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1박2일 산행기 - 둘째날

2011. 6. 13. 07:10산행일기

2011년 6월 12일. 지리산 두째날

 

새벽 2시 30분, 전날 맞추어 놓은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전날 저녁 9시 대피소 소등 이후, 그냥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그 이후 아무 기억이 없이 달게 잤다.

잠을 깨어 보니 언넘의 발바닥이 내 얼굴과 맞붙어 있는 것도 모르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밖에 나와 보니 기온은 적당했지만 하늘에 별이 보이질 않는다.

일출이 물 건너갈 것 같은 조짐이 보였지만, 잠은 이미 깼고... 가자!! 천왕봉으로~  

 

 

새벽 4시 30분도 되기 전에 이미 천왕봉에는 사람들이 득실댄다.

동쪽 하늘에 이 시각 쯤이면 보여야할 새벽 여명이 보이질 않고, 새벽 공기가 차가워 우리는 아래쪽에서 혹시나 해가 잠시라도 보일까 싶어 대기하고 있는다. 

 

 

계속 올라 온다. 

 

 

우려했던대로 아무런 감동없이 날만 밝아 버린다.

산여인님은 생애 최초로 천왕봉에서 일출을 못 봤다며 덕을 쌓지 못한 두 남자들의 조상을 타박하신다.

 

 

적당히 정상석 인증샷을 담고, 산여인님과 몽몽님은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그리고 나는 중산리로 하산하느라 또 다시 이별을 고한다.

나는 원래 천왕봉에서 법계사를 거쳐 바로 하산하려고 했었지만, 얼마나 힘들게 예까지 올라 왔는데....조금만이라도 더 지리에 머물고 싶어 장터목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였다.

깜깜한 새벽에 볼 수 없었던 제석이도 만나 봐야 했기에..... 

 

 

통천문. 

 

 

 

 

제석봉 근처에서... 저 멀리 보이는 반야의 궁둥짝. 

 

 

 

 

저 시원한 제석봉의 대청마루에서 홀로 밤을 지새운 분은 누구일까? 

 

 

 

 

장터목에 다시 돌아 오니 전날 세석에서 숙박한 사람들이 잔뜩 밀려 와서 아침식사를 하느라 북새통이었다.

하늘에는 약간의 붉은 기운만 살짝....

나는 저만치 떨어져 땅바닥에 자리펴고 앉아 아침식사와 모닝커피까지.... 마지막 내림을 시작하기가 아쉬워 이런 저런 핑계를 스스로 만들어 내며 조금만 더 머물 궁리만 한다. 

 

 

이제 중산리로 하산을 시작한다. 

 

 

초반의 급경사와 너덜지대, 다행히 물기가 없어서 미끄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중산리계곡이 거림보다는 덜 지루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경사는 후덜덜....ㅋㅋ 

 

 

 

 

 

 

 

 

 

 

나무 다리도 건너고.... 

 

 

쪽빛 계곡수에 몸을 담그고 싶은 충동...

너무 아름다운 물빛이었다. 

 

 

 

 

언젠가 피터팬님이 알려주신 국립공원의 거리표시목 읽는 법을 알고 나서 그것만 보면서 남은 거리를 짐작하며 내려왔는데...

1번 표시목이 지나고도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내가 보면서 내려온, 장터목까지 이어지는 표시목의 출발점이 이곳이 아니었나 싶다.

마징가 부부는 진작에 대원사로 하산하고 오붓하게 알탕까지 마치고 아이스케키 하나씩 까 먹고 평상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는데... 아직도 1.3킬로나 남았다네.... 미친다..

 

 

드디어 하산 완료. 

 

 

어제 주차시켜 두었던 차를 몰아 대원사 시외버스터미날로 가서 아침에 헤어졌던 산여인님 부부를 재회한 시각이 정오 무렵...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대원사계곡에서 알탕한 낯 뜨거운 이야기, 막걸리 트럭 짐칸에 타고 온 이야기, 기생꽃 이야기, 지난 1박2일간의 이야기 등등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서울이다.

 

힘들고 고달프고 잠자리도 불편한 지리에서의 1박2일.... 그런데 왜 잊을만 하면 담배 한모름처럼 생각이 나는지...

그 이유를 아시는 분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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