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대종주 - 1일차, 2일차

2010. 9. 9. 15:34산행일기

산행일시 : 2010년 9월 4일 ~ 9월 8일 (3박5일)

산행코스 : 화엄사-노고단-반야봉-연하천(1박)-벽소령-세석(2박)-장터목-천왕봉-치밭목-대원사

산행동무 : 나홀로

 

9월4일...결전의 날이 밝았다.

두분의 조교로부터 혹독한 전지훈련을 받은 데다, 어제는 솔맨님이 몸보신까지 시켜주시고... 아침에 일어나니 몸 컨디션이 아주 좋다.

아침부터 이것 저것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배낭을 꾸려 놓는데, 시간이 왜 이리 더디게 가는지....

밤 기차에서 편히 수면을 취하기 힘들 것 같아 점심을 먹고는 낮잠까지 충분히 자 놓는다.

 

드디어 밤 10시, 11시 20분 수원발, 구례구행 기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고 명학역으로 가서 수원행 전철에 몸을 싣는다.

 

 

******* 첫째날 *******

 

구례구역 도착이 새벽 3시 23분, 역을 빠져 나오는데 택시기사들이 성삼재, 화엄사를 외치며 호객행위를 한다.

합승을 하고 가자면서 만오천원을 달라기에 됐다! 나중에 천천히 가련다! 하고, 신발과 장비를 점검한고 나니 떠날 사람들은 다 떠나고 손님 못 태운 기사양반이 다가와 화엄사 만원에 가자고 한다. 바로 콜!!!

 

화엄사-노고단 구간의 초반은 편안하게 시작한다.

이거 뭐..별거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 무렵부터 끊임없이 고도를 높이는데, 전망도 없이 숨이 턱턱 막힌다.

 

한참을 힘을 뽑고 나니, 성삼재에서 노고단 올라가는 길을 만나고, 휴~~하고 땀을 닦으며 뒤를 돌아 보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운해가 펼쳐져 있다.

내가 저 운해 속을 뚫고 올라왔구나!!!

카메라를 꺼내 들고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 댄다.

산여인님이 구담봉에서 중얼거리던 외계어가 내 입에서도 나오는 것을 느낀다.

 

 

노고단에서 사진 찍고, 밥해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이렇게 놀다 보니 벌써 10시다.

아차차!! 첫 날 갈 길이 먼데...부랴 부랴 출발을 하려니 노고단 정상가는 길이 열려 있다.

애시당초 계획에 없었는데, 잠시 올라 갔다 올까도 생각해 봤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음을 상기하고 그냥 패스한다.

 

저쪽이 반야봉 같은데... 구름에 가려 있다.

하늘은 푸르고, 예쁜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이 이 번 종주의 출발 느낌이 좋다.

 

 

 

 

 

 

반야봉을 오르면서부터 날씨가 흐리멍텅해지면서 도통 시야가 트이질 않는다.

 

반야봉, 사람도 없고 전망도 전혀 없다.

 

산여인님이 귀뜸해 준대로 노루목에서 반야봉으로 약 300미터 올라온 지점의 삼거리 근처 나무 뒤에 배낭을 숨겨두고 올라 갔다 내려와 보니 다 보인다. ㅋㅋ

배낭을 내려 놓고 맨몸으로 올라 갈 때는 스틱질 한 번에 한 10미터씩 쭉쭉 가는 것 같더니, 다시 배낭을 메니 거북이가 됐다.

 

삼도봉...역시 뿌옇기만 하다.

 

화개재도 마찬가지....

첫째날의 목적지인 연하천에 무사히 도착하여, 자리배정을 받고 집에서 얼려온 소불고기를 끓여서 저녁을 먹는다.

피곤했던 터이라, 자리에 눕자 바로 잠에 골아 떨어진다.

 

 

********** 둘째날 ***********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을 하려고 하니 비가 억수로 쏟아 붇는다.

대피소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하산을 권유하는 말을 흘리고 마음이 심란하다.

어디선가 포기할 때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하산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음정으로 내려가 백무동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서울을 가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처음으로 하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나타나니, 같이 온 동료들 눈치를 보면서 갈등하던 사람들도 여기 저기서 하산하겠다고 줄을 잇는다.

 

어차피 하산할거...서두를 일도 없고, 다른 사람들 다 출발하고 9시쯤 되어서 대피소를 나오려는데.. 어랏!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이 정도 비면 갈 만하지...벽소령에서도 음정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다리에 힘도 많이 있는데 벽소령까지 가서 하산하자.

이렇게 해서, 다시 마음을 바꾸어 벽소령으로 향한다.

 

 

연하천에서 벽소령 가는 길 얼마 안가서 음정으로 하산하는 갈림길...

이 자리에서 또 잠시 갈등을 하다가 밑에 우측통행이란 글귀를 보고 우측, 벽소령 방면으로 발길을 향한다. 

 

 

 

 

벽소령에 도착하니 11시 30분, 12시부터 출입통제령이 내렸으니 세석까지 갈거면 바로 출발하고, 아니면 여기서 하산을 하든지 묵고 가야 한단다.

음정으로 내려가도 어차피 백무동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하니 세석에서 바로 백무동을 내려가면 택시비 아끼는거지 뭐....

자꾸만 종주를 이어 나가기 위한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찰떡파이 몇개로 요기를 하고 세석까지 일단 가기로 또 마음을 바꾼다.

 

 

천왕봉 찾기 놀이... 천왕봉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세석에 도착하니, 나까지 두명 있단다.

1호실에 들어가서 2층은 좀 썰렁하니 1층의 침상을 하나씩 공평하게 나눠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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