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6. 15:48ㆍ산행일기
앞서의 제비봉 산행을 마치고, 2부 산행지인 옥순-구담봉을 가기 위해 계란재로 이동한다.
제비봉이나 옥순-구담봉이나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비슷할테니 건너 뛰고 악어떼로 가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잠시 비추었지만, 이미 프로그램 입력이 되어 있는 두 분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예정대로 진행한다.
계란재에 차를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 들어 왔는데, 여기에 차를 주차한 사람들도 있다.
삼거리에 이르러 솔맨님이 코스 브리핑을 한다.
원래는 이 곳 삼거리를 기점으로 옥순봉 갔다가 되돌아 와서 구담봉 갔다 또 다시 돌아와서 온 길 그대로 하산하는 것이 정상적인데, 옥순봉 가는 길 중간에 구담봉으로 향하는 비지정 등로가 있다고 한다. 나중에 오면서 그 길을 보니 거의 물가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드만.... 어떻게든 산행거리 늘릴 생각만...ㅎㅎ
일단 돌아오면서 보기로 하고 옥순봉으로 먼저 향하는데....
아까 제비봉에서도 간혹 여우비가 흩뿌리다 말고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여 큰 걱정을 안했는데,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서 가까이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감 좋은 두 분은 재빨리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간이 스패츠에, 산여인님은 우의까지 꺼내 입는다.
아니나 다를까...곧 이어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까지...
나도 늦게나마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우의를 입을까 하다가 솔맨님을 따라 그냥 비를 맞아 보기로 한다.
처음에는 축축한게 찝찝한 느낌이었는데, 어느 정도 몸이 젖고 몸에 열이 식으니 개운해지면서 알수없는 힘이 솟아난다.
카메라를 모두 배낭 안에 집어 넣었기 때문에, 옥순봉 사진은 준비성 철저한 솔맨님의 방수카메라로 대신하기로 하고 패스...
구담봉으로 향하는 비지정 등로도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패스...
지정등로를 통해 구담봉 가는 길에 빗물에 말아서 먹는 기가 막힌 맛의 산여인표 콩국수로 요기를 하고 구담봉에 이를 무렵에 마술처럼 비가 그치고 시야가 밝아진다.
갑자기 산행의 테마가 이선수 훈련에서 운무감상으로 바뀌고, 운무 매니아인 산여인님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알수없는 말을 혼자서 마구 중얼중얼거리면서 바위길을 이리 저리 마구 뛰어 다니는데...내가 볼 때, 정신줄을 거의 놓은 상태였다.
역시 우리의 솔맨님!!!
구담봉 정상석의 뒷면에 새겨져 있는 글씨를 보면서, 저 글을 쓰고 나서 옮겼을까? 아니면 여기 와서 썼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다..ㅋㅋ
한참을 구담봉에서 놀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시간이 늦은 것을 깨달아 하산을 시작한다.
저 조그마한 발을 갖고 나무줄기에 매달려 안떨어지려고 애쓰는 애벌레가 귀여워서...
단양시내에 피터팬님과 같이 갔던 마늘떡갈비집이 있다길래, 네비 검색을 해 봤으나 나오지를 않아 일단 근처로 가보기로 하는데....
이 길이 아니란다...
몇달 전에 처가 식구들 데리고 단양관광을 시켜주면서 이 곳 지리를 좀 익혀두었던지라 다른 길로 방향을 바꾸려던 찰나에 단양마늘갈비라는 상호가 보이기에, 떡갈비는 아니지만 마늘갈비인데 들어갈까 했더니... 찾던 집이 여기란다..ㅎㅎㅎ
소가 뒷걸음질 하다 잡은 것이 쥐냐? 개구리냐? 하는 논쟁을 하면서 깔깔대고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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