라청의 농간에 휘둘리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못해 판단력도 잃어 버리고 스스로 망쳐 버렸던 이번 덕유산행...

 

작년에도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던 덕유산의 원추리 군락지를 가보기로 계획을 세워두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데 산행날자에 임박하여 살그머니 비소식이 끼어든다.

파란하늘에 구름이 뭉실대는 덕유평전을 보고 싶었지만, 오후 늦게 잠시 소량의 비가 뿌릴 것이라는 말에 아쉬운대로 원추리 보는 데는 지장이 없겠다 싶었다.

 

산행당일 아침 약속장소로 출발하려는데.. 비가 제법 내린다.

덕유산의 비예보도 다소 확대되어 오후 내내 약한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마침 육구종주 중인 산여인님에게 현지상황을 물어보니 현재는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올 것 같으니 준비를 하고 오라고 하신다.

조금 더 양보하여, 오전에 후딱 곤돌라 타고 올라가서 비가 시작하기 전에 덕유평전에서 원추리 사진을 담고 상황에 따라 원래의 코스인 동엽령으로 하산하거나 또는 오수자굴을 거쳐 구천동으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먹고 일단 고~

 

무주리조트에 도착하니 이미 약한 보슬비가 내리고 있고, 기상악화 어쩌고 하며 곤돌라 운행을 곧 중지할 것이라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심란한 마음으로 설천봉에 올라 보니, 산 아래에는 없던 안개까지 자욱하여 한치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이 때부터 마음은 뜨기 시작하고... 

 

 

 

 

보슬비는 계속되고, 인적이 없는 향적봉 정상석만 안개 속에 우두커니 서 있다.

서로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 다들 중봉주변 원추리군락지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 오수자굴을 통해 구천동으로 하산하기로 합의한다. 

 

 

별로 신이 나지는 않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원추리 한두컷이라도 담아 가겠다고 우산 받쳐들고 이리 저리 앵글을 잡아 보는데...

우산은 불어대는 바람에 기우뚱거리고, 렌즈에 빗방울은 들이치고, 담아 본 사진들은 영 신통찮고...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이 속이 부글부글 끓어대기 시작한다. 

 

 

마침 육구종주팀인 몽몽, 산여인, 솔맨님도 중봉에 도착하여 조우하면서 잠시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기분전환이 되고, 솔맨님의 깔창없는 신발과 구멍난 양말을 신고 여기까지 왔다는 무용담도 들어 주면서 기념사진도 한장.

이후, 산여인님이 동엽령 근처에서 담아왔다는 흰제비난을 보러 가는 것으로 다시 대세가 뒤바뀌고, 나는 흰제비난이 아니라 세상 더 없이 귀한 것이 있더라도 오늘 같은 날씨에 사진 찍는 것은 진력이 난다며 하산을 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것이 영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 내려 오며 알게 되었다.

실제로 동엽령을 거쳐 안성으로 하산하는 거리/시간이나 구천동으로 바로 하산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것...ㅋㅋ 

 

 

오후부터 내린다던 빗님이 오전부터 내리더니 오히려 오수자굴로 내려 오는 길에는 비가 그치고 햇살까지 비추기 시작하니, 안그래도 후회스럽던 내 고집살에 배아픔까지 더해진다.  

 

 

쨍하고 해가 비추는 순간, 저 위에서 동엽령으로 가는 능선길을 유유히 걷고 있을 세분의 미소가 계곡물에 반영된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향적봉을 거쳐 구천동으로 하산한 육구종주팀한테 거나한 버섯전골과 파전을 얻어 먹었다는 것...

 

절대로 내 성질머리 못 이겨서 쓸데 없는 고집 부리지 말자.

레테님 말씀 들어서 손해볼 일 없다.

이 날 얻은 교훈이다.

 

그나마 빗속에서 우산 받쳐가며 담은 이쁜이들...구경은 시켜 줘야겠기에 올려 본다.

 

물봉선. 

 

 

동자꽃. 

 

 

 

 

나리꽃. 

 

 

 

 

 

 

 

 

꿀풀. 

 

 

원추리. 

 

 

 

 

 

물레나물. 

 

 

비비추. 

 

 

 

 

 

 

 

산수국. 

 

 

천마꽃.

 

 

며느리밥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