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20. 12:30ㆍ산행일기
- 산행일자 : 2015년 6월 16일
- 산행코스 : 증심사상가지구-증심사-당산나무-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옛길-중봉-중머리재-봉황대기점-천제단-당산나무-증심사지구 (원점회귀)
- 산행동무 : 혼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님의 모친상 부고를 받았다.
구례에 계신 분인지라 겸사겸사 노고단이나 한바퀴 하고 조문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문장소가 광주라고...
광주하면 무등산인데,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다 보고 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고, 그러려면 새벽부터 출발해 산행하고, 조문하고, 또 3~4시간 운전까지 하려니 힘에 부칠 것 같아 동행을 구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무등산을 포기할까? 강행할까? 갈등을 거듭하다 어느 순간, 예전엔 혼자이건 여럿이건 무조건 진행했을텐데... 지금은 요것조것 따지며 그러고 있는 내 자신이 갑자기 싫어져서 마음을 굳혀버린다.
한동안 날씨가 괜찮더니, 하필이면 오늘 안개가 자욱하다.
주차를 어디에 해야하는가... 동네를 한바퀴 돌아봐도 공영주차장이 가장 안전해 보인다.
국립공원이 된 이후로 처음 찾아 본 무등산.
주변 정비가 잘 되어진 느낌이었다.
증심사까지 걸어 들어가는 길이 참 이쁘고 좋았다.
평일이라 주변에 산행하러 오신 분들은 거의 근교에 계신분들이었다.
찐한 남도사투리를 구사하며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슬쩍슬쩍 엿듣는 것도 재미나다.
얼마간 걷다 보니 뜬금없이 교회수련원이 나타났다.
하긴.. 산속에 쎄고쎈게 절인데, 교회가 산속에 있으면 이상할 이유도 없다.
당산나무쉼터에 올라선다.
세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같은데, 낙타 등짝 같아 보인다.
낙타와 접촉을 피하라는 정부의 메르스 방역 대응책이 떠올라 헛웃음을 지어 본다.
어마어마하게 큰 당산나무.
중머리재에 올라서도 여전히 사방은 안개가 자욱하다.
순천에 계신 풍경소리님한테 산행보고를 드리니, 내려 오라고 하시며 하트를 뿅뿅 보내온다.
중봉은 나중에 하산길에 들리기로 하고, 바로 장불재로 행한다.
얼마전 인수봉에서도 커다란 바위가 굴러서 인명사고까지 있었다고 하던데, 이 바위들도 위에서 굴러 내려온 것 같아 보였다.
장불재에서는 뭔가 공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상가지구에서 김밥을 샀는데, 김치를 김밥만큼 담아 주셨다.
남도 음식이 다 맛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에 한정된 말인가 보다.
김밥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아 겨우 겨우 아카페라와 김치 맛으로 요기를 마친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안개가 걷히고 파란색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또 날씨의 반전이 시작하려는가?
장불재에서 안양산까지 이어지는 백마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년 전부터 눈 올 때 걸어보려고 벼르고 있는데... 아직까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반전은 무슨 개뿔~~
걷히는 것 같던 안개가 다시 몰려 오고...
그래도 이 자리에 선 기분은 참 좋다~
국립공원에서는 이번 6월 20일에 정상을 개방하기로 했었으나, 메르스 때문에 취소했다고 한다.
옛길을 통해 내려오니 중봉이 눈앞에 드러난다.
지난번 겨울 무등산행 때, 이곳에서 몰아치던 칼바람 때문에 중봉을 가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완만한 경사의 초원사이로 나있는 오솔길이 아름다워 보인다.
중봉에서 바라본 무등산 정상.
장불재부터 너무 놀다보니 시간이 지체 되었다.
중머리재로 서둘러 하산하려고 하는데, 새로 산 신발이 말썽을 일으킨다.
발목부분의 재봉선이 너무 굵어서 발목을 자극한 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이제는 통증이 느껴진다.
길 들인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쩌지?
아까 올라 올 때는 좌측길로 왔으니 이번에는 우측길로 가볼까?
걸어보니 우측길이 더 편하고 걷기 좋았다.
가장 먼저 연상된 것이 블친 S여인님과 M님이다.
몸은 안 씻어도, 등산화와 스틱은 어찌나 열심히 씻으시는지... 나도 오늘은 솔로 말썽부렸던 등산화를 깨끗이 씻어 본다.
허기진 배를 아이스크림 하나로 달래고, 우선 근처 사우나로 향해 목욕재개하고....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조문을 드리고 집으로 차를 모는데, 피곤하긴 커녕 마음은 뿌듯하고 몸은 개운하다.