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3. 07:05ㆍ산행일기
- 산행일시 : 2011년 6월 11일
- 산행코스 : 거림마을 - 세석대피소 -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숙박)
- 산행동무 : 나홀로 (찬조출연 : 몽몽, 산여인, 풍경소리)
2주전 어찌어찌 소뒷걸음질에 그 어렵다는 장터목대피소 주말예약에 성공하는 바람에 지리산에서의 하룻밤을 보내러 간다.
몽몽님과 산여인님은 성삼재에서부터 출발하는 종주길을, 풍경소리님은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나와 반대로 진행하는 당일코스를 잡아 시작하신단다.
주중 일기예보에서 달갑지 않은 장마전선의 조기북상 소식에 마음 졸이고 애태우던 걱정은 출발하기 전날 늦은 저녁부터 하늘로 훨훨 날려 보내고, 당일 아침 거림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깨끗하게 올라오는 햇님을 영접하기까지 한다.
중산리에서 풍경소리님을 만나 내 차는 거기에 세워두고, 풍경소리님 차를 몰고 거림 들머리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풍경소리님께서 건네주신 햄버거를 배낭에 집어 넣고, 대신 우의는 꺼내서 차안에 휙~ 던져 버리고...
거림으로 가는 길을 약간 헤메인 후에 주차비 받지 않는 적당한 장소에 풍경소리님 차를 세워 두고 거림의 숲으로 발걸음을 들여 놓는다.
당일 이른 새벽까지 비가 내린 탓에 등로의 바위는 물기에 젖어 미끈거려 신경이 쓰였지만, 주위의 빗방울을 아직 머금고 있는 풀꽃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울창한 거림의 숲길, 빛이 잘 들어 오지 않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걷기에는 그만인 길이다.
다만, 조망이 너무 없어서 후반에는 조금 지루하기는 했다.
종주길을 시작한 산여인님팀은 어디까지 왔을까? 풍경소리님은 천왕봉에 도착을 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거림의 숲속에서는 핸드폰마저 불통이고.... 세석에 가까워질 무렵 밀려 있었던 문자메시지가 산여인님으로부터 한통 날아 들어 온다... "세석에서 기다리다 장터목으로 출발합니다~"
새벽 4시에 성삼재를 출발하였을텐데...어찌 1시도 안되어 세석에 도착할 수가..... 처음엔 장난하는 줄 알았다.
기나긴 거림의 숲터널을 빠져 나와 조금 걷다 보니 저 위에 눈이 시릴만큼 파란 하늘과 세석대피소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석의 너른 평원이 그리웠는데.... 실컷 눈에 담아 두자.
점심으로 라면 한개 끓여 먹고 나니, 장터목에서 나를...아니 내 배낭에 들어 있는 삼겹살을 눈이 빠지게 기다릴 산여인님이 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장터목으로 출발~~
헤어지기 아쉬웠던 세석을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촛대봉을 향해서....
촛대봉에서 연하봉과 천왕봉을 향해 한방~
뒤돌아 세석을 향해 또 한방~
으~~ 너무너무 멋진 모습...작년 저 연하봉 위에 올라 내려다 본 풍경이 진짜 환상이었는데....
연하봉을 저만치 남겨둔 자리에서 마주오던 풍경소리님과 딱 마주친다.
아침에 만나서 손도 어루만지면서 한참 이야기 나누다 헤어졌는데, 여기서 만나니 또 왜 그리 반가운지....
회사 업무가 바빠서 많이 지쳐 있었을텐데... 지리가 그리워서 내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힘든 발걸음을 하고 계신다.
과일도 꺼내 먹고, 성삼재에서 달려와 이 시각 장터목에 도착해 쉬고 있을 마징가들 흉도 좀 보면서 후딱 이삼십분이 지나 버린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나서 다시금 아쉬운 작별.... 각자의 길로 돌아선다.
세석과 장터목 사이의 능선길은 나머지 지리의 능선길을 다 합쳐 놓은 것 보다 좋다.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그렇다.
드디어 몽몽님과 산여인님이 기다리고 계신 장터목에 오후 5시경에 도착.
저기 야외데크에서 정말로 이쪽만 바라보고 있었는지 단번에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댄다.
보자 마자 한마디, "삼겹살 주세요~~"
진지한 표정의 장셰프.. 삼겹살에 장인의 혼이 깃들여서 그런지 엄청 맛있었다.
이틀전 인사동 지리산 음식점에서 음식값 4만원을 덜 내고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오늘 지리산 대피소에서는 모포쿠폰을 한장 더 받았다. 나중에 가서 환불 받아 천원을 챙기고 나서 이 기막힌 우연에 또 다시 깔깔깔....
저녁을 먹으며 바라 본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좀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일 아침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하며 일찌감치 잠자리로 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