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Tochal산 산행기

2010. 6. 14. 16:36산행일기

토찰(Tochal)산은 테헤란을 둥글게 빙 둘러싸고 있는 산 중에 북쪽에 있는 위치한 알보즈산맥의 일부로 정상의 높이는 약 해발 4,000미터에 달한다.

시내에서 가까우며 겨울에는 천연 스키장으로 이용되는 등, 비교적 개발이 많이 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 중에 하나다.

특히, 테헤란 시내쪽 산 기슭에서 출발하여 정상 바로 밑까지 연결되는 총 연장거리 7.5 Km에 달하는 텔레카빈(곤돌라)은 약간의 스릴과 함께 대략 한시간의 운행시간 동안 토찰산을 아래부터 위까지 한 눈에 훑어 볼 수 있게 한다.

토찰산의 동쪽은 Darvand(다르반드) 계곡, 서쪽은 Darakeh(다라케) 계곡을 끼고 있고, 계곡 입구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음식점과 찻집들이 즐비하여 주말 저녁이면 가족단위의 행락객과 데이트 족들의 엄청난 인파와 교통정체를 유발하기도 한다.

 

오늘의 산행 계획은 동쪽에 위치한 다르반드 계곡입구(해발 약 1700미터)에서 출발하여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Peak 5 곤돌라 정류장까지 등반한 후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는 것이다.

 

산행 들머리인 다르반드 계곡 입구 

 

계곡 주변에 음식과 차를 파는 레스토랑과 절이고 졸인 다양한 열매와 과일을 파는 상점. 맛있어 보이는데 막상 먹어보면 우리 입맛에는 안 맞는 것 같다.

 

  

겨울 내내 엄청나게 쌓여 있던 눈이 녹으면서 흐르는 계곡물, 물이 귀한 테헤란시의 주요 식수원이기도 하다.

좁고 복잡한 상가 지역을 지나면 본격적인 한적한 산길이 시작된다 

 

이란 사람들.. 사진 찍어 달라 그러면 엄청나게 긴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카메라 셔터를 무슨 퀴즈 프로그램 버튼 빨리 누르기 하듯이 움찔하면서 누르니 십중팔구는 다 흔들린 사진이라 잘 부탁도 안하는데, 마침 젊고 세련돼 보이는 아가씨가 혼자 분위기 있게 앉아 있기에 부탁했더니 오늘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게 잘 나온 전신 사진을 한 장 건질 수 있었다.

 

호젓한 데이트를 즐기는 이란의 젊은 커플.

 

당나귀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째려 보는데한참을 대치하면서 비키라고 해도 말 그대로 마이동풍결국은 마음이 넓은 내가 양보하고 뒷길로 우회했다.

 

 해발 2045미터 지점, 여긴 정상석 대신에 군데 군데 이런 식의 이정표와 해발 높이가 표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상석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가부다. 

 

 온통 바위와 잘게 부서지는 자갈 투성이의 토찰산.. 가끔 물 흐르는 곳 주변으로 나무가 자라는 곳도 있다.

 

햇살의 강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지만, 습도가 15% 정도로 낮기 때문에 군데군데 위치한 나무나 바위 그늘 속으로 들어가 잠시만 앉아 있으면 금방 땀이 마른다.  하지만, 얼굴을 만져보면 서걱서걱 소금이 달라 붙어 있어 물만 만나면 씻어내거나 아니면 물티슈로 닦아 내야 한다.  오래 놔두면 입술처럼 약한 부위는 다 부르트고 헐어 버린다.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고.. 혼자서 셀카놀이.

 

 

여기 산은 드물지만 중간중간 집도 있고, 카페나 매점 같은 것도 있는데, 필요한 물품을 이렇게 당나귀로 운반한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니 테헤란 시내가 뿌옇게 보인다.  산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 테헤란시는 공기가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매연물질을 항상 품고 있다.  반면, 반대쪽 산 능선 방향은 하늘이 맑고 푸르다.

 

 

딱히 등산로라고 정해진 길도 없고.. 나무가 없어 밑에서 보면 내가 가야 할 곳이 보이니 그냥 보이는 목표를 향해서 내가 걸어가면 그게 길이다.

고사리인지.. 그와 비슷한 식물이 모여 자라는 곳도 지나고

 

 

 

해발 3,000미터에 가까워지면서 산소가 부족해서인지아니면 햇살이 너무 강해서인지숨도 많이 차고, 어질어질한 느낌도 드는 것 같고.. 보이는 바위 밑 그늘 같은 쉴 자리만 보이면 무조건 한숨을 돌리며 휴식. 생각해 보면 한국처럼 산에서 흡연단속을 안하니까 산행 중에 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잘 모르겠다.

 

능선 길에 올라서니 소백산을 연상시키는 광활한 평전이 펼쳐지고, 줌을 당겨 양들이 풀을 뜯는 낭만적인 그림을 담아 본다. 한국 돌아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양이나 치면서 살까?

 

벌판에는 양떼가 풀을 뜯고, 하늘에는 양털 같은 구름….멋진 풍경이다.

 

해발 2855미터 지점의 인증샷이것이 마지막 인증샷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Peak 5 대피소 겸 곤돌라 정류장을 향해서 가는 길

 

저 멀리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Peak 5 건물이 보인다.

Peak 5 정류장 우측 편으로는 저 위에 살짝 눈이 덮인 산이 보인다.  이날 도심의 기온은 약 40도 정도였는데 아직 산정상 부근에는 눈이 남아 있다.

 

 

 

이런…Peak 5 부근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해발 높이가 표시된 이정표가 없다.  여기가 해발 3,000미터를 약간 넘는 곳인데.. 마지막 인증샷 찍은 곳이 2855미터니까 최소한 145미터는 죽 쒀서 개 준 듯한 허무한 기분이다. 해발 3천미터 이상대의 인증샷을 꼭 남기고 싶었는데….

이 곳에서 약 두시간.. 해발고도 1000미터를 더 높이면 토찰산 정상이란다.

 

아쉽지만, 힘도 들고 곤돌라 마감 시간도 다 되고 해서 정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곤돌라를 타고 편하게 하산하니 산 아랫쪽 곤돌라 탑승장이다. 이 곳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고이 나라 먹을 것은 정말로 싸다.

산 아래 화단에 심어져 있는 이름 모를 꽃 사이로 회색 빛 도심의 건물들이 가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