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1. 22:14ㆍ산행일기
4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는데, 10분전에 눈이 떠졌다.
다른 사람들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밖에 나가서 상쾌한 새벽공기를 마시고 들어 오니 다른 일행들도 모두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느라 분주한데, 일행 모두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나의 기차화통 삶아 먹는 소리에 잠을 설친 모양이다.
평소 섬세하고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나를 평하던 모여인께서는 그런 성격에서 저런 잠버릇이 나올 수가 없다며 나의 정체성까지 부정해 버리신다.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하늘에 별이 보이고 동쪽 하늘에는 붉으스름한 여명이 보이기 시작한다.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어제 올랐기에 오늘은 건너 뛰려던 대청봉을 또 다시 올라 간다.
공룡의 하늘 위로는 조각 조각 구름들이 떠 다니고...
짙게 깔린 구름을 뚫고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비구름과 잘 버무러진 일출의 색깔은 더 없이 아름다워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 댄다.
동해바다의 수면을 통해 태양에서 쏘아지는 레이저 불빛... 너무 아름답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출이었는데, 그 어느 때 보다 멋진 일출의 장관에 넋을 잃고 말았다.
약 30분 정도의 시간, 1박2일 동안의 나머지 시간과 힘든 발걸음을 보상 받고도 수십배, 아니 수백배 남는 장사다.
순식간에 날이 밝아 버리고...또 다시 중청으로 내려간다.
오늘, 이틀째 날은 3개팀으로 나뉘어 각자의 길을 간다.
소청삼거리에서 봉정암을 거쳐 하산하는 백담사팀, 희운각에서 공룡능선, 마등령을 거쳐 소공원으로 하산하는 팀, 그리고 나와 강선수는 천불동을 거쳐 곧바로 소공원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본격적인 하산을 하기 전, 공룡능선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신선대까지만이라도 올랐다 가기로 한다.
요 에델바이스를 보는 것도 신선대에 올라 온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
저 구름에 휘감긴 공룡의 자태...너무 멋지다.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에 강선수는 자기가 10년 전에 이 길을 왔었는데 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쉬지 않고 해댄다.
심지어 없던 바위와 계곡까지 만들어졌고, 산위에 있던 신흥사가 밑으로 내려왔고 누워있던 불상이 일어나 앉아 있다는 둥....ㅋㅋ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다 보니 열이 나서 나도 모르게 꽥하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1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계곡..
1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천당폭포.
병조희풀.
백담사팀에서 한계령이 가장 가까우므로 차를 회수해 오기로 하고, 소공원주차장에서 모두가 다시 만나 각 팀의 코스에서 본 것, 먹은 것들을 이야기 나누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서울로 올라 오는 길, 막국수 한그릇씩 먹고, 그 똑똑하다는 T맵 네비아가씨보다 더 똑똑한 몽몽님의 샛길 안내를 받아 가며 달리니 막히는 길 없이 쌩쌩~~ 금새 서울에 도착한다.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던 듯...꿈만 같았던 설악의 1박2일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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